우리 수련원은 아름답다. 아직까지 때묻지 않은 자연 속에 있어 여름이면 반딧불이가 날고, 냇가에는 가재가 지천이다. 맑은 날에는 밤하늘에 별들이 쏟아진다. 그래서 수련원 꼭대기 성모당에서 바라보는 밤하늘의 별은 수련원을 찾는 이에게 최고의 선물이 된다.
지난 여름, 중고등부 신앙학교의 둘째 날 저녁에 성모당에서 ‘야외 밤미사’를 계획했다. 밤에 불을 밝히면 더 푸르게 느껴지는 나무들 사이에서 밤벌레 소리를 들으며, 별빛 아래서 봉헌하는 미사는 얼마나 근사한가? 그런 기획의도였다. 그런데 실행단계에서 이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올해는 비가 참 많은 해였다. 신앙학교의 하이라이트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모닥불을 피우고 벌이는 ‘찬양축제’와 ‘밤미사’일 텐데, 결국 6차례의 신앙학교 중에서 1차만 제외하고는 비 때문에 실내에서 할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6차 때에도 저녁식사 때까지 비가 오락가락 하는 바람에 운동장에서의 불놀이와 야외미사를 포기해야 하나 싶었다.
마음속으로 ‘하느님, 한번만 봐주세요!’ 기도하면서 강행을 선언했다.
다행이 비는 오지 않았다. 아이들이 정열적으로 준비하고 열심히 함께하는 찬양축제를 보면서 하느님도 기뻐하셨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야외미사였다. 강행하느냐, 마느냐! 찬양축제 때야 적당히 비가 떨어져도 그러려니 할 텐데, 미사 중에 비가 오면 어쩌나 심히 걱정이 되었다. ‘설마 하느님이 미사 중에 비를 뿌리시겠어!’ 하면서 또 다시 강행하기로 하였다.
독서를 읽는 중에 실눈을 뜨고 하늘을 쳐다보았다. 주위가 밝아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별들이 몇 개 빛났다. ‘간단한 강론을 하고 아이들에게 모두 눈을 감으라고 했다. 내 계획은 은은한 음악을 깔아주고 침묵 중에 별을 보게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분위기 있는 멘트를 하면서 성모당의 등을 모두 껐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상황이 벌어졌다. 아이들이 ‘우와!’하는 것이었다.
‘하긴 밤하늘의 별을 언제 봤겠냐!’ 하면서 입은 다물라고 했다.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번엔 함성소리가 나왔다. ‘어! 왜 이래?’하면서 고개를 들어본 순간, 하늘에는 무수한 별들이 쏟아져 내려오고 있었다! 내가 보기에도 최고의 밤하늘이었다. 나중에야 안 것이지만 입다물라고 하던 그 순간에 내 머리 뒤쪽 하늘로 별똥별이 떨어졌다고 한다.
그 밤하늘의 별빛은 젊은 그들의 흥분 섞인 수다스러움과 참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었다. 그 잠깐 동안 3개의 별똥별이 탄성을 지르는 아이들 가운데로 떨어졌다.
더욱이 신기한 것은 성모당 하늘 위로만 동그랗게 하늘이 열렸고 그 주위는 여전히 먹구름이었다는 점이다. 미사가 끝나고 다시 한 번 보여줄까 싶어서 고개를 들어보니 하늘은 다시 닫혀 있었다.
아이들에게 ‘하느님께서 너희를 정말 예뻐하시나 보다!’고 했다. 아이들과 봉사자들에게 주신 하느님의 깜짝 선물이었다. 그런 순수하고 빛나는 별처럼 아름다운 사람들이 되라는 하느님의 뜻을 아이들도 다 알아들었겠지?
이재학 신부 (인천 바다의 별 청소년수련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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