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곳곳에 전하였다‘하느님은 사랑’이심을
이방인들의 사도라 불리는 바오로 사도. 그는 세 차례에 걸쳐 광범위한 전도 여행을 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민족적·지역적 종교가 인류 전체를 향한 세계 종교로 탈바꿈했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한 삶을 철저히 산 그리스도인이면서 지중해 곳곳에 예수를 널리 전한 사도이자, 예수 그리스도의 관점에서 인생을 관조한 신학자로 평가받는다.
학계에서는 바오로 사도가 A.C. 5~10년 사이에 태어난 것으로 추정한다.
독실한 유다교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철저한 바리사이로 처신했다. 사도행전에 따르면 그는 어려서 예루살렘에 유학해 힐렐 율사의 손자이며 당대 최고의 율사였던 가믈리엘 1세 아래서 율법 공부를 했다고 한다. 이와 함께 태생 로마 시민으로 시민권에 따르는 특전을 누렸다.
33년경 바오로는 다마스커스 교회를 박해하러 가던 도중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 그리스도인 및 사도가 되었다. 이는 바오로 사도의 앞날을 좌우한 결정적인 사건이었다. 이후 바오로 사도는 율법과 성전에 대해 비판적인 신앙 노선을 따르며 유대 민족 테두리를 넘어 이방인들을 활발히 전도, 스스로를 이방인들의 사도로 자처하곤 했다.
회심 후 그는 다마스커스 교회를 방문해 세례를 받고 설교했다고 한다. 아라비아로 떠났다 미움을 사 다마스커스로 피신했고 36년경 예루살렘으로 상경해 보름 동안 베드로와 함께 지냈다.
그 무렵 스테파노의 순교를 계기로 흩어진 해외 유다계 그리스도인들이 시리아의 수도 안티오키아에서 유다인들 뿐만 아니라 이방인들에게도 전도해 유다인과 이방인의 교회를 창립했다. 예루살렘의 사도들은 그 교회를 돌볼 책임자로 키프로스 섬 출신인 사제 바르나바를 파견했다. 바르나바는 바오로 사도를 초빙해 만 1년(44~45년경) 동안 안티오키아 교회를 돌봤다. 그 뒤 바오로 사도는 세 차례에 걸쳐 지중해 동부 지역으로 광범위한 전도 여행을 했다.
제1차(45~49년경) 제2차((50~52년경) 제3차(53~58년경) 전도 여행을 통해 바오로 사도는 ▲예루살렘 사도 회의 참석 ▲갈라티아, 그리스 등에 교회 설립 ▲다수의 유다인 전도 ▲데살로니카서, 로마서 등을 집필 하는 등의 업적을 남겼다.
그는 전도하면서 스스로 생계비와 전도비를 조달했다. 자신이 신자들에게 신세를 지거나 돈 때문에 전도한다는 오해를 받기 싫어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드러나진 않았으나 51~52년경 고린토에서 전도할 당시 천막짜는 일을 했다고 한다. 그는 필립비 신자들이 주는 도움은 받아들였다. 이는 그들이 바오로 사도의 무사무욕(無私無欲)한 본심을 늘 믿었기 때문이다.
64년 네로 황제가 로마시에 불을 지르고 나서 여론이 좋지 않자 그는 그리스도인들을 방화범으로 몰아 4년(64~68년경) 동안 모진 박해를 했다. 이 때 바오로 사도가 순교했다. 그는 세례자 요한처럼 참수형을 당했다.
바오로 사도는 유다교 율법은 폐기됐지만 율법의 기본 원리인 ‘이웃 사랑’만은 영구히 유효하다고 했다. 그는 주로 예수의 죽음과 부활, 재림에 관한 전승들을 자신의 서한집에 수록했다. 이는 그가 물려받은 그리스도 전승의 핵심이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이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하느님의 의로움, 속량, 자유, 하느님의 사랑·그리스도의 사랑이란 주제로 구원론을 마련했다. 하느님의 의로움은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품성인 ‘하느님의 자비’로서,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사도들이 복음 선포해 선민과 만민에게 알려졌으며, 인간은 복음선포를 받아들이는 믿음으로써 그 은혜를 받는다는 것이다. 속량(사들임, 값)은 그리스도의 십자가상의 희생을 뜻하고 그 희생으로 그분은 율법의 노예들을 하느님의 양자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자유는 바오로의 친서에 여러 차례 언급된다. 이는 하느님의 의로움을 받아 의롭게 된 사람은 죄와 율법, 죽음으로부터 자유롭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장차 그리스도와 함께 있게 될 때 완전한 자유를 누린다는 의미다.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두고 바오로 사도만큼 심사숙고한 사람도 드물다. 그는 ‘사랑’의 관점에서 예수 사건을 풀이하며 하느님은 사랑의 원천이라고 했다.
‘책과 미디어’로 배우는 바오로 사도
성인의 삶을 소개한 책 가운데 ‘사도 바오로’를 주제로 다룬 책은 ‘예수 그리스도’ 다음으로 많다. 바오로가 그리스도교에 끼친 영향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며, 무궁무진한 이야깃거리가 바오로의 사상에 숨어 있다는 뜻도 된다. 2008 ‘바오로 해’를 맞아 바오로 사도의 삶과 영성의 발자취를 살펴보는 책들을 소개한다.
‘오늘 함께 걷는 바오로’(카를로스 메스테르스/김수복 옮김/바오로딸/188쪽/9500원)는 바오로 사도가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살펴보는 책이다. 연대기적 나열에 따라 사도 바오로의 생애와 행적을 다루고 있지만, 책은 기존의 성인전과는 다른 독특한 면모를 보인다. 당시 공동체와 시대상황을 오늘날의 세상에 반추시켰다는 점도 흥미롭다.
‘타르수스의 바오로’(박태식 지음/바오로딸/224쪽/7000원)는 바오로 사도의 생애와 사상을 집중적으로 다룬 책이다. 책은 두 부분으로 나눠, 1부 에서는 바오로라는 이름부터 시작해 출생지와 가족 관계, 성품, 직업, 시대적 사회적 배경, 회심과 회심 이후 행적, 3차례의 선교 여행과 죽음까지 생애 전체를 다룬다. 2부에서는 그의 수사학과 그리스도론, 인간론, 종말론, 구원론, 신론과 창조론, 교회론에 이르기까지 그의 사상 전반을 살펴본다.
‘바오로 스케치’(최광복/도서출판 빅벨/173쪽/7000원)는 초기 그리스도교 형성과 발전에 크게 기여한 바오로 사도의 생애와 업적을 알기 쉽게 풀어쓴 책이다. ‘오늘, 새롭게 보는 사도 바오로’라는 부제의 이 책은 바오로 성인을 연구하는 성경학자들의 최근 결과물들을 스케치하듯이 소개했다.
어린이들을 위한 책도 있다. ‘바오로야 땅 끝까지 가볼까’(김유미 글/김옥순 그림/9000원)는 바오로 사도의 삶과 신앙을 어린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꾸민 창작 그림동화다. 바오로딸 성서이야기 시리즈의 열세 번째 권이다. 4~8세 어린이용. 이밖에 ‘최초의 선교사 사도 바오로’(가톨릭출판사), ‘바오로의 편지들-성서 길잡이 4’(가톨릭출판사), ‘바오로’(성서와함께) 등도 바오로 사도를 소개하는 양서들이다.
‘책 읽기’가 지루하다면 ‘영상 매체’를 권한다. ‘바오로, 타르수스에서 세계로’(바오로딸/3만원)는 바오로 사도의 복음 선포 여정과 생애, 사상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DVD로 출시된 이 작품은 그리스도교 초창기 인물들의 생애를 기록하는데 활발한 활동을 펼친 알베르토 카스텔라니 감독의 역작이다. (곽승한 기자 paulo@catholictimes.org)
사진설명
▶다마스커스로 교회를 박해하러 가던 중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 회개하는 바오로 사도를 표현한 그림.
▶성 바오로 대성당. 로마의 4대 대성전 중의 하나로 사도 바오로의 무덤 위에 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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