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평일에 우연히 들어선 성당에서의 특강. 온통 어른들로 가득차 선뜻 발을 들여놓을까 망설이기도 했지만 하느님께서 주신 기회라는 생각에 뒷자리에 조용히 앉았어요.
혼자 묵상할 마음으로 찾은 성당이었지만, 평소 바쁜 스케줄로 피정 등에 참여하기 어려운터라 어떤 말씀들을 나누시는데 새삼 궁금하기도 했지요.
그때 들었던 신부님의 말씀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해요.
신부님께서는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습관 딱 한가지씩만 고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이것저것 욕심낼 것이 아니라 딱 한가지라도 변화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이든 열매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이 기억에 남았답니다.
그 자리에 앉아있으면서, 세상 모든 일이 두렵고 힘들어도 나 혼자가 아니구나. 이렇게 공동체 안에서 힘을 얻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하느님과 함께 또 이웃과 함께한다는 것은 제 삶에서 정말 소중한 경험이예요.
연예활동을 하면서 사실 마음먹은 만큼 봉사활동에 참여하기는 힘들었어요. 하지만 아제르바이젠 난민촌에서 봉사했던 기억은 주님의 특별한 초대로 느꼈었답니다.
연예활동을 하면서 사귄 절친한 친구가 있었는데, 어느날 그 친구가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되었어요. 친구를 떠나보내고 한동안 아무 일도, 생각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한 단체에서 제의를 해왔어요. 동유럽에 위치한 아제르바이젠 난민촌으로 봉사를 가자는 것이었어요. 개인적으로는 너무 경황이 없는 상황이었지만 저는 자연스럽게 그곳에 가야한다는 것을 느꼈어요.
아제르바이젠에는 영토분쟁으로 인한 난민이 120만명 이상 있습니다. 그들은 질병과 가난으로 찌들어 마치 6.25 전쟁 당시 우리나라를 보는 듯 했어요.
아이들은 먹을 물이 없어 힘들어했고, 어른들은 전쟁으로 몸이 성한 곳이 없어서 아이들을 먹여 살릴 수 없었어요. 또 어떤 곳은 갖가지 해코지들이 많아 무척 위험했어요. 그런 상황에서 난민을 만난다는 것은 목숨을 내놓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당시 난민구호가 한비야(비야) 선생님과 동행했었거든요.
그러한 어려움에도 아랑곳없이 난민들을 돌보는 일을 꾸준히 해온 한비야 선생님은 마치 살아있는 순교자 같아 보였습니다. 백마디 말보다 용기있는 행동으로 사랑을 실천하고 또 우리에게 보여주었기 때문이지요.
한비야 선생님은 긴급구호활동을 하면서 또 다른 하느님을 만난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러나 저는 선생님에게서 하느님의 모습을 보았답니다.
5일간 짧은 시간 동안의 봉사였지만 식량을 나눠주고 구호활동을 하면서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어려운 이들과 함께하면서 그동안 저에게 일어났던 일들도 돌아보게 되었지요.
친구를 떠나보냈고…. 저는 많은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하느님을 더 가까이 찾게 되었어요. 커가면서 믿음이 부족했던 나의 신앙, 방송활동 중단과 휴식, 난민촌에서의 봉사활동…. 자연스럽게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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