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과 사랑 한번 해보세요”
남편과 사별 후 신앙 입문
감칠맛 나는 연기로 인기
하느님은 살아 계십니다
믿고 따르면 응답하세요
평소 드라마나 영화를 즐겨보는 취미 탓인지, 기자는 영화배우나 연기자와의 인터뷰 약속을 잡게 되면 늘 설렌다. 팔도 사투리로 유명한 중견 탤런트 김지영(마리아 막달레나, 70)씨와의 만남을 앞두고도 며칠을 그랬다. 그를 만나러 가는 길, 영화 ‘마파도2’에서 ‘영광댁’으로 열연하던 그의 모습이 달리는 차창 너머로 끊임없이 오버랩 됐다.
김지영씨가 자신의 삶과 신앙 여정을 진솔하게 고백한 신앙 체험기 ‘김지영의 장밋빛 인생’(박인숙 글/바오로딸/224쪽/8000원)을 냈다. 이날 인터뷰 자리에는 김씨의 열혈 팬클럽(?)이라 자칭하는 성 바오로딸 수도회 수녀들도 함께 했다.
1월 8일 경기도 일산의 SBS 제작센터에서 만난 김지영씨는 몸피는 작았으나 단정한 외모에서 여전한 기운이 느껴졌고, 칠순의 나이를 무색하게 하듯 얼굴은 소녀처럼 고왔다. 요즘은 새파란 신인들도 기자들과의 인터뷰가 잡히면 매니저나 기획사 사람들을 대동시키며 자신이 연예인임을 과시하는데, 그는 주말 드라마 ‘황금신부’ 촬영 복장 그대로 약속 장소에 나타났다.
김지영씨는 수수한 외모만큼이나 성격도 솔직하고 담백했다. 그는 손자뻘 되는 기자에게 먼저 손 내밀며 악수를 청했고, 사진기를 들이대는 대도 화장을 고치거나 거울을 들여다보지도 않았으며, 심지어 자신의 70년 인생사를 회고하는 대목에서는 굵은 눈물까지 흘렸다.
열여덟 살 때 연극배우로 등단했으니 올해로 연기생활 53년째. 말 그대로 연기생활 반 백 년차다. 그동안 ‘수사반장’, ‘육남매’, ‘울밑에 선 봉선화’, ‘여고시절’, ‘야인시대’, ‘장밋빛 인생’ 등 다수의 드라마에 출연했고, ‘길소뜸’, ‘아다다’, ‘남부군’, ‘아라한 장풍대작전’,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마파도2’ 등 200여 편이 넘는 영화로도 친숙하다. 그는 현재도 방송사를 종횡무진하며 ‘대왕세종’, ‘산넘어 남촌에는’, ‘황금신부’ 등 3개의 드라마에 겹치기 출연중이다. 최근까지 출연했던 미니시리즈 ‘인순이는 예쁘다’는 지난달 종영했다.
푼수기 넘치는 시골 아줌마에서부터 속정 깊은 할머니 역할까지 그의 변신은 끝이 없었다. 내로라하는 주연급 배우는 아니었지만, 감칠맛 나는 그의 연기에 우리의 어머니와 할머니들은 텔레비전 곁을 떠날 수 없었다. 이쯤 되면 자서전을 출간할법한데 그는 왜 신앙체험기를 펴냈을까.
“제가 만나고 느낀 하느님 체험을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우리 형제자매님들, 아직 하느님과 사랑 안 해보신 분들 있으시면 한번 해보세요. 정말 달콤하고 오묘하고 행복하답니다”
‘신앙체험기’라 해서 기적 체험 사례들만 나열했다 생각하면 오산이다. 책은 김지영씨의 인생 보고서나 다름없다. 그의 인생에 운명처럼 찾아왔던 수많은 사건과 사연만으로도 영화 한편의 줄거리가 가능해 보인다.
반세기가 넘는 세월을 연기자로 살아오면서도 화려한 호강보다는 힘겨운 고난과 친숙했던 김지영. 그래도 모진 운명 덕분에 그는 발전을 거듭해 왔다. 복잡한 가족사와 가난을 딛고 대한민국 드라마의 감초 같은 연기자가 됐고, ‘이 배역만큼은 김지영씨가 제격이지’란 말도 듣게 됐다. 화려한 배역은 없었지만, 다양한 영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해봤다. 지난 2005년에는 ‘미스 봉’ 역으로 KBS 연기대상 여우조연상도 받았다. 그리고 이젠 자신의 신앙을 전하는 선교사로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김씨는 참 웃음이 많은 연기자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도 특유의 ‘김지영 표’ 웃음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았으며, 실제로 그를 만나서 농담 한 마디만 던져도 쉽게 웃음보를 터뜨린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는 그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웃으면서 회고하는 그의 아픔과 고통으로 가득했던 지난날 이야기들을 듣고 있다 보면, 마치 겨자 덩어리를 입에 넣은 것처럼 코끝이 싸해온다.
아버지는 딴 살림을 차렸고, 어머니는 온갖 고생만 하다 돌아가셨다. 스물한 살에 결혼했으나 술만 마시며 밖으로만 나도는 주정뱅이 남편 때문에 말 못할 가슴앓이도 했다. 배역이 들어오지 않아 배를 곯기도 일쑤였다. 오죽했으면 냉수로 끼니를 때우면서 물맛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고 토로할까. 못된 남편을 하늘나라로 보내던 날, 김지영은 그에게 마지막 용서를 청했고 마리아 막달레나로 다시 태어났다. 그의 나이 53세 때였다.
신앙인으로 새롭게 태어난 김씨는 하느님의 특별한 사랑을 체험하기 시작했다. 그의 기도로 교통사고 당한 아들이 빠르게 완쾌하고, 폐암에 걸린 바깥사돈이 병을 이겨낸 것은 시작에 불과. 최근에는 이 책의 표지 사진을 찍던 날에도 하루 종일 비가 오다 촬영 순간에는 거짓말처럼 하늘이 화창하게 개었다.
그래서일까. 그에게 있어 ‘왜 하느님은 나한테만 이렇게 무한히 큰 사랑을 베풀어 주실까’는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다. 하느님의 편애(?)를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 “하느님은 계십니다. 우리가 마음을 닫고 살기 때문에, 우리의 눈이 어둡기 때문에, 우리 곁에 계신 하느님을 알아보지 못하는 거예요. 하느님께 자신을 온전히 맡긴 후에는 절대 계산하지 마세요. 그대로 믿고 따르면 하느님께서는 반드시 응답하십니다”
김씨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주일미사는 거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야외촬영 때문에 지방에 갔을 때 제일 먼저 하는 일은 근처 성당과 미사시간을 알아보는 일이다.
웃지 못 할 에피소드 하나. 어느 일요일 오전 촬영만 하겠다는 PD의 말을 듣고 촬영장에 나간 김씨는 예고 없이 이어졌던 오후 촬영 때문에 주일 미사에 빠지게 됐다. 그는 촬영이 끝난 후 담당 PD를 불러 “PD님은 오늘 주일인데 나를 성당에 못 가게 만들었으니 마귀와 다를 바 없다”고 호통을 쳤단다. 그 사건(?) 이후 방송가에서는 ‘김지영 선생님이랑 일요일 촬영을 진행하려면, 성당에 다녀오신 후 찍든가, 혹은 빨리 끝내고 성당에 보내드려야 한다’는 후문이 퍼졌다.
김씨는 ‘하느님을 만나 알게 되면서 내 인생이 장밋빛으로 바뀌었다’고 힘주어 거듭 강조했다. 그동안 받은 사랑과 은혜가 너무 커서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다고 했다. 그는 우선 초판 5000부를 찍은 이 책의 인세 240만원 전액을 사이클론으로 피해를 입은 방글라데시 난만들을 돕는데 기부하기로 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가 가톨릭신문 독자들에게 새해 인사를 청했다. “주님께서 기회를 허락해주시면 전국 성당을 찾아다니며 제 체험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그때까지 꼭 기다려주세요. ‘미스 봉’이 직접 찾아갑니다. 늘 꾸준히 응원해주고 사랑해주시는 시청자 여러분들과 가톨릭신문 독자들께 지면을 통해 인사드립니다. 새해에도 하느님 은총 안에서 행복하세요.”
※도서 구입 문의 02-944-0944 바오로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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