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서귀포본당 사례를 중심으로
소공동체 통해 ‘친교’·‘영적성장’ 이룬다
제주교구는 2월 17일 가톨릭회관 2층 강당에서 ‘천주교 제주교구 소공동체 현황과 전망을 위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서귀포본당의 사례를 통해 교구 내에서 5년간 진행해온 소공동체 사목의 과정을 종합적으로 성찰하고 분석하는 자리였다.
교구는 지난 2003년부터 교구 전체가 소공동체의 정착과 활성화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해왔다. 특히 서귀포본당(주임 고남일 신부)을 소공동체 시범본당으로 정해 본당의 사도적 활동, 전례, 행사 등 모든 분야에서 소공동체 활성화에 기여하는 새로운 사목적 시도를 펼쳐 나가도록 했다.
한국 교회에서 처음으로 실시된 소공동체 시범 본당의 조사연구가 한국 천주교회 소공동체 사목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는데 귀중한 실증적 자료가 된다는 판단하에 본지는 이를 지상 중계한다. 다음은 발표 요지.
■추세조사 : 통계로 본 서귀포본당 소공동체 현황과 과제
전원 신부(서울 통합사목연구소 대표)
“복음·삶 나눔이 목적” 다수 응답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교육 절실
서귀포본당 전 신자를 대상으로 했다. 주일미사 참례자를 중심으로 일반신자와 청소년 주일학교 학생 및 쉬는 신자를 포함했다. 무응답을 제외한 이번 전체 조사 대상자 355명 중 여성이 63.9%, 남성이 35.8%이다.
본 조사를 통한 응답자들의 반응은 대부분 소공동체에 대하여 이해하고 있었으며, 그 목적과 가치에 대해서도 대부분 인지하고 있었다. 60.3%의 신자들이 소공동체에 어느 정도 열심히 참석하면서 이웃 신자들과의 친교를 통한 신앙공동체를 성취해 가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신자들은 소공동체에서 ‘이웃과의 친교’에 높은 응답을 보이고 있으며 ‘본인의 영적성장’에도 적지 않은 비중을 두고 있는데, 과반수 이상(56.8%)이 한 달에 두 번 이상의 모임을 원하고 있었다.
특히 소공동체 참여 신자의 경우 불참 신자보다 ‘매주 모임’에 8배 이상의 높은 비율을 나타내고 있어 소공동체 모임에 대한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
소공동체 운영 형식은 대체로 복음나누기 7단계를 기본으로 다른 복음나누기와 병행하고 있는데, 일부에서는 성경 공부의 필요성도 느끼고 있다.
소공동체에 불참하는 이유로는 모임 자체가 문제되기보다는 구성원 개개인의 사정(시간, 게으름, 반원 갈등, 혼자 하는 신앙 등)에 원인이 있으며, 그 나머지가 소공동체 모임의 특성(복음나누기)에 문제를 보이고 있다. 이는 소공동체 구성원 간의 신뢰를 통하여 나눔에 대한 부담감을 없애고 편안한 사귐을 통하여 삶을 열어가는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남성과 40~50대의 신자가 교회 공동체 내에서 소공동체의 중요성에 대해 높은 인식을 하고 있었지만, 실제 소공동체에 참여하는 비율은 여성과, 40대와 60대 이후의 연령층에서 높게 나타난다. 특히 30대 이하와 50대에서의 불참 비율이 높다.
본당 주일 미사를 가족미사로 하는 것에 대한 응답에서는 소공동체 참여 후에도 가정생활에 변화가 없다는 응답(56.0%)과는 달리 학생미사의 분리로 가족이 흩어지기보다 주일에 함께 미사참례 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앞으로 소공동체가 가정생활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발전되어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소공동체에 참여하는 신자일수록 친교의 공동체에 대한 이해가 높아서 모임에서의 친교와 개인의 영적 성장에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으며, 소공동체에서 복음을 나누고 삶을 나누는 것이 모임의 중요한 목적이라는 것에 높은 응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소공동체를 통한 활동 실천에서는 다소 낮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앞으로 소공동체가 선결해 나가야 할 과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소공동체 구성원들이 지역 사회의 숨은 신자들을 소공동체로 초대하고 친교를 맺으면서 공동체가 성숙한 신앙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은 대단위 본당활동에서는 할 수 없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응답자들은 대체로 소공동체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소공동체를 받아들이는데 반감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소공동체가 활성화되기 위해서 제주교구는 신자들이 적극적으로 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교육함으로써 신자들 의식 안에 소공동체가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제도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냉담자를 대상으로 소공동체에 대해 설문한 결과도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냉담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를 생계유지나 학업 등으로 인한 일상생활에서의 부담(33.3%)으로 꼽았다.
신앙생활을 재개할 때 교회로부터의 필요한 도움을 조사한 결과는, 고해성사에 대한 부담 경감, 면담이나 상담 기회 제공, 신앙교육 기회 제공, 후견인 연결, 경제적 지원 및 교무금 탕감 순으로 나타났다.
■제1주제 : 소공동체 현황 분석에 따른 제주교구 소공동체 사목신학적 과제·전망
김정용 신부(광주가톨릭대학교 교수)
서귀포본당 신앙실태조사 결과에 대해 성찰할 부분이 있다. 본당의 사례는 향후 한국 교회 소공동체의 미래를 전망하는데 긍정적인 차원을 풍부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와 더불어 한국 교회 소공동체의 과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적잖게 암시하고 있다.
제주교구 소공동체를 위한 사목적인 과제와 전망과 관련해 소공동체의 내용적·구조적 차원에서 제시하려고 한다.
내용적 차원으로 필요한 것은 ▲교회적 존재와 활동의 원천 ▲소공동체는 한국 토착화의 길 ▲평신도의 자발적 참여 ▲지도력의 쇄신 ▲소공동체의 영성 등이다.
평신도의 자발적 참여의 경우, 한국의 소공동체는 ‘신자들의 자발적 요청으로부터 나온 것이 아닌 위로부터의’ 제도 내지는 ‘성직자 중심주의의 또다른 형태’라는 차가운 비판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모순이다. 하느님 백성 안에서는 상호존중의 관계와 다양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결정적인 것은 신자들 스스로의 생각이다.
서귀포본당의 경우, 소공동체 참석 요인에 대한 조사결과를 보면 ‘소공동체가 중요하기 때문에’가 27.7%, ‘신앙생활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가 27.3%로 각각 나타났다.
구조적 차원과 관련해 ▲본당공동체의 사목구조 ▲본당 내 ‘통합사목위원회’ 구성 등의 두 가지 실천적인 제안을 한다. 오늘날 본당공동체 운영에 있어 신자들의 의견을 적절하게 반영할 수 있는 대안적인 사목구조가 필요하다. 신자들의 광범위한 의견수렴과 결정구조를 위해서는 소공동체 중심의 구조로 변화를 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통합적이고 구조적인 사목 접근의 부재로 본당 내 ‘통합사목위원회’ 구성을 방법으로 제시한다. 본당의 경우 인적 요인의 변화에 따라 사목적 과제가 크게 흔들린다. 이를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통합사목위원회’가 필요하다.
■제2주제 : 제주교구 소공동체 사목 구조 모범안 발표
고병수 신부(제주교구 사목국장)
소공동체는 하느님 나라 건설의 예표요 도구이다. 하느님 나라의 신비가 겨자씨에 비유되듯, 소공동체 역시 시작부터 성장까지 과정을 겪는다. 현재 제주교구는 그 과정을 밟아가고 있다.
소공동체 활성화 조건은 교구장의 사목비전과 확고한 의지, 본당사제의 사목계획과 협력, 평신도의 올바른 이해와 동참 등이다. 이와 함께 소공동체 비전 공유, 본당 구역반 조직 개편, 빈번한 소공동체 모임, 소공동체 중심의 사목 구조 적용 등도 필요하다.
특히 현 제주교구의 본당사목구조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교회론을 실현하는데 부적합한 요소들이 많다. 개편되는 본당사목구조는 기존 교회의 체질을 바꿔 ‘소공동체 중심의 본당 사목구조’로 개편해야 한다. 새롭게 개편될 본당사목구조는 소공동체협의회를 중심에 두고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와 제분과위원회를 양쪽에 균형 있게 조화해 서로 참여와 공동책임을 이루는 본당 구역·반 소공동체 중심의 사목구조이다.
이는 소공동체를 활성화하는데 가장 적합한 사목구조라 할 수 있다. 다수의 사람들이 본당운영에 관여하고 성직자 위주가 아닌 평신도가 본당운영에 관여하기에 사제 이동 시에도 사목이 연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장기적으로 평신도들에게 본당에 대한 소속감과 연대감, 신앙과 삶의 일치를 느끼게 해 교회를 친교와 일치의 공동체로 자리하게 한다.
사진설명
제주교구는 2월 17일 가톨릭회관에서 ‘소공동체 현황과 전망을 위한 심포지엄’을 개최, 교구가 5년간 진행해 온 소공동체 사목을 종합적으로 성찰·분석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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