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함께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누구에게나 환한 미소를 보여주고, 누구에게나 따스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언제 지어진 지도 잘 모를 오래된 동네 목욕탕에서 이웃 아주머니들과 스스럼없이 등을 밀어주며 아침을 여는 수더분한 이. 바로 가수 현숙(안젤라)씨다.
지난주 재한동포 새해맞이 대축제 행사장에서 가수 현숙씨를 만났다.
“언니가 늦어서 너무 미안해. 차에서 옷을 갈아입어야해서….”
몇 년만에 만나는 얼굴이라 기자를 기억을 할까 내심 우려했는데, 여전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언니라고 편하게 부르라던 예전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현숙씨가 가수 대기실에 들어서자 주변이 온통 화개애애한 분위기로 바뀐다. 도착하자마자 선배가수들에서부터 동생들까지 한사람 한사람 눈을 맞추고 부지런히 인사하기에 바쁘다. 그 인사들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 방송국 작가가 다가와 카메오(Cameo)를 요청했다. 후배가수가 기획 프로그램에 출연하는데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화끈하게 ‘오케이’다. 사랑하는 후배에게 도움되는 일이라면 당연히 해야한다고 말한다. 기자와 대화하랴, 후배 위해 연기하랴, 무대에 올라서기도 전에 기운이 다 빠져나갈까 걱정될 정도. 그 와중에도 연락이 급하다는 지인들의 문자메시지에도 응대한다. 날렵한 움직임을 보이는 소위 ‘엄지족’이다.
하긴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현숙씨는 누구든 어디서든 자신을 필요로 하면 기쁘게 달려간다. 기자와 대화하면서도 자신의 곡이 아닌 후배 신곡을 널리 소개를 해달라고 몇 번이고 덧붙였다.
“제가 먼저 모든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면 저도 행복해져요. 배려라고 특별히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누구에게나 정성껏 대하면 좋잖아요.”
현숙씨는 아침마다 눈을 뜨면 매일매일 더 웃자고 다짐한다. 그리고 노래를 할 수 있게 해주신, 자신감을 갖고 활동하게 해주신 부모님과 하느님께 감사드린다.
가수 현숙씨를 소개할라치면 칭찬 일색이 된다.
이제는 이름처럼 되어버린 ‘효녀 가수’. 그의 효심은 각종 언론매체 등을 통해 잘 알려진 터다. 그의 공연일정에서도 효도·위문콘서트 등은 큰 자리를 차지한다.
특히 최근 수년간은 장애인과 노인들을 위한 목욕차량 지원에 힘써왔다. 지난해 수십년간 지극정성으로 간병해온 어머니를 떠나보낼 때에도, 고인이 오랜기간 모아온 돈에 자신의 정성을 덧보태 난치병 어린이 환자 치료기금으로 전달했다.
이런 현숙씨 모습을 보고 그의 지인들은 정말 타고 났다고 말한다. 누군가에게 보여주려고 한 행동이면 벌써 지쳤을 것이라는 말이다.
현숙씨는 1978년 가수 데뷔 이후 인기가요 ‘정말로’를 히트시키며 스타대열에 들어서 수많은 가요계상을 꾸준히 석권해왔다. 최근엔 ‘사랑에 한표 던진다’로 히트곡 행진을 이어나가고 있다.
인터뷰를 부리나케 마치고 현숙씨가 이동하는 곳은 화보집 촬영 장소란다. 예전에 만났던 한 기자의 부탁이라 어렵게 가는 것이라고.
현숙씨는 “내일은 양로원에 들러 할머니들 목욕시켜드릴 예정이야”라며 상쾌한 인사를 덧붙이고 활기차게 발걸음을 내딛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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