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공소에 희망의 불 지펴
공소실태조사 하던 신자들 의기투합해 2006년 결성
추풍령공소 16년 만에 재건…각계 전문가들 힘 보태
공소가 해답이다.
청주교구의 미래에 대한 해답 중 하나는 공소다.
최근 해외선교사를 파견해 ‘밖으로 나누는 교회’의 청사진을 그렸다면, 공소사목으로는 내실을 가다듬고 있기 때문이다. 그 공소사목의 일선에 평신도들이 서있다.
청주교구 공소사도회(지도 최광조 신부)는 2006년 조직됐다. 배경도 특이하다. 2004년 교구 사도직학교에서 교장 강희성 신부가 숙제로 교구 내 공소실태조사라는 주제를 내어주고, 조사를 하던 학생들이 많은 것을 느껴 스스로 ‘공소 살리기’를 다짐했던 것이다.
그 마음은 교구장 장봉훈 주교의 공소에 대한 관심과 함께 사도회의 모습으로 태어나게 됐다.
공소 현주소를 보다
공소사도회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지만 역할만큼은 다양하다. 사도회는 이미 교구 내 62개 공소를 모두 순회해 역사, 신자 수, 배경, 규모, 기물 등은 물론 공소의 어려움 등 세부사항도 기록했다. 특히 사도회원들이 기록하는 ‘공소방문기’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공소의 특성과 신자들의 살아가는 이야기까지 빠짐없이 들어있다.
“노령화로 인한 공소황폐화가 우려되며 30년 동안 한 사람이 공소회장을 맡아오다 보니 다음에 이어받을 젊은이가 없습니다. 선교사가 절실히 필요하며 오르간을 기부 받았으나 반주자가 없어서 무용지물입니다. 겨울철 농한기를 이용해 1박2일로 신자재교육을 원하고 있으며 헌금 거의 전부를 봉고차량을 매월 20만원에 임대해 주일미사에 참여하는데 쓰고 있습니다. 재정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괴산본당 칠성공소 방문기 중)”
사도회는 이러한 공소들의 문제점을 해결해나가기 위해 크게 ▲활동 ▲후원 ▲지원부서로 나누어 임무를 성실히 수행한다. 교구의 모든 공소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사도직학교 학생들로 시작했던 작은 밀알이 의사, 보건소장, 교수, 교사, 반주자, 법무사, 건설사대표, 회사원, 주부, 미술가 등 101명이 돼 큰 열매를 맺어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사도회는 설립 이후 2년 여의 기간 중 작은 성과도 거뒀다. 16년 동안 잊혀져갔던 추풍령공소를 다시 일으킨 것이다. 사도회가 2006년 4월 추풍령공소를 처음 발견했을 때 공소는 이미 반파됐고 예수, 마리아상 등은 깨져 알아보기 힘든 상태였다.
건축가 회원들이 즉시 모여 공사를 시작했다. 다가올 장마를 대비해 지붕보수와 배수로 신설, 주변제초작업 등을 실시했고 한 미술가 회원은 파손된 성상을 복구했으며 인근 본당에서는 국수를 삶아 날랐다.
사라져가던 공소를 살려냈던 2006년 7월 30일. 공소사도회원들의 마음에 그날은 뭉클한 감격으로 남아있다.
현재 사도회는 청주교구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고마리공소(1896년 설립)를 살리는데 힘을 쏟고 있다.
고마리공소 서병렬(루카 68) 총무는 “냉담하는 교우, 노인들이 대다수인 신자비율 등 공소운영에 어려움이 많다”며 “하지만 공소사도회가 찾아와 주는 것만으로도 심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사도회는 현재 신자들과 함께 매주 공소예절에 참여하고 있으며 공소의 발전을 위해 묵주기도를 함께 한다. 또 미사 후 신자공동체와의 상담을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자생력을 갖고 변할 때까지 봉사를 계속할 계획이다.
특히 사도회 반주자 회원들이 전례성가 반주를 위해 돌아가며 참여하고 있다. 사도회는 이밖에도 전례부, 선교부, 지원부, 신자재교육 등 공소를 살리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다.
신자들에게는 ‘내 집’
고마리공소 이성열(마르코 75) 레지오단장은 “공소는 ‘내집’과도 같은 존재”라며 “대부분의 신자들이 이곳에서 태어나 자라고, 함께 늙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의 말대로 대다수의 공소는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신앙선조들이 손수 세운 공소 안에는 당시의 미사보와 제대 등 많은 유물도 함께 보관돼있다. 하지만 ‘내집’과도 같은 공소가 농촌의 노령화 현상, 재정적 어려움과 함께 속속 폐쇄될 위기에 처해있는 것이다.
공소회장들은 “남는 사람들이 힘이 닿는 데까지 공소를 지켜보겠다”고 입을 모았다. 공소지킴이는 현지 신자공동체의 몫만이 아니다. 교구와 도시 신자들이 지켜나가야 할 천주교의 역사가 담긴 소중한 곳이다.
공소사도회 지도를 맡은 최광조 신부(교구 사목국장)는 “교구 내 공소를 순회하며 공소사도회가 많은 노력을 해주고 있다”며 “오랜 역사가 담긴 소중한 공소를 지키는 것은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이라고 전했다.
※문의 cafe.daum.net/sadohoe 청주교구 공소사도회 카페
[인터뷰] 청주교구 공소사도회 연규순 회장
“활동요? 주일 함께 보내는게 전부죠”
눈이 잘 보이지 않는 공소회장 어르신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공소 신자 공동체가 원하면 언제든지 차를 몰고 찾아가 신자들의 발이 돼주는 사람이 있다.
공소사도회의 연규순(가를로·52) 회장이다. 연회장은 2004년 당시 교구 사도직학교에서 숙제로 ‘공소실태조사’라는 주제를 받고 많은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순전히 숙제를 하러갔죠. 안남공소라는 곳을 찾았는데 신자들이 한여름에 고물 선풍기 한 대 돌아가는 방에서 삐질삐질 땀을 흘리며 예절 드리는 것을 봤어요.”
숙제를 마친 이후에도 그는 마음이 울적하면 공소를 찾았다.
“할머니 7분이랑 공소회장 아주머니 1분, 그리고 아주머니 딸. 이렇게 9명이 공소를 지키는 신자에요. 공소회장님 혼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는데….”
숙제를 마친 이후 그는 1기부터 모든 사도직학교 졸업생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공소를 위해 일할 사람을 모으고 싶었다. 전화를 받은 사도직학교 졸업생 중 57명이 사도회에 가입하겠다고 자청했다. 공소사도회가 시작된 것이다.
“새벽 6시30분에 교구청에 모여 공소활성화를 위해 묵주기도 5단을 바칩니다. 7시30분에 보통 현장에 도착하죠. 사도회를 시작하고는 매주 공소에 갔어요.”
그는 공소사도회가 하는 일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일요일을 봉헌하는 셈치고 공소신자들과 어울리면 된다는 것이다. 공소에서 함께 예절하고 밥을 해먹고 윷놀이를 하고 보수가 필요한 곳은 시간을 들여 고쳐주면 그만이라고 했다. 전 종합건설사 대표답게 보수공사, 제초작업 등 못하는 일도 없다.
“어르신들이 사도회의 젊은 사람들이 오는 것만으로도 기뻐하세요. 그렇게 사람들이 공소에 모이게 되고, 신자공동체가 자리 잡혀 나가는 거지요.”
그의 바람은 더 많은 사람들이 공소사도회를 응원해주는 것이다. 후원회비든, 공소활성화를 위한 기도든 ‘마음’을 더해준다면 어떤 것이라도 좋다.
“매주 공소를 나가니까 가족들에게는 소홀해졌어요. 하지만 언젠가는 꼭 아빠의 공소사랑을 이해해 줄 거라고 믿습니다.”
공소를 사랑하는 연규순 회장의 소중한 마음이다.
사진설명
▶2006년 7월 공소사도회의 노력으로 다시 재건된 추풍령공소에서 16여 년만에 미사가 봉헌되고 있다.
▶청주교구 공소사도회 회원들이 반파된 채 방치됐던 추풍령공소를 개보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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