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폭우가 내리던 제주도에서 매우 의미 있는 행사가 있었다.
‘제 1회 한국 청년 대회’. 교회의 미래인 젊은이들이 탐라벌판에 함께 모여 그들의 신앙과 열정을 발산했다. 미사를 주례하시기 위해 당나귀를 타고 입장하시는 주교님의 모습 속에 그들에 대한 교회의 애정과 사랑이 녹아 있었고, 처음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어색해하지 않는 젊은 청년들의 기상은 한라산만큼이나 높게 보였다.
첫 본당에서의 꿈같은 시절이 지나자 주교님께서 로마 유학을 명하셨다.
고등학생이 돼서야 처음으로 서울에 가본 촌놈이 졸지에 외국에 나가 국제인(?)으로 살아야 했다. 지금 세대와는 달리 외국생활이란 것을 꿈에도 생각지 않았던 필자에게 그것은 일생일대의 도전이었다. 원초적인 삶의 문제와 하늘같은 언어의 벽 앞에서 당황도 하고 좌절도 했다.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쉽지 않은 나날이었다.
겨우 유학 생활에 적응할 무렵, 2000년 대희년이 되었다. 로마는 일 년 내내 대희년 행사로 번잡했고, 그중에서도 가장 비중 있고 중요한 행사는 ‘세계 청년 대회’였다. 영광스럽게도 필자는 우리나라에서 온 젊은이들에게 통역을 해 주며 안내하는 인솔자로 그 자리에 함께 할 수 있었다. 전세계 200만 젊은이들이 로마로 모였다. 인종과 국적, 빈부와 성, 나이 등을 불문하고 그들은 오직 신앙 하나로 일치되어 있었다. 그들은 젊었고 같은 믿음을 지니고 있으므로 하나였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함께 기도하고 노래하며, 어깨를 걸고 춤추면서 한 분 하느님을 찬양했다. 노쇠하신 교황님도 젊은이들과 함께 하며 그들에 대한 애정과 희망을 솔직하게 표현하셨고, 젊은이들은 그런 교황님의 모습에 그 이름을 끝없이 연호하며 열광했다.
마지막 대미사를 위해 모든 젊은이가 반나절을 걸어서 한 곳으로 행진하는 광경은 마치 출애굽을 연상시키는 장관이었다. 넓은 벌판을 가득 채운 젊은이들 가운데서 교황님은 밤이 늦도록 그들과 함께 하시며 당신의 희망을 전하셨다. 평생 잊을 수 없는 감격이었다. 교회는 그 순간을 기적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기적이 아니라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살아있음을 보여 준 하나의 징표였다. 교회가 그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표현할 때 젊은이들은 여전히 교회의 미래이며 희망임을 보여준 힘찬 응답이었다.
사목 현장에서 사목자들은 젊은이들과의 의사소통에 힘들어 한다. 젊은이들 역시 교회의 완고함과 세대의 격차에 어려움을 토로한다. 그러나 진리는 하나이고 예수님은 영원한 청년이시다. 청년 예수는 ‘어제도 오늘도 영원히’ 우리의 스승이시며 구원자이시다. 가끔 우리 젊은이들이 교회를 보며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겠으나 희망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교회와 사목자들은 그대들을 사랑한다. 눈물겹도록 그대들을 그리워하고 그대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복음을 살며 우리의 미래를 준비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세계 청년 대회에서 보았던 희망을 아름답게 기억하며, 한국 청년 대회에의 열정을 이어 우리 청년들이 더 높이 비상하기를 바란다.
신호철 신부 (춘천교구 청평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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