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적’ 관점에서 영적 성숙 이뤄야
인간은 ‘단편적’ 시각만으로 이해할 수 없어
한국인 ‘영적’ 민족…잠재력 드러내야 할 때
이제 현대영성이 무엇인지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현대영성은 막연하게 ‘겸손하게 사시오’ ‘성실하게 사시오’ ‘희망과 믿음과 소망의 생활을 하십시오’라고 말하는 차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현대영성은 ‘인간이 왜 겸손하게 못 사는지’ ‘인간이 왜 성실하게 못 사는지’ 분석하고 그 해답을 제시한다. 지금까지 인간이 이룩한 교육학, 철학, 인간학, 의학, 생물학, 천문학, 심리학 그리고 신학 등 모든 과학적 발전을 총동원, 하느님께 좀 더 가까이 나아가려는 노력이 바로 현대영성인 것이다.
이제 미국의 뛰어난 현대영성가 ‘아드리안 반 카암’ 신부에 주목해 보려한다. 반 카암 신부는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신학을 전공하고 사제서품을 받았다. 이후 독일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반 카암 신부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미국으로 건너가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반 카암 신부의 학문에 대한 열정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천문학 등 다양한 자연과학분야에 뛰어난 학문적 성취를 이룬 반 카암 신부는 이후 인간을 ‘통합적’ 관점에서 이해하려 노력했고, 그 깊은 사변과 숙고가 ‘형성적 영성’‘형성과학 영성’이라는 열매로 나타났다.
반 카암 신부는 참으로 안타까웠다. 그리고 세상은 온통 의문투성이였다.
지난 세기 동안 인간은 눈부신 자연과학의 발전을 이룩했다. 더불어 인간의식도 높아졌고, 문명도 발전했다. 하지만 정작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은 그만한 성장을 따르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가 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회의가 들지 않을 수 없다. 물질은 비록 풍요로워졌다지만 아직도 여전히 많은 이들이 자기 안에 갇혀(이기주의) 살아가고 있고, 물질주의와 향략주의 쾌락주의 또한 만연하고 있다.
못난 사람을 찍어 누르고, 약한 이들을 소외시키고, 돈이 없는 이들이 절망 속에서 살아가는 세상.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횡포 속에서 고통 받고, 강대국이 약소국의 주권을 침탈하는 일은 지금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지 않는가.
인간이 추구해야 할 모습은 이런 것이 아니다. 유럽의 역사를 들여다 보면 눈물이 절로 난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전쟁과 기아와 질병으로 죽어갔는가.
인간에 대한 몇몇 단편적인 이론과 학문만으로는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없다. 반 카암 신부는 인간을 이제 단편적으로 바라보아서는 안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심리학과 철학, 신학을 총동원, 인간을 통합적으로 분석해 새로운 개념의 영성을 제시한다.
통합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인간을 단편적으로 설명한다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가를 알 수 있다. 빨간 사람은 없다. 뿔달린 사람도 없다. 하지만 불과 수십년 전만해도 우리의 어린이들은 북한 주민들이 모두 ‘빨갛다’고 생각했다.
혹시 우리는 지금도 인간을 이렇게 단편적으로 보고 있지는 않을까. 이제 우리는 영적으로 성숙해야 한다. 우리 민족은 비록 군사적, 정치적, 경제적으로 세계적인 1위 강대국이 되기 어렵겠지만 영적 강대국이 될 소질은 충분히 가지고 있다.
얼마 전 한 일본인 천주교 신자를 만난 일이 있다. 그 사람은 한국인이 참으로 부럽다고 했다. 한국인의 마음 속에는 일본인에게는 없는 영적인 그 무엇이 가득하다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신을 찬양할 줄 안다. 일본과 달리 한국에선 유난히 불교와 개신교 등 종교에 심취하는 사람이 많다. 일본인의 마음 속에는 그런 영적인 면이 부족하다. 그래서 늘 허전해한다. 많은 일본 주부들이 ‘사랑’을 노래한 한국 드라마에 열광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허전함의 한 발로다.
이에 비해 우리 한민족은 참으로 영적인 민족이다.
장독 위에 정화수를 올리고 달을 보며 기도했던 우리네 어머니들을 기억해 보라. 이처럼 영적인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한민족은 하느님으로부터 선택된 민족일지도 모른다.
우리 민족이 아시아에서 큰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 이제 뼈 속에 박혀있는 우리 민족의 영적 잠재력을 이제는 밖으로 드러내야 할 때다.
어떻게? 그 고민의 여정에 독자 분들을 초대한다.
정영식 신부(수원교구 영통성령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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