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당당하고 싶었어요”
군밤장수가 퀴즈쇼에서 1등을 했다.
지난해 12월 서울대교구 교정사목위원회(위원장 이영우 신부) ‘빛의 사람들’ 건물 1층. 교도소에서 출소해 위원회와 인연을 맺고 그곳에서 군밤을 팔았던 이창수(다니엘·40)씨가 퀴즈쇼에서 1등을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군밤을 팔며 함박웃음까지 덤으로 손에 들려줬던 그가 도전한 퀴즈쇼는 KBS ‘퀴즈 대한민국’. 그저 무엇인가에 도전하고 싶어 막연한 기대로 신청했다는 그는 1등이라는 결과를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 했다.
어떻게 1등을 했냐는 질문에 다른 모범생과 같은 답변이 돌아온다.
“공부, 진짜 안했어요. 그냥 교도소에서 상식이 부족한 것 같아 신문 보다가 모르는 단어는 적어놓고 외웠는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그는 자신이 ‘잘 산 인생’이 아니라고 했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더욱 떨렸다는 이씨. 참가자들은 기업의 CEO, 사법고시 합격자, 멘사 회원, 인라인 스케이트 국제심판 등 다양했다.
“처음에는 절 어떻게 보실까, 이런 쟁쟁한 분들과 함께 해도 될까 주눅이 들었어요. 그래도 교정사목위원회 직원 3분이 오셔서 응원해주시니 힘이 됐지요.”
상품으로 효도상품권을 받은 그는 이번 기회에 못다한 효도를 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했다. 하지만 그가 정말 기쁜 이유는 따로 있다.
“기회가 되면 부모님과 제 주변 사람들에게 잘 살겠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어요. 이제 국민들에게 약속했으니 정말 열심히 살 겁니다.”
사채를 빌려 쓴 후 잘못된 생각과 행동으로 여러 사람들을 실망시켰지만 출소한 후 그는 술과 담배도 멀리하고 누구보다 성실한 하루를 살고 있었다.
“사람들 앞에 당당히 서는 것을 자꾸 부끄러워하면 스스로 위축돼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 같아요. 딸아이와 아버님 앞에 당당히 서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그는 최근 노인요양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하고 있다. 열심히 노력해 딸아이의 ‘학비’를 대줄 수 있는 아버지가 될 때까지 쉼 없이 살 생각이다.
“요즘에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요. 감사하는 눈으로 세상을 보니 행복하기도 하네요. 초심 잃지 않고 정말 최선을 다할게요.”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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