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톨릭문학상’ 제11회 수상작에 소설가 문순태씨의 소설 ‘울타리’와 아동문학가 정두리씨의 동시집 ‘찰코의 붉은 지붕’이 선정됐다.
올해로 11회를 맞아 그 권위와 명성을 더해가고 있는 ‘한국가톨릭문학상’은 본지가 제정하고 우리은행이 기금을 출연하는 한국교회 최초이자 유일한 문학상이다.
한국가톨릭문학상 운영위원회(운영위원장 이창영 신부·가톨릭신문사 사장)는 여러 차례의 운영위원회 회의와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문학평론가 구중서, 소설가 김용성, 아동문학가 문삼석, 시인 신달자씨 등으로 심사위원회를 구성했으며, 4월 8일 최종 심사위원회 회의를 통해 소설과 아동문학 각 부문 수상작을 가렸다.
■ 소설 부문 수상자 문순태씨
“세상과 소통의 다리 놓다”
호남지역의 대표 작가 시대의 어머니상 그려
“가톨릭 신자 소설가로서 여러 문학상 중 특히 ‘한국가톨릭문학상’을 받게 돼 더욱 영광스럽습니다. 올바른 삶을 살라며 하느님께서 내려 주신 격려로 새기고 앞으로도 열심히 작품 활동에 임하겠습니다.”
소설집 ‘울타리’(이룸/360쪽/9700원)로 제11회 한국가톨릭문학상 소설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문순태(프란치스코, 67, 광주대교구 계림동본당 인암공소)씨는 “수상의 기쁨에 앞서 가톨릭 문인의 한사람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이 땅에 뿌리내려 온 그리스도의 정신을 구현하고 가톨릭 문학을 발전시키는 데 미력이나마 보태겠다”고 다짐했다.
문씨는 지난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겪으며 세례를 받고 가톨릭에 귀의했다. 시대의 아픔과 상처를 온몸으로 겪으며 신앙인으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그는 “신앙생활을 하다 보니 작품세계에도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했다”며 “단절된 세상과 소통을 시도하고 인간을 따뜻하게 보듬어 가는 용서와 화해의 정신은 내 문학 세계의 큰 뿌리”라고 말했다.
이번 수상작 ‘울타리’에서는 ‘늙으신 어머니의 향기’, ‘은행나무 아래서’, ‘느티나무와 어머니’ 등 늙은 어머니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들이 눈에 띈다.
그는 “질곡의 삶 속에서도 고통과 아픔을 이겨내고 가족들을 건사했던 어머니의 강인한 생명력이 이 소설집의 근간”이라며 “농경 사회 어머니들의 삶을 통해 어머니의 존재, 희생과 인고의 어머니상을 이 시대에 다시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문씨는 그 동안 신문기자, 대학교수, 소설가로서의 삶을 거치며 40여 년 인생을 글쟁이로 살아왔다. ‘문순태’란 이름 석 자는 오늘날의 한국 문단에서 호남을 대표하는 작가로 통하며, 대학에서 그에게 가르침을 받고 등단한 제자들은 스무 명이 넘는다. 지난 2006년에는 강단을 물러나면서 전남 담양군 남면 만월리 고향자락에 ‘문학의 집-생오지’란 이름의 창작 공간도 마련했다.
“늘그막에 이르러서야 언론인도 교수도 아닌 자유인이 됐습니다. 소설가는 정년이 없고, 문학은 평생 하는 것 아닙니까. 이젠 제게 남아 있는 모든 열정을 문학에 쏟아 붓겠습니다.”
■ 소설가 문순태는
1941년 전남 담양에서 태어나 전남대 철학과와 숭실대 기독철학과, 조선대 국문학과 등에서 공부했다.
1974년 ‘한국문학’에 소설 ‘백제의 미소’로 등단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주요 작품집으로는 ‘철쭉제’, ‘된장’ 등이 있고, 장편소설 ‘타오르는 강’, ‘그들의 새벽’, ‘정읍사’ 등을 발표했다. ‘한국소설문학 작품상’을 비롯해 ‘문학세계 작가상’, ‘광주광역시 문화예술상’,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특별상’, ‘요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 수상작 ‘울타리’는
‘경계인’ 삶 통해 역사적 모순 묘사
소설가 문순태씨가 2006년 광주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정년퇴임을 앞두고 펴낸 아홉 번째 소설집이다. 2002년 ‘된장’ 이후 4년 만의 신작이며, ‘이상문학상 특별상’과 ‘제23회 요산문학상’을 수상한 작품들이 실려 있다.
중편 둘과 단편 일곱이 묶인 소설집은 ‘사모곡’이라 불러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전편에 ‘어머니’라는 존재에 대한 애틋한 정이 배어 있다.
실제로 단편 셋은 ‘어머니’와 관련된 이야기다. 전형적인 가부장제 아래서 자란 작가는 구순을 훌쩍 넘긴 노모를 작품의 모티브로 삼았다. 소설집에 흐르는 또 하나의 화두는 ‘경계인’이다. ‘경계인’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양극화의 갈등 속에서, 이쪽에도 저쪽에도 속하지 못해 외면당하고 상처받는 중간자적 입장을 뜻한다. ‘경계인’의 삶을 그려낸 표제작 ‘울타리’는 탈북자 출신인 김 노인과 그의 친구인 비전향장기수 최동호에 대한 이야기다. 빨치산 활동을 함께 했다가, 늙어서는 한 명은 탈북자로 한 명은 비전향장기수로 재회하는 역사의 아이러니를 담았다.
■ 아동문학 부문 수상자 정두리씨
“어린이 위한 특별한 선물”
멕시코 여행 감동 담아 정말지 수녀 그림 감사
“신앙을 가진 한 사람의 문인으로서 ‘한국가톨릭문학상’을 수상하게 돼 기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 영광을 정말지 수녀님, 그리고 제 문학 인생의 ‘멘토’(mentor, 인생의 조언자)였던 고(故) 피천득(프란치스코, 1910~2007) 선생님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동시집 ‘찰코의 붉은 지붕’(정말지 그림/도서출판 답게/135쪽/1만원)으로 제11회 한국가톨릭문학상 아동문학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정두리(세라피나, 61, 수원교구 모현본당)씨는 “작품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꿈과 사랑을 심어줄 수 있다면 아동문학가로서 그보다 더 보람된 일은 없을 것”이라며 “세상의 어린이들을 위해 아름다운 글을 쓸 수 있는 탈렌트를 허락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수상작 ‘찰코의 붉은 지붕’은 정두리 시인이 동시를 짓고, 정말지 수녀가 그림을 그려 펴낸 시화집이다.
‘찰코’는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차로 1시간 30분가량 걸리는 작은 도시. 이곳에는 마리아수녀회가 세운 극빈층 자녀들을 위한 중고등과정 무료 기숙학교 ‘소녀의 집’(원장 정말지 수녀)이 있다.
정두리씨는 지난 2004년 멕시코 여행 중 ‘소녀의 집’에 며칠 머물게 됐고, 그곳 소녀들의 해맑은 미소에서 감동을 받아 시심을 건져 올렸다.
“저와 마주칠 때마다 종달새 같은 목소리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합창하던 소녀들에게 힘이 돼주고 싶었어요. ‘소녀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궁리하던 중 이들을 위한 동시집을 펴내겠다고 마음먹었죠.”
이 시집은 멕시코 현지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켜 ‘스페인어’ 판이 출간됐으며, 한국에서는 지난 2006년 서울 서대문구 문화일보 갤러리에서 시화전이 열렸다. 시인은 서울 교보문고와 영풍문고에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팬 사인회를 갖기도 했다.
시인은 요즘 지역 도서관에서 주부들이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문화교실을 열고, 아동문학상 작품 심사에도 참여하곤 한다.
정씨는 “어린이는 내게 삶의 ‘기쁨’과 ‘행복함’을 가져다주는 원천”이라면서 “내가 쓴 동시집들이 이 세상 어딘가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특별한 선물이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 아동문학가 정두리는
1947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성지여고를 졸업하고, 단국대학교 신문방송학과와 중앙대학교 대학원 신문방송학과에서 공부했다.
1982년 ‘한국문학’과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각각 시인과 아동문학가로 등단했다. 주요 작품집으로는 ‘슈베르트의 집’ 등 7권의 시집과, ‘우리 동네 이야기’ 외 14권의 동시집이 있다. ‘새싹문학상’을 비롯해 ‘세종아동문학상’, ‘한국동시문학상’, ‘방정환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 수상작 ‘찰코의 붉은 지붕’은
60편 시와 그림에 소녀들의 꿈 담아
정두리 시인의 열세 번째 동시집이다. ‘소녀의 집’을 방문했다가 감동 받은 시인이 학교와 학생들의 이야기를 동시로 엮고, ‘소녀의 집’ 원장 정말지 수녀가 틈틈이 익힌 유화 솜씨로 멕시코의 꽃과 풍경, 해맑은 소녀들의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60편의 시와 그림에는 가난하지만 웃음을 잃지 않는 고운 소녀들의 그리움과 사랑, 소중한 꿈 이야기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예쁜 글과 예쁜 그림이 읽는 이의 마음을 맑게 만든다.
고 피천득 시인은 추천사에서 “어린이를 향해 열린 따뜻하고 너그러운 마음이 시에서 느껴진다”고, 안도현(우석대 문예창작과 교수) 시인은 “작고 단단한 소품들이 큰 울림을 만들어 내는 이 시집을 읽으며 행복한 표정을 짓게 될 사람들을 생각한다”고 적었다.
이 동시집은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공동 주관하는 2006년 5월 ‘시’ 부문 베스트셀러에 선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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