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사람들, 하느님의 사람들이 되어 주십시오.”
수원교구장 최덕기 주교는 2008년 새해를 맞으면서 2007년 12월 21일 교구청 집무실에서 가톨릭신문과 가진 대담에서 ‘영성으로 충만한 평신도들의 공동체’에 대한 강한 염원을 드러냈다. 최주교의 말 하나하나에는 소공동체와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를 기반으로 희망에 가득찬 교구 공동체를 실현하겠다는 간절함이 배어 있었다. 대담 내용을 요약한다.
▲ 2008년 새해를 맞았습니다. 지난 한해도 교구는 복음화를 위해 참으로 많은 일을 했습니다. 새해를 맞는 주교님의 소감과 신년 소망을 들려 주셨으면 합니다.
-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했습니다. 새 대통령과 함께 우리 모두가, 또 우리 사회가 희망을 찾는 한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교구 내적으로는 미래를 여는 교구로 새롭게 틀을 짜는 한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 주교님께서 사목교서에서 말씀해 주신 것처럼 교회의 사명은 복음 전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수원교구가 전개해온 지금까지의 복음화 노력의 성과는 어떻게 보시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추진해 나가실지 말씀해 주십시오.
- 수원교구의 복음화 성과에 대하여 물으면, 주님께 그리고 교구민들께 항상 부끄럽습니다. 선교율, 주일미사 참례율, 소공동체 참여율,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 사회복지 활동 등 무엇 하나 크게 내놓을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2008년은 ‘바오로 해’를 맞습니다. 이를 통해 교구 전체에 선교 열기가 살아나길 바랍니다. 또 교구는 수단에 선교사제를 파견합니다. 수단 선교를 기점으로 앞으로 해외 선교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교구가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또한 2008년에는 영성 담당 사제 제도를 도입해 교구가 더욱 영적으로 깊어지고 풍부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교구 설정 50주년도 준비해야 하고, 평생교육원도 건립해야 하는 등 그 어느 때 보다 바쁜 한해가 될 것 같습니다.
▲ 주교님께서는 가정 성화에도 각별한 관심을 쏟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성가정과 관련해 교구의 사목 방침과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 수원교구는 제1차 시노두스를 한 후, 소공동체 활성화와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에 지금까지 올인 해 왔고, 또 앞으로도 그렇게 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가 잘 이뤄지기 위해서는 그 근원을 이루는 가정의 성화가 먼저 이뤄져야 합니다. 그러므로 시노두스 실현과 가정의 성화가 별개의 것이 아닙니다. 시노두스 실현을 근원적으로 더 잘 하기 위하여 가정의 성화를 이루고자 하는 것입니다.
가정성화 운동의 핵심이요 목표는 ‘기도하는 가정’을 이루는 것입니다.
‘기도하는 가정’을 이루기 위해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것들이 바로 전례에 함께 참여하는 가정, 대화하는 가정,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가정입니다. 성가정 운동은 한번 하고 끝내는 그런 운동이 아닙니다. 2008년에도 지속적으로 이 운동을 펼쳐 나갈 생각입니다.
▲ 소공동체 활성화와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도 주교님께서 꾸준히 강조하시는 내용입니다. 2008년에는 교구를 움직이는 이 두 가지 수레바퀴가 어떻게 나아가길 희망하고 계신지요.
- 수원교구의 2008년도 사목정책의 큰 틀이 소공동체 활성화와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라는 점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위에서 말씀 드린대로 이 두 가지를 더 잘 실현시켜 나가기 위해서 그 근원을 이루는 가정의 성화를 이루어 나가려는 것입니다.
수원교구는 이제 대리구제의 안정과 함께 2008년에도 소공동체 활성화와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를 위해 다시 한번 도약하는 해가 되고자 합니다.
소공동체 활성화를 위해서는 우선 본당과 대리구 그리고 교구 차원에서 지속적인 봉사자 양성과 봉사자들의 자질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또 소공동체 모임 방법을 성경 말씀과 사도직 활동 중심으로 해 나갈 계획입니다.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를 위해서는 우선 가정 기도가 활성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 청년들이 청년 성서연수, 비다누에바, 선택, 젊은이 기도모임, 도보성지 순례, 청년 전례 연수 등 영육적 성장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에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 교회와 사회 안에서 평신도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평신도들에게 당부하고 싶으신 점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십시오.
- 평신도는 교회의 중요한 구성원이자 뿌리입니다. 특히 우리는 전문화를 요청하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사회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추고 살아가고 있는 평신도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문제는 평신도들이 사회적 전문성을 갖추었으나 교회 정신과 영성을 지닌 ‘교회의 사람들’이 되고 ‘하느님의 사람들’이 되어 우리 사회 구석구석, 그리고 교회 안에서 누룩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므로 평신도들이 교회 정신으로 무장해 영성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이들을 교육하고 육성시키며 피정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돌보아주는 체제가 갖추어져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사이버 신학대학 설립이 이뤄져야 하겠습니다. 또 교구 및 대리구, 본당별로 평신도 봉사자를 관리하고, 평신도들이 생활 속에서 신앙을 드러낼 수 있도록 하는 틀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한국교회는 태생적으로 ‘평신도 교회’였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평신도 교회 모습을 잘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한국교회 초창기에는 ‘명도회’를 통하여 평신도 활동이 활발하였고, 선교사 시대에는 ‘회장제도’를 잘 활용하여 ‘평신도 교회’ 모습을 살려 나갔습니다. 이제 오늘날에 있어서 어떤 전략으로 ‘평신도 교회’ 모습을 살려 나가야 할지, 그 중심축을 잘 형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중심축은 바로 ‘봉사자 그룹’입니다. 교구와 대리구 본당의 봉사자 그룹을 통해 ‘평신도 교회’의 모습을 살려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 봉사자 그룹을 교육하고 육성하며 관리하는 체제를 잘 갖추느냐 못갖추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관건입니다.
특히 ‘평신도 교회’로 발돋움 하기 위해서는 소공동체의 중요성을 빠트릴 수 없습니다. 소공동체 모임의 목적은 평신도 봉사자들에 의하여 평신도들이 함께 모여 기도하고 공부하며 사도직 활동을 함으로써 영적 발전을 이루어 나가는, ‘작은 교회’가 되기 위함입니다.
평신도들이 소공동체 모임에 적극 참여하고 소공동체를 통하여 함께 기도하고, 성경말씀을 통하여 영적인 힘을 받으며 사도직 활동을 통하여 생활하는 신앙인들이 될 때 평신도가 중심이 되는 ‘평신도 교회’도 실현될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교구민들이 소공동체 모임에 적극 참여하기를 바랍니다.
▲ 주교님께서는 그동안 ‘가톨릭신문 수원교구’에 많은 격려를 해 주셨습니다. 저희도 그러한 관심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교구 언론 매체인 ‘가톨릭신문 수원교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말씀을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우선은 교구민들이 교구와 대리구의 정책을 잘 알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랍니다. 또 교구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설문조사 등을 통해 늘 들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현장과 동떨어진 신문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그래야 신문이 생동감이 있고 교구 공동체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교구 대리구 본당 봉사자들이 교회 생활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교육, 육성, 피정, 관리 등 틀을 만들어 주었으면 합니다. 또 교회에 있는 여러 가지 보화들을 캐어 독자들에게 전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 보화들은 바로 수도회와 성지 등입니다. 아름다운 봉사자들, 천주교 신앙을 가진 유명인사 등에 대한 소식도 함께 다뤘으면 합니다. 사회인이 교회에 바라는 생생한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밖에 교회생활에 필요한 신선한 아이디어들을 많이 제공해 주었으면 합니다.
▲ 감사합니다. 끝으로 희망찬 새해를 맞아 교구민들에게 신년 덕담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신앙에 뿌리를 박고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입니다. 현실이 비록 십자가의 죽음 같다 할지라도 그 가운데에서도 부활을 내다보며 희망을 가지고 웃으며 죽어갈 수 있는 사람들이어야 합니다.
교구장 주교로서 새해를 맞아 교구민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희망’입니다.
교황님께서도 최근 발표하신 회칙에서 ‘희망’을 강조하셨습니다. 미래를 향하여 희망을 가지고 힘차게 나아가는 사제들이 되고, 수도자들이 되며, 평신도들이 되시길 바랍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