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사는 세상이 빛입니다 -
산 위에서
등산을 할 때 자주 느끼는 일입니다. 산 주위의 경관과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오를 때에는 정상까지의 산행이 그리 힘들지 않습니다. 함께 오르는 일행이 있을 때에도 선두에 서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오를 때에는 그리 많은 힘듦을 느끼지 않습니다.
그러나 후미에 떨어져 오를 때에는 무엇을 볼 겨를이 없고 그저 앞사람 엉덩이만 보고 오를 뿐입니다. 그 때에는 산행이 너무 힘듭니다. 정상까지 올랐더라도 그저 소리 한번 외치고 내려올 뿐입니다. 누군가 이번 산행에서 무엇을 보았느냐고 묻는다면 마음 속에서는 앞사람 엉덩이만 보았다고 대답할 것입니다.
많은 신앙인들이 천국을 향한 산행에서 낙오를 하거나 힘에 겨워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까닭을 이탈리아의 ‘마르티니’ 추기경께서는 사냥개의 비유로 재미있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사냥개들이 사냥꾼들에게 사냥감을 몰이해 주기 위해 사냥을 떠났을 때, 어떤 사냥개가 사냥감을 발견하여 동료 사냥개들에게 알려주어 일제히 사냥감을 향하여 달려가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친 사냥개들이 낙오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끝까지 사냥감을 쫓는 사냥개들은 동료 사냥개들의 소리가 아닌 자신의 눈으로 직접 사냥감을 목격한 사냥개들이라고 합니다.
천국을 향한 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앙에 입문할 때에는 분명 누군가의 도움을 받습니다. 부모님이나, 이웃들, 선배 신앙인들의 권고와 선교의 도움으로 세례를 받습니다. 교회에 들어와서도 주변 신앙인들로부터 계속적인 도움을 받습니다.
그러나 견진을 받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는 자신의 눈으로 직접 주님을 뵈올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럴 때 우리는 지치지 않고, 낙오하지 않고 영광스러운 천국의 여정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이며, 그럴 때 우리의 모습이 영광스럽게 변모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아무 이유 없이 기적을 베푸시는 법이 없으셨습니다. 그리고 베푸신 모든 기적들은 우리들도 행할 수 있고 따를 수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오늘 영광스럽게 변모하신 기적은 신앙 여정에 지친 우리들에게 분명한 목표가 무엇이며, 무엇을 보고 따라야 하는지를 가르쳐 줍니다. 산 위에 오르시어 영광스럽게 변모하신 예수님께서는 고난 중에 영광의 부활과 승천이 현존함을 보여주신 것이며, 우리에게도 그 같은 희망을 살라 하신 것입니다.
산 아래에서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변모 때 곁에 있었던 두 인물, 모세와 엘리야는 하느님 구세사의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모세는 율법의 대표자이며, 엘리야는 예언서의 대표적 인물입니다.
그러나 모세와 엘리야도 지극히 인간적인 산 아래의 사람들이었습니다. 부르심의 소명을 받았을 때 모세는 계속하여 걱정과 두려움에 머뭇거리는 약한 인간성을 보입니다.
“주님, 죄송합니다. 저는 말솜씨가 없는 사람입니다. 저는 입도 무디고 혀도 무딥니다. 주님, 죄송합니다. 제발 주님께서 보내실 만한 이를 보내십시오”(탈출 4, 10 13).
하느님의 놀라운 권능으로 온갖 기적을 행했던 엘리야는 이제벨의 심부름꾼 협박에 두려운 나머지 목숨을 구하려고 도망가다가 광야에서 죽기를 간청하며 이 같은 나약한 하소연을 털어 놓습니다.
“주님, 이것으로 충분하니 저의 목숨을 거두어 주십시오. 저는 제 조상들보다 나을 것이 없습니다”(1열왕 19, 4~5).
이렇듯 인간적으로 나약하고 믿음이 부족했던 모세와 엘리야였지만, 주님 약속의 희망을 믿고 천상 영광의 산을 향하여 올랐던 그들은 끝내 그 영광에 도달합니다. 모세는 시나이 산에서 하느님을 만나며, 엘리야는 하느님의 산 호렙에서 영광의 주님을 만나게 됩니다.
모세는 약속의 땅을 바라보며 죽지만 그 육신을 하느님께서 거두어 주십니다. 엘리야는 불 병거를 타고 하늘로 살아 승천하게 됩니다. 비록 인간적인 나약함이 있더라도 우리 역시 영광스러운 변모가 가능함을 모세와 엘리야는 보여 주었고,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변모에 함께 나타났던 그들은 다시 한 번 그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결코 실망하지 않을 수 있으며, 산 아래에서 살고 있지만 산 위의 영광을 향한 여정과 등반에 지치지 않고, 낙오하지 않으며 오를 수 있는 것입니다.
많은 신앙인들이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뒤 보여주는 밝은 모습은 그 같은 사실이 이미 산 아래에서 가능함을 보여 줍니다. 신자분들이 힘겨운 세상살이와 신앙의 여정에 지쳐있다가도 여러 피정의 기회를 통하여 다시금 환히 변모되는 모습은 산 아래의 지상 삶에서부터 예수님을 닮은 영광의 변모가 가능함을 일깨워 줍니다. 분명 우리 역시 세상에서 빛처럼 변모될 수 있습니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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