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둘러싼 논쟁 최고조
【외신종합】지난해 12월, 지금은 중동 평화 특사로 활동 중인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개종은 영국교회에서 가톨릭교회를 비롯한 종교적 이슈들에 대해 예기치 않은 주의를 환기시켰다.
12월 21일 웨스트민스터의 대주교관에서 블레어 총리의 세례식을 집전한 코맥 머피 오코너 추기경은 그의 개종을 환영하면서 “그가 이미 오래 전부터 부인을 포함한 가족과 함께 가톨릭 미사에 정기적으로 참례해왔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성공회 가정에서 자란 블레어 총리가 가톨릭으로 개종할 것이라는 관측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시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늦은 셈인데, 관측통들의 추정에 의하면 이미 극도로 세속화된 영국 사회 안에서 지나치게 종교적으로 보이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 신문의 조사에 의하면 22명의 영국 장관들 중에서 8명만이 그리스도교 신앙을 고백했고, 2명은 무신론, 일부는 아예 언급을 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블레어 전 총리의 개종에 대한 반응은 다양하게 나타났는데 우선 그의 집권 시기 동안 영국 정부의 반생명적인 정책 추진에 비추어 그의 개종에 의아함을 표시하는 반응이 강했다.
태아보호를 위해 활동해온 존 스미튼은 세례식 다음날 기자회견에서 “블레어 총리는 낙태, 인간배아연구, 안락사를 옹호,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죽음의 문화 주창자였다”고 말했다. 의회 보수진영의 한 사람인 앤 위더콤은 블레어 정부의 정책은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과 분명하게 반대되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블레어 전 총리의 세례식 이후 영국 사회에서는 때 아닌 종교적 토론이 벌어졌다. 12월 23일 텔레그라프지는 여러 통계를 인용해 가톨릭이 성공회의 교세를 앞섰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주일 미사에 참례하는 신자 수를 기준으로 볼 때, 잉글랜드에서 가톨릭은 86만 1천8백명, 성공회는 85만 2천여 명으로 가톨릭이 성공회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가톨릭과 성공회 모두 전에 비해 급격한 감소세를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성공회의 경우 지난 2천년에 비해 20%나 감소한 것에 비해 가톨릭은 훨씬 적은 13%의 감소세를 보였다. 분석에 의하면 이러한 상대적으로 적은 감소 추세는 폴란드를 비롯한 동유럽 가톨릭 국가들로부터의 인구 유입이 큰 원인이다.
주류 종교의 교세 감소는 서구 사회에서 하나의 흐름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2월 10일자 타임스지는 영국에서 지난 1961년 5만5천여 개에 달했던 교회가 이미 4만7천개로 줄었으며, 추가로 수천개의 교회들이 곧 문을 닫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2월 15일자 타임스는 가톨릭이 곧 성공회를 능가할 것이라고 보도했는데, 이는 캠브리지에 본부를 둔 본 호겔 연구소가 폴란드 이민자들이 런던의 가톨릭교회에 미친 영향에 대한 연구조사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하지만 가톨릭교회 역시 우려할 만한 상황이었다. 2월 23일자 가디언지는 영국 수녀들이 고령화로 인해 이제 완전히 찾아볼 수 없게 될 날이 머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2004년에는 8명, 2005년에는 13명이 새로 수녀회에 입회했을 뿐이었다.
종교 인구의 감소 추세와 공공 영역에서 종교적 가치의 소외는 동시에 발생했다. 특이한 것은 바로 그러한 시점에서 종교에 대한 공개적 토론이 절정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신과 종교의 역할을 둘러싼 논쟁은 대중들로 하여금 신앙이 자신의 삶 안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하도록 만들 것으로 보이는데, 나름대로 희망적인 것은 이러한 논란들이 모두 종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9월 18일 크리스찬 투데이의 웹사이트에서는 웨스트민스터 대교구에서 사제 성소자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에 따르면 지난 9월 8명의 신입생이 입학해 총 사제지망자 수는 40명이 됐고 이들의 평균 연령은 28세로 수년 동안 가장 젊은 나이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영국의 그리스도교에 있어서 희망의 근거는 충분히 있다. 물론 갈 길은 멀고도 험한 것이 사실이다.
사진설명
지난해 12월 21일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개종은 때 아닌 종교 논쟁을 불러왔다. 사진은 블레어 총리가 지난 12월 11일 베들레헴 방문 당시, 예수성탄성당 모형 옆에 서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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