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어머니가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이후 시간은 내겐 그야말로 홀로서기를 하는 그런 시간이었다. 잠시 공황상태라고 할 만큼 허전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매 끼니 밥을 먹을 때마다 울컥하며 눈물이 올라오고, 매일 밤 불꺼진 컴컴한 집에 들어갈 때도 마음이 허전함을 느껴야 했다.
어머니가 떠난 후 두려움과 아쉬움, 죄송함은 여전하지만, 이젠 자연스럽게 어머니가 옆에 계시다 생각하고 매일 자연스럽게 인사하며 오간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엄마 다녀올게요’ ‘엄마 잘 갔다 왔어’라며 인사를 빠트리지 않는다. 가끔 어린 조카가 ‘근데 할머니가 어디가셔서 아직 안오셔’라고 말하면 온 식구들이 침묵에 빠지기도 하지만, 이젠 어머니와 함께 했던 시간들을 되새기며 다시 힘차게 살아간다.
엄마가 병으로 누워계실 때는 불편한 것보다 늘 죄송스런 마음이었다. 날마다 지방공연을 다녀야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머니는 오랫동안 음식을 못드시고 호스를 연결해 누워계셨기에 죄스런 마음이 더했다. 어머니가 병으로 누워계시는 동안은 목욕탕에서 남들이 어머니를 모시고 함께 오는 것만 봐도, 주변사람들이 어머니에게 생일선물을 해드리는 것만 봐도 모두 너무 부러웠다. 어머니가 좀더 건강하실 때, 더 잘 느낄 수 있을 때 잘 해드렸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이 클 뿐이었다.
어머니 덕분에 이 세상에 태어나 노래하는 삶을 살고 있는데, 아무리 유명하고 똑똑한 사람들이라도 어머니가 안계시면 이 세상에 없는 것인데…. 어머니가 거동을 못하고 누워계실 때 돌보아 드리는 것은 자식의 당연한 도리라고 반문할 뿐이다.
주변사람들은 ‘현숙씨는 어머니 누워계실 때 병수발이랑 그렇게 잘했으니 이제 원도 없을 꺼야’라고 말하곤 하지만 사실 나는 마음에 걸리고 아쉬운 점이 많다. 흔히들 말하지만 지금 계신다면 정말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예전엔 노래연습할 때면 어머니가 ‘밥먹어라’고 하면 ‘네 알았어요’라고 대답만 하곤 금세 노래연습에 빠져들곤 했다. 어머니가 몇 번씩 채근해도 되레 짜증만 내며 내 일을 하기에 바빴었는데, 그랬던 행동 하나하나가 못내 걸린다. 어머니가 떠나신 후에는 그저 밥을 차려주셨던 것이, 나와 함께 계시며 밥을 먹어주신 것이 가장 고맙고 또 그립다.
특히 어머니께서 80세 넘게 살아계셔주셨던 것만으로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어머니가 이 세상에서 나와 함께 계시는 것은 내가 원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니까. 내게 그런 기회가 주어진 것은 매우 큰 복이라고 생각한다. 남들은 병수발 기간이 너무 길어 고생했다고 말하지만, 난 단 한순간도 힘들다거나 어머니가 빨리 돌아가셨으면 하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늘 일거리가 끊어지지 않고 주어졌던 것도 정말 감사할 일이다. 하느님과 여러분들이 사랑해주신 덕분에 길다면 긴 시간 동안 병원비 걱정도 거의 안하고 어머니와 함께 지낼 수 있었다. 남는 것은 아니었지만, 병원비를 내고 항상 어머니와 내가 딱 쓸 수 있을 만큼 일거리가 주어져 기쁘게 노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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