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곳곳은 너무 척박해 희망이 없어 보이는 곳이 있어요. 그곳 자체엔 사실 희망이 없는 듯 합니다. 그들에게 누군가가 희망을 가져다 주어야 하잖아요.
제 삶의 여러 기억 중 정말 어려웠던 때도 많았어요.
예술고등학교를 다니며 연극을 전공했었는데요. 다시 시작해도 그 학교를 가고 싶을 정도로 애정을 갖고 생활했었어요. 무엇보다 연극을 할 때 저는 너무너무 행복하고 즐거웠어요. 지금도 연기에 대한 제 마음가짐이 특별한 건 아마 그때의 영향 때문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던 어느날. 하루는 연극 주인공 오디션 보기 위해 대기실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중이었어요. 클라이막스 부분을 마지막으로 맹연습 중이었는데, 갑자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 아~!’ 아무리 애써도 내 목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나오질 않았어요.
전 귀를 의심하고 같은 조 친구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려 했지만,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두려움에 그 자리에서 하염없이 울고 말았지요. 물론 오디션은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상황을 들으신 담임선생님과 전공선생님께서는 저보다 더 놀라 병원으로 보내주셨는데, 그 병원에서는 더 큰 병원을 찾아가 보라더군요.
그때 받은 진단은, 수술을 하지않으면 소리를 잃어버린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말. 매우 혼란스러웠습니다. 당시엔 아버지도 편찮으시고 집안 형편도 어려웠거든요.
하지만 엄마?아빠는 “넌 목을 쓸 사람인데 이대로 널 수술시키지 못하면 네 인생을 살려내지 못한거지”라면서 어떻게든 수술해야한다고 강조하셨지요.
그때는 하염없이 울고 또 울었습니다. 두려움이 가장 컸어요. 전 더 강해져야 했습니다.
결국 수술을 받았고 전 그후 6개월 가량 말을 할 수 없었어요. 친구들은 장난삼아 벙어리라고 놀렸고 전 목이 불편해 웃을 수도 없었지만, 그렇게 위로가 되는 친구들이 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던 시절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때 펜과 종이를 가지고 다니며 의사소통을 하면서 말을 못하는 장애우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말로써 하는 표현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그 입술로 좋은 이야기만 하는 것이 또 얼마나 중요한지도 되돌아보게 되었지요.
수술을 한 이후 노래하는 목소리는 한옥타브가 낮아졌었지만, 저는 더욱 더 연습하기로 굳게 다짐하고 기도했습니다. 저는 부모님과 선생님, 친구들의 격려로 천천히 다시 태어나고 있었습니다.
힘들었던 나에게…. 하느님이 이제 내가 할 일을 위해 조금씩 더 가까이에서 속삭이신다는 걸, 아주 조금씩 느껴가기 시작했었지요.
무엇보다 기도가 부족하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가 없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무언가 간절할수록, 저는 그분과 가까워집니다. 인간의 본질은 나약함. 그걸 인정하고 나면 인간은 겸손과 용기를 가진 아주 멋진 그 무엇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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