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범주 넘어 ‘양서’ (良書) 중점
영성적이면서 ‘쉬운’ 책 선정
교리부터 에세이까지 ‘다양’
신심서적 선택의 기준 제시
가톨릭독서운동 ‘신심서적 33권 읽기’는 예수님께서 33년 동안 당신의 구원사업을 세상에서 하셨음을 기억하면서 2005년부터 매년 33권, 2007년 12월 한권을 추가해 3년간 총 100권의 책을 선정했다.
대다수 독서운동 참가자들이 독서운동에 참가하며 어떤 점이 좋았느냐는 물음에 마치 입을 맞춘 듯 하는 이야기가 있다. ‘뭘 골라서 읽어야 할지 막막했는데 수많은 책 중 좋은 책을 선정해 줘서 고맙다’는 것이다.
하루 112권, 한해 4만 여 권의 책이 새로 발간되는 책의 홍수 속에서 좋은 책을 고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독서 관련 캠페인이 전무하다시피 했던 교회 안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때문에 독서운동 기간 동안 2000여 명의 참가자들이 이미 맛보고 검증한 100권의 선정도서는 언제 어느 때 누구에게나 추천해도 좋을 만한 책 중 책이고 소중한 자료다.
독서운동을 마무리하며 선정도서 100권을 한 자리에 모았다.
여섯 개 교계출판사를 포함해 교회 기관에서 나온 책은 100권 중 88권. 나머지 12권은 일반출판사 발행도서다.
일반출판사 도서의 경우 신심서적의 범주에 넣을 수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백악관을 기도실로 만든 대통령, 링컨’(2005년 2월)의 경우는 개신교 용어가 사용돼 일부 참가자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도서선정위원회는 교계출판사에서 발행해야 하고 신앙생활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내용으로만 신심서적의 범위를 축소시키기보다는 좀 더 넓은 의미에서 보다 많은 ‘양서’(良書)를 선정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실제로 ‘나무를 심은 사람’(2005년 1월 선정)이나 ‘우동 한 그릇’(2005년 4월), ‘대화Ⅱ’(2007년 4월) 등은 가장 기억에 남는 책으로 꼽힌다.
물론 신심서적 읽기라는 제목에 걸맞게 교회 전례력이나 교리와 관련된 책이 선정도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2005년 예수부활대축일을 앞두고 선정된 ‘부활의 기쁨 100배 맛보기’(2005년 3월)를 시작으로 순교자 성월에는 ‘너는 주추 놓고 나는 세우고’(2005년 9월)와 ‘강 건너 저편 - 소설 정하상’(2006년 9월)이 선정됐다. 2006년과 2007년 성모성월에는 ‘성모님과 함께 하는 31일 기도’(2006년 5월), ‘마리아, 살아있는 복음’(2007년 5월)이, 2005년 12월에는 ‘50가지 성탄 축제 이야기’가 선정도서로 소개됐다.
교리와 그에 따른 해설을 곁들인 책은 ‘미사 제대로 드리기’(2005년 3월), ‘공관복음·사도행전’(2005년 11월), ‘성경은 읽는 이와 함께 자란다’(2006.11), ‘알고 긋는 십자성호’(2007년 9월) 등 10여 권이다.
교회 인물의 일대기와 업적, 영성을 통해 신심을 살찌울 수 있는 책도 여러 차례 선정됐다. ‘추기경 김수환 이야기’(2005년 2월)를 시작으로 ‘백악관을 기도실로 만든 대통령, 링컨’(2005년 2월), ‘성 바오로’(2005년 6월), ‘요한 23세’(2006년 8월), ‘프란치스코 저는’(2006년 10월), ‘오상의 비오 신부’(2007년 12월) 등이다.
교계와 일반출판사 스테디셀러, 그리고 신자문인들의 삶을 진솔하게 담은 에세이류 책도 수차례 선정됐다. ‘대화 Ⅰ·Ⅱ’를 비롯해 ‘하늘에서 내려온 빵’(2005년 5월), ‘내 삶을 바꾼 칭찬 한마디’(2005년 7월), ‘뒤 늦게 만나 사랑하다’(2007년 10월) 등 비교적 가벼운 소재의 책은 자칫 교리·전례 위주 선정도서에 버거워하던 참가자들에게 신선한 청량제 역할을 했다.
안셀름 그륀 신부의 책이 100권 중 다섯 권이나 되는 것은 한 명의 저자에게 선정도서가 편중되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의 책이 교회 출판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선정과정에서 좀 더 다양한 저자의 책을 추천받아야 하는 책임도 있다. 이어 존 포웰 신부와 송봉모 신부의 책이 각 3권, 차동엽 신부와 이제민 신부의 책이 각각 2권씩 선정됐다.
‘신심서적 33권 읽기’ 도서선정위원회는 각 출판사에서 추천한 책(한 달에 두 권)을 모두 읽은 후 매달 한 번씩 모임을 갖고 도서를 선정했다. 일반 출판사 도서까지 포함하면 매달 선정위원들이 선정과정에서 읽은 책은 10여 권이 넘는다.
사실 신자들의 신앙심을 북돋우면서도 남녀노소 모든 계층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고르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도서선정위원회는 교회의 가르침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대중적이고 평이한 내용의 책을 선정하는 데 중점을 뒀다. ‘책이 너무 쉽다’거나 ‘신심서적이 아니다’라는 의견이 참가자들 사이에서 제기된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 볼 수 있다.
3년 동안 독서운동을 함께 해 온 출판사 관계자들은 “자신의 영혼에게 꼭 필요한 영적독서를 놓치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정말 유익한 운동이었다고 생각한다”며 “꾸준히 신심서적을 읽어 오신 분들은 이제 좋은 책 읽기 습관을 갖게 되었으리라 본다”고 밝혔다. 아울러 “가톨릭신문사가 선구적으로 시작한 독서운동이 본당이나 단체 등 교회 공동체가 계속 이어가 신자들에게도, 책을 만드는 사람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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