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와 대립 우려되지만 생명.환경 외면할 수 없어”
수원교구장 최덕기 주교는 최근 교구청 집무실에서 교회 언론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사회 정의가 이렇게 무너질 순 없다”며 미리내 성지 인근 미산 골프장 건설 움직임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최주교는 “이번 골프장 건설 문제는 환경 문제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라며 “교구 차원의 반대 운동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터뷰 내용을 요약한다.
- 최근 미산 골프장 문제에 대해 주교님께서 여러 차례 강한 우려를 드러내신 바 있습니다. 이 문제를 주교님께서는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시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 교회가 사회문제에 대해 이렇게 목소리를 내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하지만 이번 미산 골프장 문제 만큼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사안입니다.
전 이 문제에 대해선 두 가지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첫째는 생명과 환경문제입니다. 현재 골프장 건설이 추진되는 곳은 지난 1991년 산사태로 2명이 숨진 곳입니다.
골프장이 건설되면 또 다른 인재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또 골프장이 건설될 경우 미리내 성지를 비롯해 인근 주민들의 식수원이 위협을 받게 됩니다. 또한 이곳은 천연기념물을 비롯한 많은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는 곳입니다.
또 이 문제는 사회 정의 차원에서 바라보아야 합니다. 최근 안성시 관계자와 골프장 사업 관계자들이 대거 뇌물 수수로 실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골프장 건설을 계속 추진한다는 것은 사회 정의 차원에서 옳지 않습니다.
이렇게 명명백백한 사안에도 불구하고 ‘일이 안 된다는 것’(법원의 뇌물 수수 선고에도 불구하고 골프장 건설이 취소되지 않고 계속 추진된다는 것)이 너무나 답답하고 놀랍습니다. 혼란스럽기까지 합니다. 이것이 꿈이 아니고 현실이라는 것이 놀라울 뿐입니다. 많은 시민단체와 지역 종교단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각종 편법까지 동원해서 골프장 건설을 강행하는 이유를 알지 못하겠습니다.
미산 골프장 건설 문제는 이제 도지사가 열쇠를 쥐고 있습니다. 도지사의 판단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도지사는 지금까지 위법사항이 발견되면 즉각 골프장 건설을 취소하겠다는 말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안성시와 사업자측의 뇌물 비리가 적발됐는데도 골프장 건설 허가는 취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일부에선 교회가 사회문제에 뛰어드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 물론 미산 골프장 건설과 관련해 그 내막을 소상히 알지 못하는 교구 신자 중에는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저 자신도 교회가 교회 외적인 일에 몰두하는 것으로만 비춰질까하는 걱정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교회가 지방자치단체와 대립을 하고 시위를 하는 것 자체가 어색하고 낯선 일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결코 뒤로 물러설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교구청과 대리구청, 그리고 교구 사제단을 믿어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현재 교구청은 각 대리구청 및 지역 시민단체와 연대해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와의 대화 노력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무엇이 올바른 길이고, 무엇이 그른 길인지 우리는 끊임없이 식별을 해나갈 것입니다. 우리마저 손을 놓으면 이런 일은 또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복음말씀은 성당 안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닙니다. 복음은 우리의 삶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습니다. 교회는 사회 복음화를 위해 이러한 일(미산 골프장 건설 문제)을 결코 간과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누가 내겠습니까.
- 앞으로의 계획과 구상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미산 골프장 건설 문제가 아니더라도 교구는 앞으로 생명과 환경을 살리는 일에 적극 나설 생각입니다. 생명과 환경은 복음정신에 입각한 문제입니다. 교회는 이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사회와 함께할 것입니다.
이번 골프장 건설 문제와 관련해 하나의 소득이 있다면 ‘지역 시민 단체 및 종교 단체와의 연대’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지역 단체와 하나가 된 느낌입니다. 또 불교와 개신교계에서 (골프장 반대운동에) 적극 함께 해주신 점에 대해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환경문제, 생명문제는 지역과 종교를 뛰어넘어 하나가 될 수 있도록 우리를 묶어 주었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연대는 계속될 것입니다.
또한 교회 언론에 대해서도 부탁드리겠습니다. 언론의 역할은 진리를 밝히는 것입니다. 언론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진리를 밝히는데 앞장 서 주시기 바랍니다.
■ 미산 골프장 관련 밝혀진 문제점들 -수원교구 생명환경연합 제공
- 골프장 사업자가 골프장 인허가의 편의를 얻고자 입안권자인 안성시장의 최측근에게 2002년 10월 3억원을 건넴
- 국비를 이용하여 골프장 예정부지의 나무들을 불법적으로 2차례 간벌(숲이 울창한 곳에는 골프장 건설을 할 수 없기 때문)
- 골프장 사업자가 골프장 사업 입안권자인 안성시장의 출판기념회 때 1000만원을 전달
- 골프장 사업자가 입안권자인 안성시장의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성시장 비서실장을 경유, 안성시장 최측근에게 3000만원을 전달하였고, 그중 800만원을 안성시장 선거자금으로 사용. 이와 관련해 사업자 2명, 안성시장 비서실장, 안성시장 최측근 등 총 4명이 유죄판결 받음
- 골프장 사업자가 도지사에게 2500만원의 선거 후원금을 전달한 것이 문제되어, 현재 경기도 선관위가 수원지검에 수사를 외뢰한 상태
■ 미산 골프장 관련 경과
- S개발 2000년부터 골프장 사업 위한 부지 매입
- 2002년 9~11월, S개발이 매입한 토지에 안성시가 1차 간벌 실시
- 2002년 10월 골프장 사업자가 골프장 인허가의 편의를 얻고자 입안권자인 안성시장의 최측근에게 3억원을 건넴
- 2002년 12월, 제1차 골프장 허가신청 접수
- 2003년 6월, 국토이용계획변경에 따른 사전 환경성 검토 신청
- 2003년 7월, 한강유역환경청 녹지자연도 7등급 이상 임야의 임상 양호 이유로 반려. 반려 사유의 일부내용 -“신갈나무, 참나무 등이 주군락을 이루는 녹지자연도 7등급 이상의 임상이 양호한 지역”
- 2004년 3~6월, 골프장 예정지 중 4.5ha 모두베기
- 2004년, 제2차 골프장 허가신청 접수
- 2004년 8월, 국토이용계획 변경에 따른 사전환경성 검토서 재 제출
- 2004년 10월, 한강유역환경청. 골프장 예정지 임야의 임상 양호이유로 반려. 반려 사유의 일부내용 - “주요 식생분포도 소나무, 굴참나무, 신갈나무, 상수리나무 등으로 구성된 임상이 양호하여 보전이 필요한 지역으로 사료됨”
- 2004년 11월, 안성시의 1차 간벌실시. 골프장 예정지 중 일부 19.0ha 솎아베기
- 2005년 1월, 제3차 골프장 허가신청 접수
- 2005년 1월, 국초 이용계획변경에 따른 사전환경성 검토 신청
- 2005년 6월, 2번의 솎아베기, 입목축적에 환산 적용치 않았음이 드러남
- 2008년 1월 4일 수원지법 제11형사부는 미리내 성지 인근에 미산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는 모기업 회장에게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신미산 전대표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 또 이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안성시장 전 비서실장에게는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또 다른 안성시장 측근에게는 징역 2년 추징금 3000만원을 같은 날 각각 선고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