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짝사랑 해 왔던 작품들 소개”
20여 년간 100개 넘는 성당 건축한 알빈 신부
실용성 아름다움 담긴 건축물들 대중에 첫 선
1958년부터 197 8년까지 20년 동안 122개의 교회 건축을 비롯해 무려 185개 건축물을 설계했으면서도 우리 기억 속에 묻힌 알빈 신부(성 베네딕도회, 1904~197 8)의 건축 행적이 담긴 책이 나왔다. ‘건축가 알빈 신부’(김정신 지음/분도출판사/180쪽/1만7000원)가 그것.
성 베네딕도회 오딜리아 연합회 한국진출 백주년을 기념해 첫 번째로 발간된 이 책의 집필자 김정신 교수(단국대 건축학과)를 만나봤다.
“20년 동안 알빈 신부님이 한국에서 건축한 양은 세계 교회건축사상 유례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건축계에 잘 알려지지 않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대중들에게 알빈 신부를 처음으로 소개하는 이 책에는 20년간 알빈 신부의 건축물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분석한 김교수의 노력과 땀이 담겨 있다.
김교수는 어릴 적부터 고향 부산에 위치한 ‘한독실업학교’를 비롯해 왜관, 김천, 구미, 점촌 등에 세워져 있는 묵묵히 아름다움을 발하는 비슷한 모양새의 건물들을 자주 접하며 건축학도에 대한 꿈을 키웠다.
그러던 중 1994년 한국 가톨릭 성당 건축사를 정리하면서 그 건물들이 모두 알빈 신부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흰 외관에 평범해 보이는 건물들이지만 내부에 들어가 보면 세밀한 치수에 의해 계산된 실용성,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 건물들은 김교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후 그는 알빈 신부 건축물들을 순례했다. 그 안에 담긴 신학적, 사회학적 원칙을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알빈 신부님 작품들은 ‘흙 속에 숨겨진 보물 같은 존재’”라고 설명하는 김교수는 “외관으로 봤을 때는 가치를 다 알 수 없지만 성당 안에서 미사를 드릴 때 진수를 느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책에는 그간 찾아다닌 건축물 중 일부가 컬러사진과 함께 소개되어 있다. 또한 알빈 신부의 생애와 건축 이념, 특징은 물론 김교수가 직접 그린 주요 건축 도면 등이 담겨있다. 특히 책 후반부에 알빈신부 설계작품 목록을 시대별로 정리해 놓았으며 현재 건물 상태에 대해서도 기록하고 있어 독자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신부님 작품을 접하면서 저도 모르게 그를 짝사랑해 왔던 거 같습니다. 제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도 많은 교회건축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신부님 영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알빈 신부 작품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는 김교수는 “회화를 전공한 신부님은 성미술과 성당 내 가구 등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며 “다음에는 그의 미술작품 등을 정리해 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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