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관심 필요해요
아무렇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아무렇지도 않았으면 좋겠어.
아무렇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아무렇지도 않았으면 좋겠어.
세상 모든 일에 아무렇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세상 모든 일, 주님이 허락한 일을 제외하고
그 어떤 일에도 귀를 열지 않고
심지를 달리하지 않기를
소녀야.
아주 어린 시절 그 소나무 숲에서 불어오던
그 바람을 너는 기억하니.
오는구나 그날들이… 내게
그러나 또 나는 돌아올 것이라 했다.
하느님을 사모하던 한 소녀가 오늘 이렇게
지쳐 있음을 하느님 살펴주소서.
-아제르바이젠에서 쓴 일기장의 첫 장에서-
아제르바이젠으로 봉사를 떠날 때 그곳에는 아직도 전쟁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며 만류하는 이들이 있었어요.
하지만 위험하다고 안 갈 수는 없었어요. 어차피 사고가 날 운명이라면 집에 있으나 밖에 있으나 마찬가지잖아요. 두려움 같은 것은 없었어요.
아제르바이젠에서의 일주일 여정은 일기장에 조금씩 담아두었어요.
당시엔 비행기를 탈 때부터 벌써 마음이 무거웠어요. 왜 그럴까 생각에 빠졌지요.
“사람은 간사한 동물이다. 나는 이제껏 생각으로 밖에 그들을 거들지 못했다. 드디어 이런 날이 온 것은 그런 나를 하느님이 두고 보고 아셨기에, 이제는 더 가까이 가라고 보내신 것만 같다.”
아제르바이젠에서 만난 아이들은 너무 춥고 어두운 교실에서 여러 장의 낡은 옷들을 껴입은 채 특별히 공부라고 할수도 없는, 가장 기본적인 교육을 받고 있었어요.
그 학교의 건물은 예전에는 화학 공장이었다고 하더군요. 아이들은 그곳에서 아무런 정수과정도 거치지 않은 하수도물을, 그것도 학교서 조금 떨어져 있는 비위생적인 화장실에서 마시고 있었어요.
그 때문에 아이들은 설사와 기관지염과 같은 질병을 앓아야만 했지요.
아이들이 아무렇지 않게 웃고 장난치며 그 물을 마실 때 나는 먹으라는 말도, 먹지 말라는 말도 할 수가 없었어요. 그들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병에 걸려 죽으나, 목이 말라 죽으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었지요. 인간이라 하기에는 너무 혹독한 하루 하루를 보내는 이들을, 전 차마 위로할 수도 없었습니다.
척추가 너무 심하게 휘어서 어깨가 많이 튀어나와 불편해 보이는 세비앙이란 여자 아이는 가수가 꿈이라고 했습니다.
세비앙을 만난 날 저는 이 아이를 위해 짧은 노래 수업을 하고, 그 아이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건강하게 크기를 기도했습니다. 그날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전부였어요.
‘너희 엄마 어디 계시니?’하면 모두가 하나 같이 크게 울어버리는 아이들. 하지만 축구공 하나에 기뻐하며 걱정을 잊는 아이들. 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크지 않은 관심과 사랑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사입력일 : 2008-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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