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난 아파도 당신은 건강해야 해”
‘잔티우엣’이라고 적는다. 사랑하는 아내 이름이다. 아내, 교직을 그만두고 남편을 따라와 고생만 하는 고마운 그 아내다.
남편 반 킁(29). 2005년 결혼식을 올리자마자 한달만에 베트남을 떠나 한국에 왔다. 한국땅을 밟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에게 시련이 다가왔다. 뇌하수체 종양이다.
그가 한국땅을 밟은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이주노동자가 이곳에 온 까닭은 모두 ‘돈’을 찾아 온 것이지만 그는 조금 다르다. 아버지의 위암, 어머니의 유방암이 그를 한국까지 오게 한 것이다.
누나와 동생이 있지만 모두 병원비를 대기는 어려운 상황. 한국에서 번 첫 월급 100만원 중 70만원을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부쳤다.
반 킁을 따라 무작정 한국에 온 아내는 이제 남편의 병수발과 일, 시부모에게 보낼 병원비 마련을 병행해야만 한다. 마르고 작은 몸으로 많은 일을 하면서도 남편을 어찌나 지극정성으로 돌보는지 주위 사람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종양 때문에 가끔 반킁이 경련을 일으킬 때면, 아내는 가슴을 부여잡고 흐느낀다. 없는 돈을 쪼개 그에게 베트남 음식을 해 먹이고 언제나 눈시울이 젖은 채로 남편 손을 잡고 있다. 요즘은 야간작업까지 나가는 터라 일요일에만 남편 얼굴을 본다.
현재 반 킁은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위원장 허윤진 신부)가 운영하는 베다니아의 집에 묵고 있다. 경련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터라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주변의 도움으로 국립의료원 신경외과에서 12시간에 걸쳐 뇌수술을 했지만 조금만 떼어내고 다시 뇌를 덮었다. 머리 중앙 깊숙이 자리잡은 핏덩어리의 크기가 크고 여러 갈래에 걸쳐 붙어있어 수술로 제거하기 보다는 색전술과 방사선 치료를 거치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앞으로 해야 할 치료와 약 등은 전액 개인부담이다.
반 킁을 만났다. 머리맡에 사전과 한국어 교재가 있다. 아픈 와중에도 틈틈이 한국어 공부를 한다. 베트남에 돌아가 한국인들을 위한 가이드가 되길 꿈꾸기 때문이다.
반 킁이 자신 대신 일하는 아내에게 편지를 쓴다.
“아내야, 사랑하고 고맙습니다. 나는 아프지만 당신은 아프지마. 당신은 언제나 건강하길 바래요. 우리 가족 항상 웃고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도움 주실 분 702-04-107881 우리은행, 703-01-360446 농협, 예금주 (주)가톨릭신문사
기사입력일 : 2008-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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