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아이들 위해서라도 꼭 살아줘”
“제 어린 아내를 살려주세요.”
김성신(예비자·48)씨의 눈에 박현의(마리아·33·의정부교구 원당본당)씨는 아직도 어린 신부다. 백혈병을 앓아 창백해진 피부도, 말라버린 몸도 그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그래서 김씨는 아내와 2살, 5살 남매 모두에게 ‘슈퍼맨 아빠’가 됐다.
아내가 잘 먹는 우거지를 매일 삶아대고 가끔씩 부리는 아내의 짜증에도 군소리조차 없다. 구토를 받아내고, 혹시라도 화장실에 가다 쓰러질까 노심초사다. 눈을 붙일 시간에는 버스로 1시간 반 가량 거리의 집에 돌아가 아이들을 돌본다. 씻기고 먹이고, 바닥에 짓이겨진 과자부스러기를 치운다.
김씨의 일상은 아내가 2년 전 쓰러지며 시작됐다. 어떤 이에게 2년은 짧은 시간일 수 있지만 아내의 항암치료와 재발, 이식수술 등 여러번 난관을 거친 그에게 2년은 아무리 슈퍼맨이라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어려움에도 강한 모습을 보였던 그가 기자에게 눈물을 비췄다. 아내이야기를 하면서 말이다.
2006년. 감기가 심한 것 같아 병원을 찾은 아내에게 ‘백혈병’이라는 선고가 떨어졌다. 둘째 아이를 낳고 6개월만의 일이었다. 1차 항암치료와 패혈증, 혼수상태와 고열, 다시 2, 3차 항암치료.
“아내의 머리카락, 손톱, 발톱도 다 빠졌죠. 그래도 아내가 아이들을 위해 살겠다는 일념으로 버텨줘 상태가 호전이 됐어요.”
치료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집안 식기를 모두 삶고 외부인 출입도 금한 채 아내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 그런데 2007년 9월. 아내의 혈색이 다시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병원을 찾았더니 재발이래요. 아내는 그 말을 듣고 그 자리에서 기절했죠. 남은 건 조혈모세포이식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아내와 모두 일치하는 유전자를 가진 기증자는 찾을 수 없었다. 아내는 유전자 하나가 불일치하는 어머니의 조혈모세포이식을 택했다. 현재 수술은 1차 생착을 마친 상태지만 2차 생착은 두고 봐야 하는 상태. 가능성은 잡은 셈이다.
문제는 하나의 유전자라도 불일치하는 수술은 전혀 보험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일단 자신의 전셋집을 팔고 그마저도 돈이 모자라 어머니의 전셋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여기저기 빚도 쌓여있다.
“경제적 상황을 말했더니 아내가 그날로 영양제를 끊었어요. 한푼이라도 아껴주고 싶었나 봅니다. 영양제를 맞아야하는데 구토를 해도 죽기 살기로 밥을 먹어요.”
나은 지 6개월 만에 엄마와 떨어진 둘째 아이는 더 문제다. 돌볼 사람이 없어 3살이 돼도 말을 하지 못하고 기저귀도 떼지 못했다.
“이 고통의 시작이 어떻게 왔는지 어떻게 끝날지 저는 모르겠어요. 아내의 웃음 한번에 그저 기쁘고 슬플 따름입니다. 현의야.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꼭 살자. 나는 닳아 없어져도 되니까 너는 꼭 살자.”
※도움 주실 분 702-04-107874 우리은행, 703-01-360450 농협, 예금주 (주)가톨릭신문사
기사입력일 : 2008-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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