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간 나를 지탱한 것은 사랑”
2004년 부임 신설대학 기반 마련에 헌신
50년 교육계 몸담은 충북 교육계의 대부
“진짜 ‘복지’가 뭔지 아세요? 복복(福)자에 복지(祉)자, 진짜 복지는 원래 하늘에서 내려주는 거예요. 인위적으로 만들어 복지를 해야 하는 세상이 안타까운 거죠.”
충북 청원군 현도사회복지대학교 유성종(토마스 데 아퀴노, 76) 총장은 복지의 뜻을 이렇게 설명했다. 2월 22일 총장직을 퇴임한 유총장의 감회를 들어본다.
총장직을 내놓으며
유총장은 현도사회복지대학교의 학생이자 총장이다. 지난 1999년 대학 설립 때, ‘사회복지’를 공부하고자 입학했던 학생이자 2004년 고령의 나이로 학교의 책임을 맡은 총장인 것이다.
그는 “이 대학에 총장으로 몸담으며 신설대학의 기초를 다지는데 최선을 다했을 뿐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고 겸손해했다.
오히려 그는 총장의 자리를 놓고 ‘야인’이 되어 자유를 찾는다는 것이 기쁘다.
“내가 보통교사 출신이에요. 보통교육 차원에서 보면 나는 무려 15년은 더 교직에 있었던 거예요. 무엇이 더 섭섭하겠습니까.”
그는 총장직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다면 그것은 ‘과욕’이라고 했다. 그래도 정말 아쉬움이 남지 않을까?
사랑하는 학생들과의 이별
총장직에서 퇴임하는 그에게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사랑하는 학생들과의 이별’이다. 흔히 총장과 총학생회가 대립관계에 놓여있다고 하는 요즘, 학생들과의 이별이 아쉽다는 것은 흔한 경우가 아니다. 충북 청원군에 위치한 작은 대학, 현도사회복지대학교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경우다.
지난 11월 현도사회복지대학교 총학생회는 퇴임식조차 하지 않겠다고 고사한 유총장에게 찾아가 ‘그냥 떠나면 안 된다’며 특강을 부탁했다.
“그래서 준비한 것이 ‘나의 교직 50년’이에요. ‘무슨 이야길 해야 하느냐’했더니 ‘그저 총장님 살아오신 이야기 해주시면 됩니다’ 하더라고요.”
그에게 그 고별 강연은 강단에서 학생들에게 말하는 마지막 인사가 됐다. 놀라운 것은 그 다음. 학생들이 빽빽하게 작별의 편지를 적어 ‘유성종 총장님’이라는 6글자를 만든 것이다. 전체 대학생 450명 중 자그마치 270여 명이 참여한 그 메시지를 보고 그는 ‘나이 먹은 사람을 감동시키는 내용’이라며 고이 모아두었다고 했다.
“가톨릭 신앙을 바탕으로 사회복지를 하겠다는 목적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만큼 이곳은 따뜻한 곳입니다. 학생들 속에 수도자, 성직자들이 있어 솔선수범을 하고요. 이런 분위기는 교수가 가르치는 학문 이상의 효과를 가져다주죠.”
가톨릭과 사회복지
그가 가톨릭을 만나게 된 경위도 이런 분위기에서다. 정진석 추기경이 청주교구장으로 있을 때, 그가 교육감으로 재직 중이었으므로 여러 번 ‘만남의 기회’를 가졌던 것이다. 그 후 바티칸에서 열린 정진석 추기경 서임식에 찾아갔고 그날은 세례를 받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토마스 데 아퀴노. 학자성인이라는데 그런 세례명을 갖게 된 것조차 황송하고 마음이 무겁죠.”
늦게 세례를 받은 만큼, 앞으로도 사회복지와 가톨릭 정신을 실천하며 살아갈 그의 소망은 ‘우리나라 사회복지’가 한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는 한국의 사회복지가 여전히 초보단계에 머물러 있다며 물량적, 금전적인 복지는 진정한 의미의 복지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스웨덴의 노인시설을 예로 들며 노인들이 일할 수 있는 곳을 만드는 것이 복지라고 했다. ‘어르신, 누워 계세요’라는 말은 겉으로는 ‘복지’처럼 보이지만 안으로는 인간기능을 감소시키는 큰 잘못이라는 것이다. 시설복지 차원의 생각변화도 있어야한다.
그에게 꽃동네 사회복지에 대해 물었다.
그는 “굶어 죽어가고 있는 사람들을 우선 살린 후, 교육이 이뤄져야 하지 않겠느냐”며 “꽃동네의 큰 규모와 사회복지 체계에 대해 불만을 가진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사람마다 여러 시각차이가 있겠지요. 하지만 꽃동네 인원이 우리나라 사회복지 대상의 백분의 일도 되지 않는다는 시각에서 볼 때, 사회에서 손대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꽃동네는 다른 어떤 곳보다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사랑, 진실로 사랑하십시오
그는 22일 현도사회복지대학교 총장직에서 퇴임했다. 퇴임식도 생략하고 졸업식장에서 학생들을 모두 떠나보내고 자신도 조용히 떠났다.
퇴임한 후에도 그의 일상은 여전하다. 23일부터 ‘고령자 대상 교육의 과제’라는 제목으로 노인대학 운영 교육 특강을 하며 교육자로서의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사회복지’라는 말을 아예 제목으로 달고 있는 현도사회복지대학교의 총장직을 떠나며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에게 해줄 이야기는 없을까.
“사랑. 진실로 사랑해야 해요. 아침에 만나면 사랑한다 말하고, 저녁에 만나면 토라지는 변덕스러운 사랑은 안 돼요. 50년 간 저를 버틸 수 있게 해 준 근본은 ‘사랑’이었죠.”
‘나이 먹은 사람의 잔소리 같은 이야기’라며 한사코 말을 아꼈던 유총장의 생각이다. 앞으로는 다 못 채운 외국어에 대한 욕심을 채우며 살 생각에 기쁘다고 했다.
“사회복지. 거창한 계획도 없고, 이제 나이도 많으니 노인복지시설이나 몰래 다니면서 심부름이나 해주고 살까 합니다.”
■유성종 총장은
1932년 3월 24일 충청북도 청주에서 츨생한 유총장은 1969년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수료하고 청주대학교 명예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4년부터 충청북도 교육감을 2기 연임했으며 91년 교육부 장학편수실장, 92년 국립교육평가원장, 95년 주성대학 학장을 거쳐 2004년부터 꽃동네 현도사회복지대학교 총장을 역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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