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노동자 권익 보호하며 편견 허문다
외국도서 비치한 도서관 개관, 교양 프로그램 개설
문화 차이 극복할 이민자 및 2세대 위한 복지 확대
지난 1980년대 말부터 한국에도 국제이주노동자들의 물결이 밀려들어오기 시작했다. 특히 1994년 외국인산업연수제도와 2003년 고용허가제 등이 시행되면서 그 수는 급격히 늘어났다.
지난해 국내 거주 외국인의 수는 각 분야 이주노동자를 포함해 10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에서 가정을 이루고 사는 외국인의 수도 1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기혼자 10명 중 1명은 국제결혼을 통해 가정을 꾸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적 팽창속도와는 달리 이주자에 대한 실제적인 차별과 편견은 여전히 뿌리깊게 존재한다.
인천교구(교구장 최기산 주교)는 인간존엄성을 기반으로 특히 이주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우리사회의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기 위한 발빠른 지원에 힘써왔다.
교구 이주노동사목부 담당 김일회 신부는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노동’과 ‘노동자’에 대한 올바른 의식을 확산하고 이주노동자들도 하나의 소중한 인격으로 존중하는 문화를 자리매김하는데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신부는 “교구 이주노동사목에서는 무엇보다 이주노동자들을 일방적으로 교육하는 것이 아닌,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공동체성을 함양하는 지원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전한다.
김신부는 아울러 “교구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이 있는 현장으로 ‘찾아가는 서비스’를 확산하기 위해 노력한다”며 “이주노동 사목이 보다 실제적으로 활기를 띠기 위해서는 앞으로 각종 시설과 지원센터가 교구 단위가 아니라 각 지구, 지역별로 운영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찾아가는 사목’ 실행
인천교구 노동사목은 3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활발히 펼쳐져 왔다. 또 현재 전국 교구 중 인천교구만이 유일하게 노동자주일을 제정, 기념하고 있다.
특히 교구는 이주노동자들의 증가에 따라 최근 이들에 대한 사회문화적 지원과 교류에 관심을 집중한다. 교구 사회사목국 이주노동사목부는 이러한 국내 거주 외국인 노동자들과 국제결혼이민자 등을 지원하는 구심점이다.
이주노동사목부의 활동은 초기 불법체류자들을 위한 인권보호 차원에서 최근에는 노동자들은 물론 국제결혼 이민자들을 위한 복지 확대로 변화의 물꼬를 트고 있다.
따라서 이주노동사목부는 기존 상담소와 무료진료소 등에 이어 국제결혼 이주여성공동체와 이주민문화센터 등을 설립하고 보다 폭넓은 사목적 배려를 지원 중이다.
이주노동사목부 산하 시설로는 ‘외국인노동자상담소’와 ‘가톨릭진료소’, ‘기쁨의 집’이 가장 대표적이다.
교구 가톨릭센터에 위치한 ‘외국인노동자상담소’에서는 임금체불과 산업재해를 비롯해 다양한 고충들을 상담한다. 외국인들의 문화체험과 야유회 등 공동체친교활동도 정기적으로 지원한다. 또 매주 목요일에는 상담사들이 인천 외국인보호소를 방문, 구금자들에게 간식 등을 전달하고 대화시간도 마련한다.
지난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운영된 부평농장 내 ‘노동자의 집(Worker’s House)’은 ‘찾아가는 사목’의 대표적인 형태다.
이곳에서는 책임수녀가 월~금요일, 주일에 상주하며 한글교육 등을 지원한다. 이곳에서는 미등록 노동자 신분으로 기타 혜택을 받기 어려운 이들을 주로 상담한다. 또 노동자 자녀들을 위해 가정방문교육도 실시한다.
노동자의 집 책임 정안나 수녀는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어를 잘 못할 뿐 모두 어엿한 성인”이라며 “이들에게 일방적으로 우리문화와 한국어 교육을 강요하는 것보다 먼저 그들의 문화를 알고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친교를 나누는 활동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가톨릭진료소’는 보다 전문적인 의료시설을 갖춰 교구 사회복지센터 3층으로 이전했다.
자원봉사에 나선 의료진들을 중심을 운영되는 이 진료소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 ‘무료’라는 표현도 간판에서 떼어냈다. 현재 의사와 간호사 25명이 매주 주일 오후 1~5시 진료를 지원한다.
또 이주노동사목부에서는 현재 교구 사회복지센터 내에 ‘이주민문화센터’를 마련 중이다. 이곳은 기본적으로 외국도서를 대출할 수 있는 도서관으로 꾸미고, 각종 교양, 인성 프로그램과 영화상영 등도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이주노동사목부 담당 김일회 신부는 “이제는 이주민들과 함께 사는 다문화시대로 일반인들도 문화와 종교 등이 다른 이주민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데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며 “특히 이주노동자 2세들의 원활한 사회적응을 위해 정부, 자치단체 등과 연계해 지역밀착형 사목 지원에 보다 힘써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교구에서는 외국인 선원들을 위한 쉼터도 운영 중이다.
교구 해양사목부(담당 장유성 신부)는 지난해 12월, 인천항을 오가며 며칠에서 길게는 몇 달까지 항구 인근에 머무는 외국인 선원들을 위해 쉼터 ‘씨맨스 클럽(Seaman’s Club)’ 문을 열었다.
이 공간은 아시아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자국 가톨릭교회 기금으로 마련돼 더욱 의미가 크다. 또 해양사목부에서는 항구에 정박한 선박을 직접 방문해 선상미사와 면담, 노동자 상담 등을 지원한다.
한편 교구는 이주노동사목을 위해 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후원회비는 의료보험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치료와 이들을 위한 쉼터, 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쓰여진다. 후원회원들을 위해서는 매월 미사가 봉헌되며, 피정과 친교모임 등도 마련한다.
※문의 032-765-1094 www.fwco.or.kr 인천교구외국인노동자상담소
▶국제결혼 이민여성 공동체 ‘기쁨의 집’
“어려운 한국문화 재밌게 배웁니다”
최근 국제결혼이 크게 늘면서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이해와 지원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또 교회는 물론 정부와 지자체 등에서도 행복하고 건강한 가정을 일구기 위해 언어와 문화 차이로 오는 갈등 해소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인천교구 사회사목국 이주노동사목부는 지난 2005년 6월, 국제 결혼 이민여성 공동체인 ‘기쁨의 집(Joy House)’ 문을 열었다. 처음 이주여성쉼터로 시작된 기쁨의 집에서는 현재 국제 결혼 이민여성들이 한국사회에 신속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다채로운 교육 강좌를 지원한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는 한국어교육과 문화체험, 가정상담, 출산도우미, 찾아가는 한글교육 등을 꼽을 수 있다. 요리강습과 예절교육, 종이공예, 컴퓨터교육 등도 인기다. 특히 이주노동사목부는 결혼 이민여성들에게만 일방적으로 적응할 것을 강요하지 않고, 그들의 문화를 지키는 데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이에 따라 기쁨의 집에서는 국제결혼 남편 모임과 시어머니와의 만남 시간 등도 마련한다. 이러한 활동은 단순한 교육이 아닌 문화적 이해를 바탕으로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공동체성 함양 프로그램으로 큰 도움이 된다는 평가다.
강화군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센터장 신숙자)는 지역밀착형 시설로 모범을 보인다.
인천교구 사회복지회가 위탁운영하는 이 센터는 지난해 6월 문을 열었다.
이에 앞서 강화본당(주임 홍승모 신부)은 2006년부터 10여개월간 지역 내 결혼 이민여성들을 위한 생활지원을 펼쳐왔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세워진 센터에서는 강화군 내 380여 명의 결혼 이민여성들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한국문화 교육과 정보화교육, 언어교육 등을 펼친다. 또 강화군 교동 등과 같은 섬지역 생활자들을 위해 매주 교사들이 직접 가정을 방문, 언어와 교육 등을 지원한다.
특히 센터에서는 올해부터 유급교사를 활용해 ‘찾아가는 교육’을 보다 확산할 방침이다. 현재 30명의 유급교사를 교육 중이며 이들은 앞으로 각 가정을 찾아 맞춤교육을 실시할 방침이다. 또 필리핀인 등 외국인들도 교사로 채용, 보다 원활한 교육이 이뤄지도록 지원해 관심을 모은다.
사진설명
▶가톨릭진료소를 찾은 한 이주 노동자가 봉사자에게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
▶인천교구장 최기산 주교가 2005년 9월 기쁨의 집 축복식을 주례하고 있다.
▶2006년 9월 열린 제 1회 인천 아시아 이주민 문화축제.
▶2007년 10월 열린 제2회 인천 아시아 이주민 문화축제.
▶국제 결혼 이민자 여성들이 강화군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에서 열리는 종이공예 수업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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