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눈으로 여성 문제에 참여해야”
가난 해소 위한 나눔 최우선 과제
아, 태지역 다문화 연대에 어려움
복음화 위해 국제적 역량 갖춰야
올해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교황교서 ‘여성의 존엄(Mulieris Dignitatem)’ 반포 20주년이 되는 해이다.
지난 20세기는 여성에 대한 위상이 가장 두드러지게 변화한 세기였다. 특히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이 교서에서 성모마리아의 삶에 비추어 여성의 존엄과 소명을 성찰한 바 있다.
교황청 평신도평의회는 ‘여성의 존엄’ 반포 20주년을 기념해 2월 7~9일 바티칸에서 ‘여성과 남성 : 전체성 안에서의 인간’을 주제로 국제회의를 열었다.
이번호 가톨릭인터뷰에서는 이 국제회의에서 ‘아시아태평양 지구에서의 여성의 존엄’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던 세계가톨릭여성연합회 아시아태평양 지구 오덕주(데레사) 회장을 만나봤다.
오회장은 “아시아태평양 지구에서 일본, 홍콩 오스트레일리아 교회 등은 정부 및 각종 사회단체 등과 연계해 여성문제 해결에 모범을 보이고 있지만 대부분 나라의 여성들은 심각한 가난 안에서 인간 존엄성을 훼손당하고 있다”며 “한국교회 여성신자들은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여성의 존엄성을 일깨우고 개선하는데 보다 구체적으로 힘쓸 때”라고 강조했다.
“아시아 여성들은 수많은 불평등과 핍박 속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여성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복음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세계 인구의 절반은 아시아에 산다. 그러나 아시아 문화권 여성들은 그 누구보다 큰 차별과 폭력, 빈곤 아래 놓여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오덕주 회장(데레사)은 “세계 교회는 최근 각종 여성문제 해결에 큰 성과를 보인 한국교회와 사회를 큰 모범으로 평가한다”며 “이젠 한국여성들이 지난 세기 열악한 환경에서 겪어온 고통과 같은 상황에서 허덕이는 타지역 여성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실천할 때”라고 역설했다.
특히 오회장은 “가톨릭교회는 인권 특히 여성인권의 존엄성에 대해서도 신학적으로 명확히 밝히며, 그 어떤 가치와 비교해서도 흔들리지 않고 여성 인권 수호에 이바지하는 종교”라며 복음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아시아지역은 심각한 가난으로 인해 인권, 특히 여성인권과 관련해서는 언급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인간존엄성 실현을 위해서는 가난을 해소하도록 돕는 ‘나눔’이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다.
“가난과 양극화는 각 국가들이 정책적으로 책임져야할 문제이지만, 원조가 뒷받침될 때 가속화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태지역 가톨릭여성연, 특히 한국가톨릭여성협의회는 극빈여성의 자립과 교육, 환경개선, 폭력근절, 생명환경 보호 등을 위한 각국 교회 프로젝트를 적극 지원할 방침입니다.”
오회장은 이번 국제회의에서 해외원조와 그를 바탕으로 한 발전 모델로 한국을 적극 소개했다. 한국은 빈곤국에서 급속한 발전을 이뤄왔으며, 그 가운데 공동선 실현에서는 가톨릭교회가 큰 역할을 해왔다는 설명이다.
또 구체적으로 오회장은 아태지역 복음화를 위해 각 지역 내 국가별로 연대해 참여하고 나누는 방식을 제안했다.
아태지역은 다문화, 다종교, 다민족이라는 배경을 갖고 있고 지역도 광범위해 연대의 어려움이 크다. 때문에 아태지역 가톨릭여성연은 이러한 지역적 특성을 감안해 각 문화권별로 모임을 세분화해 교류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오회장은 한국교회가 복음화의 구심점으로 서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글로벌 의식’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그는 “한국교회는 큰 저력을 갖고도 특히 ‘언어의 장애’로 인해 아태지역은 물론 세계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지 못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지난 30여년 간 교회 내 여성활동의 선두주자로 한길을 걸어온 오회장은 이미 오래 전부터 여성의 참여와 글로벌 마인드를 강조해 왔었다.
“사회가 발전하고 세계화되었다고 말하지만 실제 한국교회 내 인재들은 세계를 향해 진취적으로 나아가는 국제적 활동 역량은 크게 부족합니다. 지금부터라도 올바른 글로벌 의식과 자질을 확충할 때 아시아 나아가 세계 복음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시아적 영성과 도덕’의 재발견도 오회장이 강조하는 실천사항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동양사상에 대한 관심을 갈수록 높여가고 있습니다. 우리도 초기교회 선조들의 활동을 본받아 유교의 왜곡된 부분을 바로잡고 그 긍정적인 부분과 가톨릭신앙을 접목, 세계교회가 본받을 영성으로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오회장은 교황 베네딕토 16세 또한 이번 국제회의에서 ‘여성의 교회 참여’를 특별히 강조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는 남성과 여성의 교육 기회도 평등해졌고, 여성의 사회활동도 눈에 띄게 늘었지만, 유독 가톨릭교회 내 여성의 활동은 변화가 더딥니다.”
실제 한국교회 여성신자들은 수적 우세와 역동적인 활동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변적 위치에 머무르며 의사결정과정에도 적극 참여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또 여성신자 집단의 내적 이질성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돼왔다.
오회장은 “이렇게 여성 참여가 미흡한 것은 여성들이 여전히 전통적 여성의 미덕에 젖어있는 것도 큰 이유”라고 지적했다. 스스로 사유하고 참여하는 노력보다 의존하고 종속되려는 사고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오회장은 “여성의 눈으로 여성의 문제를 보는 시각을 키우고 신앙인으로 어떤 삶이 옳은 것인지 늘 사고하고 참여하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여성들은 생명을 낳아 키우며 문화를 전수하는 주역입니다. 즉 여성은 사랑을 받아 그 사랑을 다시 세상에 내놓는 역할을 하기 위해 더욱 올바른 가치관을 갖춰야 합니다.”
지난 1975년부터 전국단위 활동을 펼쳐온 한국가톨릭여성협의회는 그동안 여성의식교육과 국제교류 등을 폭넓게 실현해 왔다. 또 교황 교서 ‘여성의 존엄’ 발표 이듬해인 1989년부터는 이 교서를 습득하는 여성신앙대학도 열었으며, 2001년 주교회의 평신도사도직 산하에 여성소위원회 설립도 적극 지원한 바 있다.
한편 협의회는 오는 10월 26~31일 서울에서 세계가톨릭여성연합회 아시아태평양 지역 회의도 주관한다.
■ 오덕주 회장은
서울대 사회학과와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 사회학과를 거쳐 미국 콜롬비아 대학원 사회학과 등을 수료했다.
국제부인회 창설위원으로 본격적인 여성운동에 나서, YWCA 위원, 대한적십자사 자문위원, 한국가톨릭여성협의회, 주교회의 여성소위 위원 등을 역임한 바 있다. 현재 세계가톨릭여성연합회 아시아태평양 지구 회장과, 세계가톨릭여성연합회 이사, 주교회의 평신도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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