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 빛, 사랑 전하는 어진 목자 되소서
교구민 전체가 손 꼽아 기다리던 부산교구 제4대 교구장 착좌식은 신임 교구장의 스타일대로 짧고 간소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착좌식 현장에서 보여준 신자들의 화합된 모습과 기도 열기 만큼은 ‘최고’였다.
스스로를 한 없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낮추면서 신자들의 많은 기도를 부탁한 황주교는 착좌식과 교구장으로서 처음 집전하는 사제 부제 서품식에서 차분하고 절도있는 모습을 보였다.
○… 비표없는 신자들로 성전 앞은 빼곡. 주교좌 남천성당에는 이른 시각부터 교구장 착좌와 새사제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신자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착좌식 2시간 전부터 성전 출입은 통제되었고, 비표가 없어 성전에 들어오지 못한 신자들은 성전 입구에 선 채 기도로써 교구장 착좌를 축하했다.
부산교구 초대 교구장부터 4대 교구장까지 모든 착좌식에 참석했다는 이우락(클레멘스 남산본당)씨는 여든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이날 행사장을 찾아 “100주년을 향하는 부산교구에 훌륭한 교구장님이 탄생하셔서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 “한 컷도 놓치지 않겠다.” 부산교구 역사에 길이 기억될 4대 교구장착좌 행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기 위해 교구 가톨릭사진가회 회원들이 두 팔을 걷어 붙였다. 부산교구 봉사자임을 알리는 조끼를 입은 사진가회 회원 10여 명은 행사 내내 각자 정해진 위치에서 ‘최고의 명장면’을 뽑아내기 위해 쉼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가톨릭사진가회 회원으로 이날 사진 촬영 봉사를 한 정인옥(아가다 남천본당)씨는 “부산 교구민들이 희망하던 황철수 주교님의 착좌식에 사진 촬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어 기쁘다”면서 “렌즈를 통해 보이는 신자들의 표정이 기쁨과 감동으로 가득해 촬영 내내 흐뭇했다”고 말했다.
○… 때론 장엄하게, 때론 아름답게. 이날 착좌식의 처음부터 끝까지 적재적소에 어울리는 음악을 선사한 교구 연합성가대는 준비한 모든 성가를 마치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주교좌 남천성당 중앙성당 성가대와 새 사제 탄생 본당 성가대, 그레고리오 성가단, 신학생 성가대 등과 소년의 집 오케스트라가 조화를 이룬 성가는 착좌식의 기쁨과 감동을 더하기에 충분했다.
이번 연주에서 400여 명 단원을 지휘한 유영철 단장(부산가톨릭음악인협회 회장)은 “교구 역사상 중요한 날에 훌륭한 성가 단원들과 오케스트라와 함께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룰수 있어 무한한 영광이었다”고 전했다.
○… 성수예식. 입당 전 장내의 소란스럽던 분위기가 정리되고 성가대에서 Asperges me(참회예절 성수를 뿌릴 때 부르는 그레고리안 성가)가 흘러 나왔다. 황주교는 신자들에게 성수를 뿌리고 제대 앞으로 가서 무릎을 꿇고 오랜 시간 기도했다. 착좌식과 서품식에 앞서 참회예절을 하며 기도를 바친 황주교와 신자들은 새롭게 시작하는 교구 100년에 하느님의 크신 은총을 청했다.
○… 부산일보, 국제신문, 뉴시스 등 일반 언론도 열띤 취재 경쟁. 황철수 주교는 보좌 주교와 교구장 직무대행직을 수행하며 교회의 내적 성숙과 더불어 항상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교회’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지역 내 형편이 어려운 지역민을 돕고, 지역 살리기 봉사 실천을 권장하는 등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에 선행을 보여온 황주교가 교구장 착좌 후 보여 줄 행보는 일반 언론과 일반인들에게도 큰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 새사제들에게 이처럼 특별한 서품식이 또 있을까. 이날 사제품을 받은 11명의 사제와 8명의 부제는 신임교구장 뿐 아니라 각 교구에서 참석한 주교들의 안수를 받고 함께 미사를 집전했다.
이날 사제품을 받은 천대웅 새 사제는 “사제직으로 불러주신 주님의 은총에 감사드린다”며 “특별히 오늘 착좌하신 교구장 주교님께 처음으로 사제품을 받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고 밝혔다.
○… “충성.” 지하 성전에 조촐하게 마련된 축하연에서 주교들은 신임 교구장의 착좌를 축하하며 황주교와 축배를 들었다. 축하연 후 식사를 시작할 무렵 어디선가 군인들이 갑자기 황주교 앞에 일렬횡대로 도열. “충!성!” 우렁찬 목소리로 착좌 축하인사와 함께 거수 경례를 한 이들은 부산교구 군종 신부 5명. 멋지게 제복을 입고 나타나 행사장 내 시선을 집중시킨 군종 신부들은 신임 교구장 황철수 주교에게 순명을 다짐했다.
사진설명
▶황철수 주교가 착좌에 앞서 주한 교황대사로부터 목자의 상징인 지팡이를 넘겨 받고 있다.
▶황주교가 교구민들이 봉헌한 영적 예물을 받은 후 신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황주교와 에밀 폴 체릭 교황대사, 광주대교구장 최창무 대주교가 축하연에서 떡 케이크 촛불을 끄고 있다.
▶착좌식에 참석한 수녀들이 신임 교구장의 건강과 교구 발전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황철수 주교가 교구장 착좌 후 가진 사제 서품식에서 새 사제에게 안수를 하고 있다.
▶천사 복장을 한 송민주(도로시데이 언양본당) 어린이가 주일학교 교사들과 함께 만든 황철수 주교의 문장을 담은 작품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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