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돌보며 ‘영적 치유’ 구현
서울 지역 대형 병원들의 ‘천주교 원목실’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천주교 신자들에게만 허용되는 공간을 넘어, 모든 환자들이 언제라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고 영성적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장소로 거듭나고 있다.
원목자들도 기존의 인사 체계를 탈피, 임상사목교육(CPE, Clinical Pastoral Education)을 통해 체계적으로 훈련받은 전문가들로 속속들이 채워지고 있다. 최근 서울대교구 사제인사에서는 대규모의 원목사제가 충원돼 서울대학교병원과 서울아산병원에는 원목부실장 제도가 도입됐다.
원목실이 이처럼 외형적 성장을 넘어 내실을 다질 수 있는 중심에는 서울대교구 일반병원사목부(담당 정진호 신부)가 있었다.
지난 2001년 10월 설립된 서울대교구 일반병원사목부는 원목실이 없는 종합병원에 원목실을 신설해 사제와 수도자를 파견하고, 기존 원목자 및 봉사자들에 대한 교육과 재정적 지원을 펼치며 ‘치유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을 구현해 왔다.
현재 일반병원사목부 산하에는 천주교 병원이 아닌 일반병원 25곳의 원목실에서 원목사제 20명과 원목수도자 28명이 상주하고 있고, 원목자를 도와 1300여 명의 원목봉사자가 상시 활동하고 있다.
천주교 원목실은 고해·병자성사, 봉성체, 미사봉헌, 기도 등 신자 환자들의 신앙생활을 도울 뿐만 아니라, 고통 중의 환자들을 직접 찾아가 영성적 위안을 주는데 주력한다. 그러나 종교를 초월해 모든 환자들을 보살피며, 신앙을 갖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교리를 가르치고 세례성사도 베푼다.
이러한 천주교 원목실의 모습은 비신자들에게도 긍정적으로 비춰지며 가톨릭교회의 이미지를 높이는 역할도 하고 있다. 교회를 알리고 홍보하는 간접선교란 점에서도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개선되어야 할 부분들도 있다. 일반병원사목부의 총체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원목실이나 원목자가 없어 관심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병원들도 적지 않다. 또한 신촌세브란스병원이나 이대목동병원 등 개신교 재단이 운영하는 병원은 천주교 원목실이 들어설 공간조차도 제공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아울러 병원 원목실과 관할 지역 본당간의 사목의 연대성도 요청되고 있다. 본당들도 병원사목에 관심을 갖고 원목실과 유기적으로 협력해, 지역 내 병원 환자들을 보살피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말이다.
정진호 신부는 이에 대해 “병원 안에서 이뤄지는 환자에 대한 성사권 문제 등은 결코 본당사목의 공동체성을 저해하는 요소가 아니다”며 “두 사목이 상호 보완함으로써 공동체를 살리는 다양한 사목의 형태로 발전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업무의 효율성과 전문 원목자 양성을 위해 3년으로 한정된 원목 수도자들의 임기도 늘려야 할 것이다. 병원사목 발전을 위한 전문 원목자 양성과 더불어 이를 효과적으로 운영할 재정 확보도 앞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다.
정신부는 “의술만으로는 사람의 병을 완전히 치유할 수 없으며, 진정한 의술은 환자의 육체적 질병 치유와 함께 내적 치유, 나아가 환자의 영적치유까지 함께 돌봐야 한다”며 “고통 받는 이들이 교회 공동체에서 사랑을 확인하고 살아가도록 하는 게 원목실의 소명”이라고 말했다.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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