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사형 집행, 지지 여론, 언도, 13년째 감소 추세
【로마 외신종합】지난 2007년은 세계적인 사형폐지 운동의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한 해이다. 비록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지난해 12월 8일 유엔 총회에서는 사형집행을 유예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이날 “이것은 사형제도의 궁극적인 폐지를 향해 나아가는 증거”라며 결의안 채택을 환영했다. 1994년부터 1999년까지 꾸준하게 이어졌던 결의안 채택 시도는 번번이 무산됐었음을 상기해볼 때 이는 더욱 분명해진다.
전세계적인 사형제도 논란에서 존치의 입장에 선 가장 대표적인 나라는 미국이다. 유엔의 결의안이 통과된 지난해, 미국에서는 연 13년째 사형제도에 대한 지지 여론이나 사형 언도, 집행까지 모두 줄어드는 추세에 있었음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유엔 투표가 있기 바로 전날 미국 뉴저지 존 코진 주지사는 사형제도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법안에 서명을 하고 있었다. 뉴저지의 사형제도 폐지는 큰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뉴저지에서는 지난 1963년 이래 단 한 차례도 사형이 집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사형정보센터’는 지난해 12월 19일 사형제도에 대한 연례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의 사형집행은 13년째 줄어들었다. 게다가 사형 언도 역시 최근 수년간 급격하게 줄었다.
2007년 한 해 동안 42건의 사형 집행이 이뤄졌고, 새로운 사형 언도는 총 110명에게 이뤄졌다. 이러한 수치는 1976년 이래 가장 낮은 것이고 1999년보다 60%가 줄어든 것이다. 미국내에는 2007년 1월 1일 현재 총 3350명의 사형수가 있었다.
미 40개주 사형집행 없어
미국에서 50개주 중 40개주에서 사실상 사형집행이 전혀 없었다. 86%의 사형집행이 남부 지역에서 이뤄졌고 62%가 한 개 주 텍사스주에 집중됐다.
센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사형제도는 강경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네브라스카, 뉴멕시코, 몬타나주 등에서는 현재 사형폐지를 위한 법안이 의회를 지나가고 있다.
한편, 미국내에서 사형집행이 현격하게 줄어든 직접적인 이유 중 하나는 독극물 주사라는 사형집행 방법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대법원에서 현재 사형집행의 주요 수단인 독극물 주입에 대해 부정적인 판단이 내려진다면, 이는 곧장 사형제도 자체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종교와 공적생활에 대한 퓨(Pew) 포럼’의 보고서 ‘미국의 사형제도 개요’는 미국 사법제도에 DNA 검사가 도입되면서 석방된 사형수가 상당수 있었음을 들어 사형제도가 심각한, 돌이킬 수 없는 인간 생명권 침해를 야기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또한 여론에 있어서도 사형제도 지지가 줄어들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미국에서 사형제도 지지율이 가장 높았던 때가 지난 1980년대와 90년대초였다. 당시 80% 이상의 국민들이 사형제도 존치를 지지했으나, 2007년만 해도 사형 지지자는 불과 62%에 그치고 있다.
1976년 미국에서 사형제도가 재도입된 후, 지금까지 1000명 이상이 사형됐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법원은 사형 집행을 조금씩 더 규제해왔다. 2002년에는 정신지체인에게, 2005년에는 청소년에 대한 사형언도를 금지했다.
이처럼 미국의 사형제도에 대해 세계적 관심이 높지만, 사실상 실제 사형집행 건수는 중국, 이란 등에서 훨씬 높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적어도 1010명이 총살형으로 사형됐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지가 1월 3일자로 보도했다. 이 신문은 중국에서 곧 총살형 대신 독극물 주입이 사형집행 방법으로 채택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사형집행 건수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주장이 있는데, 뉴욕에 본부를 둔 한 인권 단체에 의하면 연간 1만명 가량이 사형된다고 하는 반면, 국제사면위원회는 2005년 현재 1770명이 사형된 것으로 추산했다.
이란 역시 대표적인 사형집행 국가이다. 지난 1월 2일 13명의 죄수가 사형됐다고 이탈리아의 코리에레 델라 세라 지가 보도했다. 이 신문에 의하면 2007년 이란에서는 297명이 사형됐다.
일본 역시 사형제도 존치국가로, 지난해 12월 7일 13명이 교수형됐다고 AP통신이 전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비밀리에 사형을 집행하는 것이 관례인데, 이례적으로 12월의 사형집행 때에는 관계 당국에 의해 사형된 죄수들의 이름이 발표됐다. 공식 통계에 의하면 현재 일본에는 총 104명의 사형수가 있다.
이처럼 비밀리에 사형이 집행되는 경우, 죄수들은 아침에 이같은 사실을 통보받게 되며, 가족과 변호사들은 사형 집행 후에 집행 사실을 통보받는다.
영국 BBC 방송이 12월 17일 전한 바에 의하면, 유엔 결의안 통과 바로 전 나이지리아 정부 관리들은 적어도 7명이 최근 수년 동안 사형됐다고 말했다.
유예, 낙태에도 적용하자
한편 최근의 흥미로운 사실은 사형제도의 잠정적 유예가 성공적으로 이뤄짐에 따라 인권 운동 진영과 생명운동가들은 이같은 유예를 낙태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실제적으로 낙태 문제에 대해서도 유사한 선례가 마련되도록 시도하고 있다.
사형집행유예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였던 이탈리아는 최근 이같은 캠페인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일 폴리오의 편집장인 줄리아노 페라라는 유엔 투표 후 사형 유예를 낙태 유예로 확대하기 위한 캠페인을 전개했다.
지난 수 주 동안 이 신문은 사형제도에 반대하는 인권운동가들은 논리적으로 볼 때 낙태의 유예에도 동의하는 것이 일관성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적극적인 낙태 반대운동에 나섰다. 물론 이 운동의 성과는 두고 볼 일이다.
세계교회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