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살아가는 '바오로' 되십시오"
‘바오로 해’는 수도회 잔치 아닌 교회 모두의 기쁨
‘바오로 해’ 지내며 성인의 모습 안에서 평신도 정체성 묵상
로마 곽승한 기자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바오로 사도의 탄생 2000주년을 맞아 2008년 6월 28일부터 2009년 6월 29일까지 1년간을 특별희년 ‘바오로 해’(Pauline Year)로 지낸다고 선포했다. 보편교회는 이 기간 동안 이방인의 사도 바오로의 삶과 신앙을 기리게 되며, 한국교회도 바오로 사도의 영성을 따르는 수도회들을 중심으로 기념행사를 준비하기로 했다.
본지는 ‘바오로 해’를 맞아 성 바오로 수도회 총원장 실비오 사씨(Don Silvio Sassi)를 만났다. 인터뷰는 12월 1일 이탈리아 로마 성 바오로 수도회 총본원 총원장실에서 김태훈(리퓨죠) 수사와 황인수(이냐시오) 수사의 도움을 받아 이뤄졌다.
▲ 2008년은 사도 바오로의 탄생 2천년을 맞는 해입니다. 이 뜻 깊은 시기를 맞아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특별희년 ‘바오로 해’를 선포하셨습니다.
- 교황 성하께서는 특별희년 ‘바오로 해’를 선포하시면서 바오로 사도를 오늘날 보편교회의 모델로 제시하십니다. 바오로 사도는 완전히 ‘그리스도에 매혹되신 분’, ‘그리스도에게 사로잡힌 분’이라는 점에서 우리 교회가 모델로 삼아야 하고, 또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일치’라는 관점에서 우리가 본받아야 할 분이십니다.
▲ 특별히 바오로 성인의 삶과 영성을 따르는 바오로 수도회에는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 성 바오로 수도회의 창립자이신 복자 야고보 알베리오네 신부님은 시대의 요청에 응답하며 ‘오늘 살아 있는 바오로 성인의 삶과 영성을 따르는 수도회’를 창립하셨습니다.
우리 수도회의 카리스마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의 복음화’를 적극 실천 할 수 있는 은총의 해입니다. 특별히 ‘바오로 해’를 맞아 우리 공동체는 ‘커뮤니케이션에 기초를 두고, 바오로 성인의 영성을 읽어내고, 그 읽어낸 바를 살아갈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을 계획 중입니다.
▲ 바오로 수도회의 카리스마인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의 복음화’란 무엇을 뜻하는 것입니까.
- 모두가 교회에 나와 미사를 봉헌하고 하느님의 말씀을 듣지는 없습니다. 실제로 교회에 나가지 않는 사람들도 많고, 타종교를 믿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은 이들과 교회를 연결시켜 주는 중요한 고리입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은 커뮤니케이션의 범주 안에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복음화 시키면, 이를 접하는 모든 이들도 복음화 시킬 수 있습니다.
▲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 대부분의 한국인 신자들은 바오로 수도회 수도자들을 ‘책을 만들어 파는 사람들’ 정도로만 알고 있다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웃음). 여건상 책이나 음반 등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주요 활동 분야로 삼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실제로 우리 앞에 펼쳐진 분야는 더욱 넓고 큽니다. 책이나 음반은 물론 앞으로는 영화, 연극, 인터넷, 위성방송 등 무궁무진한 분야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통해 복음을 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활용’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 그래서 바오로회원들에게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수도자로서의 삶’과 아울러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전문성’이 요구됩니다. 우리 수도회만이 가진 성소의 특징이라고나 할까요. 저는 전문성이 결여된 바오로회원은 벙어리와 같다는 말로 이 특징을 설명하곤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사도직 일터에 ‘추수할 것은 많은데 일꾼이 참으로 부족’한 실정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많은 젊은이들이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해 ‘오늘날 살아 있는 바오로’가 되어주기를 희망합니다.
▲ 바오로 사도의 영성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십시오.
- 이방인들에게 하느님을 전한 바오로 사도의 영성은 ‘다마스커스 도상(途上)에서 만난 부활하신 그리스도 체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그리스도 체험은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 것입니다”는 갈라티아서 2장 20절의 말씀에 함축돼 있습니다. 즉, 바오로 사도의 영성의 핵심은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체험을 사는 것’입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오늘날 우리들에게 ‘선교’와 연결됩니다. ‘선교’는 그리스도의 체험을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눈다는 의미입니다.
▲ 오늘날 아시아 교회는 ‘이방인’ 입장의 변방 교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시아 대륙에서 바오로 사도의 영성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요.
- 최근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는 아시아 교회가 ‘변방’인가요? (웃음). 아시아 교회가 아직 ‘변방’이라 불린다면, 그 안에 살고 있는 아시아인들에게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전 생애를 선교 정신으로 불태웠던 바오로 사도의 영성과 삶은 전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특히 다양한 종교적 문화적 배경을 가진 아시아 권역에서 출발점은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관점이 아니라 사람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지요. 결국 세례를 받고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무엇보다 개인적인 의지와 결단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대부분의 교회 구성원들은 아직까지‘바오로 해’에 대해 관심이 적은 것 같아 염려스럽습니다.
- 이 질문에 대해서는 기자님이 한국에서 오신 분이니 더욱 할 말이 있습니다. 저는 지난해 11월 1일 한국의 정진석 추기경님을 찾아 예방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추기경님께 ‘바오로 해’에 대한 의미를 설명하고 한국 교회의 적극적인 협력을 요청했습니다. 정진석 추기경께서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통한 복음화에 종사하는 수도회가 있다는 것은 교회 공동체에 참으로 축복받은 일”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수도회는 ‘바오로 해’를 지내는 데 있어 우리 고유의 카리스마를 통해 전 세계의 교회와 협력해 나갈 것입니다. ‘바오로 해’는 바오로 수도회만의 잔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 한국의 바오로 공동체에게 당부하실 말씀이 있으신지요.
- 바오로 성인이 이방인들에게 파견되었듯, 바오로 수도회는 세상 속 커뮤니케이션 분야에 파견됐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사도직은 커뮤니케이션에서부터 출발해 선교로 열매를 맺어야 합니다. 창립자 신부님은 “우리 바오로 가족들에게 커뮤니케이션 수단은 또 하나의 교회다”라고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저는 새 서원 축복식이 열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현장을 찾아 주례 주교님께 “주교님, 교구에 또 하나의 본당이 생겼습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바오로 가족들에게 있어 ‘서원’은 단순한 책방이 아닌, ‘교회’이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바오로 해’를 사는데 있어 공동체 여러분들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마음을 써달라는 말입니다. 수도회 안에서 전례를 거행하는데 그치지 않고, 세상을 향해 세상을 위해 ‘바오로 해’를 알리고 지내시기를 바랍니다.
▲ 한국의 가톨릭 신자들에게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저는 특별히 ‘바오로 해’를 지내면서 여러분들이 사도 바오로의 모습 안에서 ‘평신도의 정체성’을 찾아보시기를 권합니다. 바오로 사도의 삶과 영성을 묵상하다 보면, 여러분들도 직장이나 가정 등 삶 안에서 평신도 사제직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될 것입니다.
첫 천년기가 유럽의 복음화 시기였고, 두 번째 천년기가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대륙의 복음화 시기였다면, 세 번째 천년기는 아시아 대륙의 복음화가 이루어지는 시기가 될 것입니다.
■ 성 바오로 수도회는
성 바오로 수도회는 알베리오네(Giacomo Alberione, 1884~1971) 신부가 사회 홍보 수단을 이용한 복음 전파를 목적으로 1914년 8월 20일 이탈리아 알바시에 설립한 활동 수도회이다. 수도회는 1926년 로마에 진출해 이듬해 3월 12일 교구 관할 수도회로 인가를 받았다.
이후 프랑스(1932), 일본(1934) 등지로 진출 하던 중, 1941년 5월 10일 교황 비오 12세로부터 회헌 인준과 더불어 교황 직속 수도회로 인가받았다.
한국에 진출한 시기는 1962년이다. 한국 준관구는 현재 서울시 강북구 미아9동 103-36 현지에 있다. 한국 바오로 가족으로는 성 바오로 수도회를 비롯해, 성 바오로 딸 수도회, 스승예수의 제자 수녀회, 선한 목자 예수 수녀회, 사도의 모후 수녀회 등 5개 수도회가 있다. 이중 사도의 모후 수녀회를 제외하고 모두 한국에 진출해있다.
이밖에 바오로 가족으로 성 마리아 영보회, 예수 사제회, 성가정회, 바오로 협력자회 등이 재속회로서 한국에 진출해있다. (유재우 기자 jwyoo@catholictime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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