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
갈갈이 찢겨진 세상에서 한가지 꿈, 한가지 거대한 꿈을 위해 자신을 소진했다. 그 한가지 꿈은 인간들 사이의 일치, 그리고 하느님과의 일치였다.
서로 다른 종교와 문화. 수세기에 걸친 교파간, 종교간 미움과 반복. 포콜라레 운동(Focolare movement)은 그러한 장벽들을 허물고 보편적인 형제애를 향한 대화를 실현해나가고 있다.
이러한 가톨릭 영성 공동체인 ‘포콜라레 운동’의 창설자이자 회장인 끼아라 루빅 여사(Chiara Lubich, 1920~2008)가 이탈리아 현지 시간으로 3월 14일 오전 2시 이탈리아 로마 로카 디 파파 자택에서, 기도와 평화 속에서 지상에서의 여정을 마감했다.
끼아라 루빅은
“우리 앞에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달했던 1943년 이탈리아 트렌토. 학구열에 가득 찬 한 철학도이자 초등학교 여교사였던 끼아라 루빅은 폭격으로 모든 것이 파괴되어 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른 복음의 삶만이 유일하게 가치 있음을 깨닫는다.
“하느님, 하느님은 사라지지 않으신다.”
이후 그녀는 주위 몇몇 뜻있는 이들과 함께 ‘서로간의 사랑과 모든 이의 일치’를 목표로 나눔의 공동체 생활을 실천했다. 이들의 영성 운동은 점차 트렌토시 곳곳으로 확산됐고, 전쟁 중에도 생기발랄한 이들의 삶을 보고 일부 사람들이 ‘포콜라레(Focolare)’라는 별칭을 붙여줬다. 포콜라레는 이탈리아어로 ‘벽난로’를 뜻한다. 당시 사람들은 이들의 모습에서 마치 가족들이 벽난로 근처에 모여앉은 단란한 분위기를 연상했다.
“만일 우리가 곧 하느님 앞으로 가게 된다면 그때 하느님이 우리에 대해 만족하실 수 있도록, 예수님게서 특별히 지적해주신 하느님의 뜻은 없을까?”
1943년 12월 7일, 끼아라는 종신 동정 서원을 하면서 공식적인 포콜라레 운동을 시작했다. 끼아라는 “이 운동은 보편적인 형제애를 불러일으켜 인류를 한 가족으로 일치시키는데 공헌하고자 한다”고 설명한다.
끼아라가 강조하는 ‘일치를 위한 대화’는 그리스도교 정신에 뿌리를 두고 있으면서도 다른 종교와 문화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치들을 무시하지 않고 오히려 이것들을 부각시킴으로써 대화와 일치를 이뤄가는 것이다. 그 처음은 가톨릭교회 안에서의 대화이다. 두 번째는 여타 그리스도교와의 대화, 세 번째는 다른 종교들과의 대화, 네 번째는 다른 신념을 가진 이들 즉 무신론자들과의 대화이다.
“처음에는 우리를 일치시키는 점들을 찾아내면서 차츰차츰 우리 가운데 계시는 예수께서 진리까지 밝히실 것이며….”
그는 1961년 독일에서 몇몇 루터교 목사들과 함께 ‘교회 일치’를 위한 대화를 시작했으며 앞선 60년에는 동독으로 진출, 동유럽 전 지역에 포콜라레 운동을 전파했다. 이어 끼아라는 성공회와의 대화, 동방전교회와의 대화를 펼쳤으며, 이슬람교와의 대화도 본격적으로 이어나갔다. 96년부터는 정치를 위한 일치운동도 시작했다. 특히 1991년 극심한 빈부격차를 줄이기 위한 시도의 하나로 시작한 ‘공유 경제 프로젝트’는 전세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우리의 것은 또한 여러분의 것입니다.”
특히 끼아라는 가톨릭신자 뿐 아니라 개신교, 성공회, 불교, 동방정교회, 이슬람교 수장 등과 함께 종교간 갈등을 극복하며 인류 평화를 위해 이바지한 공로로 종교인 노벨평화상으로 불리는 ‘템플턴상’(1977년)과 ‘대십자가 기사 훈장’(2004년), ‘켄터베리 성어거스틴상’(1981년) 등 수많은 훈장을 받은 바 있다. 또한 같은 공로로 전 세계 유수 대학으로부터 13개의 명예박사 학위와 각 도시의 명예시민증을 받았다. 저서로는 ‘땅 위에 네 불을’ ‘모든 이를 하나로’ ‘새 하늘 새 땅’ 등 수십권을 펴냈으며, 아울러 한반도 평화구현을 위해서는 국제 뮤지컬단 젠베르데를 국내에 파견한 바 있다.
“이 사람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요한 17, 21).
포콜라레 운동의 목적이자, 끼아라의 기도와 유언이다.
“복음, 공동체정신으로”
‘소도시’ 이뤄 ‘서로간 사랑’ 실천 모범
◎포콜라레 운동은
현재 포콜라레 운동은 전 세계 180여개국에 확산돼 450여만명의 가족들이 한뜻을 살아간다. 1962년에 교황 요한 23세로부터 ‘국제 마리아 사업회(Word of Mary, 포콜라레 운동)’ 회칙을 정식으로 인준받았으며, 1952년 유럽에 이어 각 대륙에 전파됐다.
한국에서는 1969년 여자 포콜라레 모임으로 시작됐으며 이후 74년 남자 포콜라레 활동도 문을 열었다. 2008년 3월 현재 한국인 종신 봉헌자는 여자 25명, 남자 12명이다.
매달 복음말씀을 해석해 일상 생활 속에서 실천하도록 도와주는 ‘생활 말씀’은 전 세계 90여개 언어와 방언으로 번역, 배포한다. 특히 ‘새 인류 운동’ ‘새 가정 운동’ ‘일치된 세계를 위한 젊은이 운동’ ‘일치를 위한 청소년 운동’ ‘새 본당운동 등 20가지의 대중운동도 펼치고 있다.
아울러 포콜라레 회원들은 복음정신, 공동체정신, 연대성을 근간으로 한 ‘소도시’를 이뤄 ‘서로간의 사랑’ 실천에 모범을 보인다. 최초의 소도시는 이탈리아 피렌체 인근의 로피아노이며, 현재 30여개 소도시에 70여개국 800여명 이상의 여러 인종과 민족들이 일치를 이루며 생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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