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날 거두기에 이르러 영근자 됐으면 천국을 누릴 것이오
성 김대건 신부 하면 떠오르는 것이 하나 있다. 한국 교회 최초의 본토인 사제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성 김대건 신부가 세례를 받은 곳은 어디일까?
이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는 곳이 바로 은이성지(골배마실)다.
은이는 박해시대 숨어살던 천주교 신자들에 의해 이룩된 교우촌이고, 은이(隱里)라는 말 그대로 ‘숨겨진 동네’, 또는 ‘숨어 있는 동네’라는 뜻이다. 이곳은 김대건 신부를 비롯해 김대건 신부의 부친인 김제준(이냐시오), 나모방 신부, 한이형 (라우렌시오) 등 은이와 관련 있는 순교자들을 기리고 있다.
소년 김대건 성소의 꿈 키우다
은이성지는 김대건의 소년시절의 향취가 남아있는 곳이요, 성소의 꿈을 키우던 장소다. 이곳은 옛날부터 신자들에 의해 구전으로 김대건 신부의 집터가 있던 장소로 알려져 왔다. 1961년 양지본당 5대 정원진 신부에 의해 발굴이 시작되어 돌절구와 갖가지 생활도구, 즉 맷돌, 우물터, 구들장 등을 발견하면서 성지개발에 착수하게 됐다.
김대건 신부는 이곳에서 조선 땅에 곧 오게 될 사제를 기다리며 기도하고, 교리를 익히고 교회의 미래를 위해 한 몸 바치고자 하는 포부를 가슴에 담고 살았다.
1836년 김대건 신부가 15세 되던 해, 그는 이곳에서 한국에 프랑스 선교사로 처음 입국한 나모방 신부로부터 세례를 받았다. 이후 마카오로 유학길에 올랐던 김대건 신부는 귀국 후 고 페레올 주교, 다블뤼 신부와 함께 황산포(나바위)에서 사목 활동을 하게 된다.
고 페레올 주교의 명으로 김대건 신부는 은이를 중심으로 용인, 이천, 안성 지역 등에서 사목 활동을 펼쳤다. 즉 은이는 조선 천주교회의 본토사제가 사목한 최초의 본당이었던 것이다. 이 시기에 김대건 신부는 은석골, 텃골, 미리내, 단내 등 경기지방에 흩어져 있는 교우들을 찾아 성사를 베풀고 사목 활동을 전개했다.
신덕 망덕 애덕고개로 성인 정신 따르다
6개월간의 사목 활동 후, 김대건 신부는 1846년 4월 은이에서 교우들과 마지막 미사를 봉헌한 후 고 페레올 주교의 명령에 따라 중국에 체류하고 있는 선교사들과의 연락, 조선에 입국해야 할 매스뜨르 신부와 최양업 토마스 부제의 입국로를 알아보기 위한 임무를 띄고 떠난다. 김대건 신부는 성직자의 입국로를 준비하기 위해 인천 앞 바다에서 활동하다 1846년 6월 순위도에서 체포당한다.
그리고 그 해 9월 16일 새남터에서 군문효수 당한다. 김대건 신부의 순교 소식을 듣고 당시 은이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사목관할 내에 살던 먹병이(묵리)의 이민식(빈첸시오)과 몇몇 교우들은 그의 시신을 몰래 빼와 10월 미리내에 안장했다.
그 후 이곳의 교우들은 생전에는 김대건 신부가 사목 활동을 위한 길이자 순교 후 유해를 옮겼던 이송 길을 순례하기 시작했다. 은이성지에서 미리내성지에 이르기까지 넘어야 할 세 고개를 신덕(信德)고개(은이 고개), 망덕(望德)고개(해실이 고개), 애덕(愛德)고개(오두재 고개)라 이름 지어 부르며 김대건 신부의 정신을 기리고 있다.
성지는 1997년 새롭게 단장했다. 새로이 청동으로 제작된 2m짜리 성상을 모셔 그 해 7월 5일 대축일을 맞아 축복했고 처음 은이성지에 모셔졌던 성 김대건 신부 성상은 양지본당 정원으로 옮겨갔다.
■ 순례 및 후원 문의 031-338-1702, www.eun-i.org
■ 미사 화요일~주일 오전 11시, 성지후원 미사 토요일 오전 11시
사진말
김대건 성인상이 세워진 성당 지붕 위 탑.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고 있는 신자들.
피정과 기도를 할 수 있는 황토방.
십자가의 길 1처 십자가.
글 유재우 기자 jwyoo@catholictimes.org/ 사진 김재현 수원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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