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들 얼굴엔 ‘기쁨’이 가득
10시엔 가족미사, 12시엔 교중미사
신자들 요구 적극 반영한 본당 운영
매주 뜨끈한 국밥 먹으며 친교 다져
주일 미사에 참여하는 신자 비율과 관련, 사목자들은 일반적으로 ‘30:30:30’을 이야기한다. 교적 신자를 100%로 볼 때 주일미사에 꼬박꼬박 참여하는 신자 30%, 1년에 서너번 주일미사 참례하는 판공성사 신자 30%, 쉬는 신자 30%를 일컫는 말이다.
이 공식은 그동안 도시와 농촌, 대형본당과 소본당을 가리지 않고 맹위(?)를 떨쳐왔다. 하지만 수원교구 평택대리구 봉담본당(주임 송영오 신부,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 분천리)에선 얘기가 다르다. 교적 신자 수(1176명)의 50%가 넘는 600여 명의 신자들이 매 주일 미사에 꼬박꼬박 참례하고 있는 것. ‘꿈의 미사 참여율’을 연일 갱신하고 있는 봉담본당을 2월 24일 찾았다.
▨ 미사 시간 조금 바꿨을 뿐인데
수원역에서 차로 15분 남짓한 거리. 봉담 성당에 도착했을 땐 미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12시 30분. 다른 본당에선 이미 교중미사가 끝났을 시간이다. 하지만 봉담 성당에선 이제 막 성찬의 전례가 시작되고 있었다. 주임 신부의 강론이 길어서가 아니다. 봉담 성당에선 교중미사 시간이 12시.
“신자들에게 교중미사 시간에 대한 의견을 물었더니 대부분 12시를 원하더라구요.” 용진호(스테파노) 총회장은 “주일 아침에 모처럼 휴식을 취하고 싶은 남성 신자들을 위해 주임 신부님이 교중미사 시간을 늦추자 미사 참례율이 급격히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미사 참례자 중 남성 신자 비율이 그 어느 본당 보다 높아보였다.
▨ 음식 한 끼 대접했을 뿐인데
12시 미사가 점심 식사에 방해가 된다고? 봉담성당에선 전 신자들이 매 주일 성당에서 점심을 함께한다. “요즘 늦은 아침 식사를 하는 이들이 많아 미사 시간이 늦어져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것이 송영오 주임신부의 말. 매월 첫째 주일은 설렁탕, 둘째 주일은 갈비탕, 셋째 주일은 선지 해장국, 넷째 주일은 육개장, 다섯째 주일은 동태국이다. 주임신부와 본당 사목위원, 구역 식구들,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 함께 식사하다 보면 자연스레 말문이 트이고, 친교 또한 저절로 쌓인다. 신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본당 식구들이) 성찬의 전례를 함께하고, 식사도 함께하니 진정으로 한 식구가 된 느낌”이라며 “가족같은 편안한 분위기 때문에 성당 오고 싶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한다. 식사에 사용되는 경비는 전액 본당에서 지원한다.
▨ 사순시기 희생 강도 조금 높였을 뿐인데
사순시기를 맞아 전 남성 신자를 대상으로 금주와 금연 결심 봉헌문을 작성, 봉헌토록 했다. 금주 금연이 실패할 경우 성당에 기부금으로 내야하는 벌금은 100만원. 총회장을 비롯해 총 100여 명이 넘는 남성 신자들이 동참하고 있다. 본당 신자수를 감안하면 남성 신자 대부분이 금주와 금연에 나서고 있는 것. 그러다 보니 성당 인근 약국에는 현재 금연 보조제가 동이 난 상태. 가장 환영하는 측은 여성 신자들. 주임 신부는 여성신자들에게 양복 한 벌 사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주임 신부는 단식으로 신자들의 고통(?)에 동참하고 있다. 용진호 총회장은 “상갓집에 신자들이 갔는데 술, 담배를 안해 상갓집 분위기가 어색했을 정도”라며 “신앙에 소홀했던 남성 신자들이 사순시기 희생에 함께하면서 본당의 분위기도 활기가 넘치고 있다”고 말했다.
▨ 가족 미사 하나 신설했을 뿐인데
봉담 성당 인근은 이제 막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곳이어서 대중 교통이 불편하다. 따라서 초등부 주일학교 학생들이 혼자서 성당을 찾아오기에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 그래서 송영오 주임신부는 주일 오전 10시 가족 미사를 신설했다. 그리고 가족이 함께 미사에 참례할 것을 독려했다. 그동안 성당에 나오지 않던 아빠와 엄마들이 아이들을 따라 함께 성당에 나오기 시작했다. 주일학교 학생들의 참여율도 높아졌다. 가족 단위 미사 참여자가 늘다보니 자연히 미사 참례율은 쑥쑥 올라갔다. 송영오 주임신부는 “본당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서는 가족같은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어려울때 함께 고민하고, 즐거울때 함께 기뻐하는 생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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