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에게서 희망봅니다
농부의 손길 기다리는 꽃보며
하느님 창조섭리 몸으로 느껴
봄이 오는 소식이 시나브로 우리에게 찾아왔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풀고 나온 개구리, 형형색색 아름다움을 뽐낼 준비를 하는 꽃 등. 봄은 그렇게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다.
2~3월 꽃 수요가 늘어나면서 한창 분주한 경기도 고양시 신원동에 위치한 ‘안나농원’을 운영하는 화훼농 전택순(시메온, 61, 서울 구파발본당)-강금자(안나, 56)씨 부부를 찾았다. 화훼농사만 20년 지어온 그들의 장미재배 이야기가 시작된다.
앞이 안보일 정도로 무성한 잎으로 가득 찬 비닐하우스는 상상했던 것과는 달랐다. 생각처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비닐하우스 안을 가득 채운 향긋한 향이 장미재배 하우스라는 것을 알게 했다.
전씨 부부는 매일 아침 9시부터 채화작업을 한다. 주로 꽃이 반쯤 개화했을 때 채화한다. 활짝 핀 장미는 선별과정을 거치는 동안 쉽게 시들어서 상품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채화된 꽃들은 곧바로 저온저장고로 옮겨지고 저장된다. 출하는 일주일에 3회에 걸쳐 이뤄진다. 출하된 꽃들은 서울 양재동 화훼공판장으로 가서 경매에 붙여지기도 하고 강남고속터미널 꽃상가로 가 전국 각지로 팔려가기도 한다.
꽃 재배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사랑’과 ‘관심’이다. 모든 농사가 마찬가지지만 잔병치레가 많은 장미꽃은 특히 손이 많이 간다. 하루 종일 나무상태를 잘 관찰해야하는 것은 물론 오전과 오후마다 비닐하우스의 적정온도 확인, 가지치기, 삽목 등 신경써야 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농부의 손길만 기다리는 꽃을 보면서 부부는 하느님의 창조섭리를 몸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장미 농사를 지으면서 장미도 사람들과 똑같다는 걸 느껴요. 제가 관심을 갖고 자주 지나가는 곳에는 더 많은 꽃이 피어나고 모양도 예쁜거 같아요. 제가 얘들한테는 하느님인거죠.”
사랑과 정성이 깃들어서 인지 농가의 꽃들은 제마다 흰색, 붉은색, 검붉은 색 등 아름다운 색을 뽐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꽃을 재배하면서 항상 즐겁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폭등하고 있는 기름값과 로얄티 비중이 확대되면서 농가의 부담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비닐하우스가 있는 신원동까지 개발바람이 불고 있어서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옛날에는 종자법이 없어서 그냥 심으면 됐는데 종자법이 생기면서 육종회사에 로얄티를 줘야 해요. 그것도 뼈골 빠지는데 기름값까지 올라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아는 게 장미농사밖에 없어서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전씨 부부는 최근 새롭게 삽목한 나무들을 심었다. 이제 막 뿌리를 내리려고 하는 묘목들을 다루는 손길이 조심스럽기만 하다.
“요즘 농사가 너무 어려워서 노력한 만큼만 결과가 나와 주길 바랄 뿐이에요. 또 새롭게 묘목도 심었으니깐 더 열심히 해봐야죠.”
※문의 02-381-7348 안나농원
기사입력일 : 2008-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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