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제 딸 좀 살려주세요…”
“하느님의 참다운 뜻이 과연 무엇일까요? 이 미덥지 못한 세상에서 죄를 더 짓지 말라고 일찍 데려가시려는 것인지요? 내일이라도 의식이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네요. 빌어 주세요. 원망하고 싶어도 원망할 수 없어 간구합니다. 제발 제 사촌동생을 돌려달라고요.”
가톨릭 관련 카페 이곳, 저곳에 한 사람이 사연을 올려 ‘기도만이라도 해줄 것’을 부탁하고 있었다. 사연을 적은 이는 조승호(아오스딩·40·서울 시흥4동본당)씨다. 원인모를 화마로 조씨의 어머니는 크게 다치고, 같이 살던 사촌동생은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것이다.
새벽 3시. 냉장고의 ‘펑’소리와 함께 집에 불이 붙었다. 잠을 자고 있던 조씨의 어머니가 다른 방에서 자던 조카 문애선(26·율리안나)씨를 다급히 깨웠다.
“이모, 저 여기 있어요!” “불이야!”
조카 문씨의 마지막 말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독가스를 마신 채 그대로 쓰러졌다.
문씨의 어머니 유화숙(임마누엘라·56·전라도 광주 학운동본당)씨도 화마가 일어난 지 1시간 후 그 소식을 전해 들었다. 딸이 전라도에서 서울로 일자리를 구해 좋아한 것이 엊그제인데, 이모 집에서 살며 열심히 직장을 다니던 그 착한 딸이 혼수상태라는 것을 어머니는 믿을 수 없었다.
현재 문씨는 죽음과 치열한 사투를 벌이는 중이다. 모든 것이 뇌사판정에 가까운 증상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통증반응만은 살아있어 뇌사로도 판정이 나지 않았다. 한강성심병원 김용욱 담당의사는 “일산화탄소를 과다 흡입해 패혈성 쇼크까지 일어났지만 본인의 의지가 강해 계속 버티는 중”이라고 말했다.
유화숙씨가 말했다.
“너무너무 착하고 열심히 살았던 막내딸이에요. 꿈만 같고, 당장이라도 살아서 웃을 것 같고….”
14년 전 남편과 사별해 넉넉지 못한 살림에도 유씨는 호스피스 봉사를 하며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전해왔다. 딸 문씨도 성경공부 봉사자, 성가대 활동을 하며 바쁜 시간을 쪼개 주님의 일에 충실했다.
“엄마가 그동안 같이 데리고 살지 못해 너무나 죄스럽고 미안해. 열심히 살게. 주님의 뜻으로 네가 저 세상에 간다고 해도 네 몫까지 꼭 참되게 살게.”
※계좌번호
우리은행 702-04-107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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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톨릭신문사
기사입력일 : 2008-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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