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이 생긴다. 이 욕심만큼은 꼭 채우고 싶다. 남들 모두 가는 곳이 아닌,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나만의 공간’으로 영적 여행을 떠나고 싶다. ‘신자들이 잘 모르는 숨은 성지는 어디일까….’각종 자료를 뒤지기 시작했다. 생소한 성지 이름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요당리 성지(경기도 화성시 양감면 요당리). 찬바람 등에 이고 그렇게 길을 나섰다.
수원역에서 버스를 타고 발안에 도착, 다시 안중 방면 버스로 갈아타 고잔저수지 앞에서 내렸다. 평택 안성간 고속도로 청북인터체인지와 서해안 고속도로도 서평택 분기점이 지척이다. 요당리성지 홈페이지(www.yodangshrine.kr/main.php)에서 내려받은 지도를 따라 약 20여 분을 걷자, 성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장주기 요셉 성인 태어나 성장한 곳
200년 넘게 신자들의 기억에서 잊혀졌던 성지. 하지만 요당리성지 만큼 많은 성인과 순교자의 발자취를 함께 아우르는 성지도 드물다. 장주기 요셉 성인과 최근 시복시성 추진 중인 장 토마스가 태어나 성장한 곳이 바로 이곳이다. 또 정화경 안드레아 성인이 이곳에서 공소회장을 지냈고, 성 앵베르 범 주교도 박해를 피해 이곳으로 피신했다. 교회 재정을 확보하기 위한 전답이 운영되었던 요당리성지는 또 민극가 성인의 발자취도 함께 아우르는 등 신유박해(1801년)를 기점으로 신앙의 씨앗이 뿌려진, 수원지역 대표적 신앙 유산 중 하나다.
특히 바닷물이 유입되어 뱃길이 열렸던 이곳은 충청도와 경기도 내륙, 서울을 잇는 선교 루트의 교두보 역할을 하였던 곳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기해년(1839년)과 병인년(1866년)에 일어난 두 번의 박해를 통해 수많은 신자들이 순교로 하느님을 증거한 곳이기도 하다.
‘기도의 광장’이 먼저 순례객을 맞는다. 중앙에는 성모상이 모셔져 있고, 왼쪽으로는 십자가의 길이, 오른쪽으로는 로사리오 길이 조성돼 있다. 묵주 기도가 끝날 무렵이면 ‘성역화 광장’에 이른다. 대형 십자가와 성인?순교자 묘역, 중앙제단이 설치돼 있다. 그 옆으로 천막성당이 보인다. 사무실은 컨테이너다.
불모지로 방치… 성지 개발 노력 가시화
정확히 1년 전이다. 요당리성지 전담 김대영 신부는 2006년 12월 24일 이곳에 천막을 세우고 첫 미사를 봉헌했다. 김신부가 반갑게 맞았다.
“성지에 신자들이 한명도 보이지 않네요….” “아직 교구 신자들 조차도 이곳에 성지가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사람이 많아서요….”
김신부는 최근 각 성당을 돌며 미사 강론을 하는 등 성지 개발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이 가시화될 경우, 요당리성지는 앞으로 수도권 지역 인기 성지로 부각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성지가 서울과 미리내성지, 갈매못성지가 각각 자동차로 1시간 이내 거리에 위치해 있고, 특히 인근에 제부도와 대부도를 비롯해 궁평리 해수욕장, 용릉, 갯벌 등 영적 육체적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천혜의 자연조건도 함께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김대영 신부는 “요당리성지는 많은 성인 및 순교자들의 신앙이 배어있는 유서 깊은 성지인데도 불모지로 방치되고 있어 안타깝다”며 “신앙의 뿌리를 찾는 작업인 요당리성지 개발에 많은 신앙인들의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성지에 2시간 가량 머물렀다. 성지를 독차지한 느낌이다. 순례객이 한명도 없다. 김대영 신부에게 인사하고 성지를 빠져 나와 걸었다. 성지에는 그렇게 신부 혼자 남았다. ‘휘잉~ 휘잉~’ 찬 겨울 바람이 칼이 되어 얼굴을 베고 간다.
■ 순례 및 후원 문의 031-353-9611(9725)
■ 장주기 요셉 성인은 1803년 요당리(느지지)에서 출생한 장주기 요셉 성인은 이 곳에서 성장하며 세례를 받고(1826) 가족과 일가 친척에 복음을 전했다. 1843년 박해를 피해 배론성지(원주교구)로 이주(1843)한 성인은 자신의 집을 신학교로 쓰도록 봉헌하고, 신학생들에게 한문을 가르치는 등 신학생 및 선교사들의 뒷바라지에 헌신했다. 이후 병인방해(1866)때 체포돼 서울로 압송된 성인은 1866년 3월30일 성 금요일에 충남 보령, 현 갈매못에서 64세 나이로 다블뤼 주교와 황석두 루카 회장 등과 함께 참수치명 당했다. 성인의 유해는 현재 서울 절두산성지에 모셔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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