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과 ‘약속’ 지킨 즐거운 인생
# 약속
전도연 박신양 주연의 영화 ‘약속’이 한창 뜰 무렵(1999년 초), 서울대교구 장춘호(요한) 신부는 경기도 가평군 하면 신하리에 땅을 구입했다. 오랫동안 품어온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신학생 시절, 장애인은 왜 늘 지저분하고, 낙후된 시설에서 생활해야만 하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신부가 되면 최고의 시설을 그들을 위해 지어주기로 스스로 약속했죠.”
장신부는 구입한 땅에 성인 지적 장애인을 위한, 국내 최고 수준의 복지시설을 만들기로 한다. 소문 없이 혼자서 벌인 일. 그만큼 어려운 일도 많았다. 소문내지 않고 혼자 힘으로 알음 알음으로 후원자들을 모으다 보니 복지시설 건축비 마련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하느님은 장신부의 ‘약속’을 잊지 않았다. 복지시설 이름은 ‘성빈센트 환경마을’이라고 정했다.
# 말아톤
2003년 장신부는 어렵게 구입한 땅에 첫 삽을 떳다. 공사비를 아끼기 위해 목수 일을 배워 직접 나무를 깎고 대패질을 했다. 안식년의 소중한 휴식도 모두 복지시설 건립을 위해 썼다. 장애인들이 최고의 웰빙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건축자재는 나무와 황토만 사용했다. 복지시설 이름이 ‘환경마을’인 이유다.
그렇게 땀을 흘린 지 2년 뒤인 2005년, 장신부가 손수 지은 장애인들의 숙소가 만들어 졌다. 서울대교구 사제가 직접 설립한 복지시설로는 최대 규모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 그 공간에 장 신부는 2005년 영화‘말아톤’의 순진무구한 주인공, ‘초원이’를 꼭 빼닮은 장애인 8명을 들였다. ‘약속’의 첫 결실이 이뤄지던 날 그 기쁨을 장신부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하지만 장신부의 ‘소리 없는 사랑’에 대해선 아직도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왜 그렇게 주위에 알리지 않았냐고 묻자“뭐 대단한 일이라구…”한다.
# 즐거운 인생
2007년 개봉한 이준익 감독의 영화 ‘즐거운 인생’은 ‘눈에 띄게 성공하지 못한 삶의 즐거운 인생’을 이야기 한다. 비슷한 시기, 장신부는 본당 사목을 접고, 자신의 땀과 약속이 배인 ‘성 빈센트 환경마을’로 자청해 들어온다.
그리고 쉬지 않고 땀을 흘렸다. 그래서 최근 여성 장애인 숙소동을 완공했다. “어려운 여건의 가톨릭 신자가정에서 생활하는 여성 지적 장애인들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장신부는 “아직 ‘조금 더’해야 할 일이 남았다”고 말했다.
장애인들이 언제든 찾아와 쉴 수 있는 피정 숙소와 장애인 관련 캠프를 진행할 수 있는 강당에 대한 공사는 지금도 진행중이다. 공사비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지금까지 인도해 주신 하느님께서 마무리도 지어주실 것”이다.
장신부는 공사만 마무리되면 복지시설 운영을 평신도와 교구 사회복지회에 넘기고 다시 본당 사목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 여성 성인 지적 장애인 입소 및 후원 문의 성빈센트 환경마을 031-585-9066~7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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