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교회의 주인공 ‘은빛 신앙’
봉사자 연수, 강사 공급 등 본당 노인대학 적극 지원
신자들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노인 사목 기틀 마련
부산교구 내 노인사목 열기가 뜨겁다. 부산교구는 지난 1월 30일 오랜 준비 끝에 첫 발을 내디딘 노인대학연합회에 이어 2008년 노인사목 사업계획 발표, 노인대학봉사자 연수, 대대적인 은빛문화사목지원단 모집 등을 실시하며 노인사목 활성화를 위한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이와 함께 개최하는 사업마다 교구 신자들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참여로 인해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신자들의, 신자들에 의한, 신자들을 위한 결실이기에 더욱 그렇다.
# 노인사목 활성화 배경
부산교구 노인사목 활성화의 시작은 본당 신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열면서부터다.
부산교구는 기존 본당을 찾아가 감사 형식으로 실시했던 교구장 사목방문을 ‘본당의 살아있는 목소리를 듣기’로 뜻을 모으고, 2007년 2월부터 교구장과 교구청 국장신부들은 지구장본당을 방문해 지구소속 본당 신부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그 결과 모든 지구에서 공통분모로 꼽은 문제가 ‘노인 신자 증가에 따른 교구 차원의 지원’이었다. 노인 신자에 대한 지원문제는 이미 2007년 교구 설립 50주년 준비과정과 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모임에서도 그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었다.
교구는 ‘노인사목’에 대한 지원은 미래 사회의 징표라고 판단, 교구 선교사목국과 평신도사도직협의회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사업 구상에 들어갔다. 이때 신임 교구장 황철수 주교는 2008년 사목교서를 통해 ‘노인사목’의 중요성을 강조해 노인사목 관련 사업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먼저 ‘노인사목 지원시스템’을 구축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이를 위해 교구 내 노인신자 현황파악 결과 상당수 본당들이 노인대학 운영에서 강사 섭외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는 노인대학운영이 단순 시간 때우기식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파악됐다.
교구는 본당 노인대학들을 한데 묶어 상호 교류와 협력을 통해 발전해 나갈 수 있는 ‘노인대학연합회’를 창설하기로 했다.
# 노인대학연합회와 봉사자연수
부산교구 노인사목분야의 첫 결실은 노인대학연합회 창립이다. 교구 선교사목국과 평협이 공동 운영하는 노인대학연합회(회장 설정규, 지도 전동기 신부)는 기존에 운영 중인 본당 노인대학에 봉사자 교육 및 프로그램 계발을 지원하고 신설될 본당 노인대학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현재 부산교구에는 총 109개 본당 가운데 27곳에 노인대학이 운영 중이지만 이번 노인대학연합회 창립과 관련 사업들이 활성화됨에 따라 2008년에는 상당수 본당에서 노인대학을 신설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합회는 노인대학 신설에 관해 알기 쉽게 정리한 안내서를 3월 초 발행할 계획이다.
노인대학봉사자연수의 참가대상자들은 본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노인대학관계자들이다. 특히 2월 18~19일 열린 제2회 노인대학봉사자연수는 1차 1박2일로 예정돼 있었지만 모집 인원의 2배 이상이 연수에 신청, 18~21일에 걸쳐 1, 2차로 시행했다. 이번 연수에는 노인대학 신설을 준비하는 본당의 신자들이 미리 연수에 참여해 노인대학 운영, 봉사 방법 등 평소 궁금했던 점을 물어보며 노인대학 설립의 사전지식을 쌓기에 바빴다.
# 노인사목 인재풀 ‘은빛문화사목지원단’
은빛문화사목지원단은 교구에서 운영하며 각 본당 사목활동에 지원할 교육 강사단을 말한다. 지금껏 본당의 노인대학들은 자체적으로 강사를 구해왔다. 이 때문에 노인대학들은 강사가 그만둘 때마다 신임 강사 초빙에 어려움을 겪었고, 다양한 강사진을 구한다는 것은 더욱 힘든 일이었다.
교구는 이런 상황을 파악한 후 강사들을 한 곳에 모아 운영하기로 했다.
이런 뜻을 담아 탄생한 것이 바로 ‘은빛문화사목지원단’. 이 단체는 부산교구가 ‘가톨릭 문화사목’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반영해 만든 것으로 인재풀 제도를 통해 본당 노인대학 운영에 필요한 각종 교육, 행사 등을 돕게 된다.
2007년 11월부터 모집 중이며 현재 다양한 분야에 능력을 가진 신자 30여 명이 지원, 현장 투입을 위한 소양훈련을 받고 있다. 모집분야는 크게 여가 취미활동, 웰빙 건강분야, 기타 전문분야 등 3가지로 구분된다. 여가 취미활동부분에서는 서예, 독서지도, 수지침, 연극, 공예, 풍선아트, 장식, 악기, 국악 등의 지도가 가능한 신자, 웰빙 건강분야에서는 의학, 물리치료, 발 건강, 웃음치료, 치매검사 등 건강증진 전문가, 이 밖에도 전공이나 특기를 나누고 싶은 신자들은 신청할 수 있다.
※문의 051-629-8720 부산교구 선교사목국, 051-622-5588 부산교구 평협
# 이제 시작이다
부산교구 내에는 노인들을 위한 작은 배려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교구 주보 용지 크기를 B5에서 A4로 키워 활자를 키웠고, 읽는 데 어려움이 있거나 청취를 더 원하는 노인들을 위해 오디오 주보도 실시하고 있다. 본당에서는 노환에 따른 노인들의 시력을 고려해 연령대별 돋보기를 배치하는가 하면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든 어르신들을 위해 완만한 길을 만들고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등 노인들의 편의와 안전을 위해 애쓰고 있다.
하지만 늘어나는 노인신자 수에 비하면 이런 노력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그만큼 앞으로 노인들을 위한 관심과 배려는 더 깊이, 더 멀리 이뤄져야 한다. 부산교구 노인사목은 이제 닻을 올렸다. 이제 남은 것은 구성원 간의 화합과 일치로 똘똘 뭉쳐 먼 항해 길을 순항해 가는 것이 아닐까.
■[인터뷰] 부산교구 선교사목국장 전동기 신부
“신앙 기쁨 건강 다 잡아야죠”
“노인사목을 통해 어르신들에게 ‘신앙, 기쁨, 건강’을 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노인들은 젊은 시절을 자식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신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이제는 즐거운 삶을 사셔야죠.”
부산교구 노인사목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는 선교사목국장 전동기 신부는 노인들의 ‘60년 인생’을 떠올렸다.
6.25전쟁, 일제강점기, 보릿고개, 5.18 민주화운동 등 온갖 어려움을 짊어지고 살아온 세대. 먹을 것 못 먹고, 입을 것 못 입어 가며 자식들을 위해 살아온 분들이 교회 안에서 은총의 시간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현재 ‘노인사목’의 몫이다.
“2011년이면 부산교구 내 수계신자의 30%이상이 65세 이상 노인이라는 통계가 나왔습니다. 상당하죠? 이제는 이들을 위한 사목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여기저기서 들려왔어요. 교구장님께서도 적극 지원을 약속하시며 노인사목에 힘을 실어주라고 하셨죠.”
하지만 전신부는 노인사목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겨우 본당 사목하며 보고 들은 것이 전부였다. 그래서 그는 노인대학연합회 관계자들과 학장들을 자주 만나 의견을 교환하며 하나씩 배워 나갔다. 특히 가야본당 사례를 들은 후 교구차원의 노인대학 지도자 양성이 반드시 필요하겠다고 절감했다.
“2004년 설립된 가야본당 노인성경대학은 강사진이 없어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가야본당에는 전문 지식을 갖추진 않았지만 봉사를 희망 하는 신자들은 많았죠. 본당은 이들 봉사자들을 인근 동의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게끔 수강료를 지원해 주었고 교육 후에는 본당 노인대학에서 강사로 활동했습니다. 본당 스스로 노인사목을 개척해 나간 것이죠. 어느 본당마다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교구에서 봉사자 교육을 도와주고 전문 강사를 지원해 준다면 아마 많은 본당들이 신나게 노인대학을 운영하게 되지 않을까요?”
전신부는 노인대학봉사자연수에 참석해 봉사자들의 사기를 북돋우고 은빛문화사목지원단 신청자들의 지원 동기, 특기, 신앙생활 등을 꼼꼼히 살피며 관심과 기대를 늦추지 않는다. 노인들이 신앙공동체 안에서 그리스도의 은총과 기쁨, 건강을 모두 가지는 그날이 올 때까지 전신부의 노력은 계속 ‘ing’형이다.
사진설명
▶부산 동래본당 모심대학 학생들이 레크레이션 수업을 받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2. 2월 18일부터 열린 제2회 노인대학봉사자 연수에 참가한 봉사자들이 나무토막을 활용한 강의법을 배우고 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