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면 두고 온 가족 그리워…”
“우리 우리 설날은….”
남한에 내려와 지난해 결혼한 현지 엄마(22)는 친정을 찾듯 갓난아기를 안은 채 남편의 손을 이끌고 왔다. 남한에 정착한 지 6년이 넘은 글라라씨(26)도 환한 웃음을 터트리며 찾아왔다. 배 상자를 들고 들어선 새터민 정씨(53)의 쑥스러워하는 얼굴에서는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아들의 설렘이 배어 있었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김운회 주교)가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맞아 새터민들을 위해 마련한 나눔의 자리. 북녘 땅 고향을 떠나온 이후 늘 뚫린 채로 남아있던 가슴 한 곳을 메우지 못해 몸살 아닌 몸살을 앓아야 했던 새터민들은 설날인 2월 7일 하루만큼은 모든 것을 잊고 가족의 정을 만끽했다.
이날 행사가 열린 서울 면목동 ‘영원한 도움의 집’은 이른 아침부터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한 새터민들로 고향집을 방불케 했다. 생후 10개월 난 아기에서부터 일흔을 넘긴 할머니에 최근 하나원(북한이탈주민 교육기관)을 나온 가족까지 30여 명의 새터민들이 한자리에 모이자 모처럼 함께한 대가족이나 진배없었다. 넘쳐나는 이야기 속에 눈물방울이 떨어지고 아이와 어른들의 웃음소리가 한데 섞였다.
오전 미사에 이어진 차례 드리는 시간. 남한 사회에 발을 디딘 후 처음 차례상을 앞에 둔 이들도, 북녘에 두고 온 가족 생각이 더 날까봐 일부러 설을 외면해 온 이들도 이날만큼은 하나가 됐다. 차례상에 잔을 올리고 절을 하는 새터민들의 눈길은 북녘 하늘에 가닿아 있는 듯했다. 서로 세배를 하고 세뱃돈을 받는 즐거움도 모처럼 누리는 호사였다.
세배를 마친 이들이 향한 곳은 북녘 땅이 지척에 바라보이는 임진각.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자유의 다리 앞에서는 저도 모르게 두 손이 모아졌다.
5년째 홀로 설맞이를 해온 새터민 정현무(바오로·53)씨는 “명절 때면 두고 온 가족 생각에 더욱 가슴이 시리고 아플 때가 많았다”면서 “모처럼 비슷한 처지의 가족들이 모여 설을 날 수 있어 잠시나마 아픔을 잊을 수 있었다”며 행사를 마련해 준 이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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