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근원' 지키려는 참회의 발걸음
생명의 물길따라 걸은 34일
자연-인간 '공존' 위한 여정
“문제점 누구나 알아…철회 시급”
교회도 특위 구성, 대응책 모색
지난달 12일 경기 김포시 애기봉전망대에서 시작된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의 100일 간 도보순례가 중반에 다다르고 있었다.
천주교, 불교, 개신교, 원불교 등 4대 종단 성직자를 중심으로 구성된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이 생명의 물길을 따라 도보순례에 나선지 34일째. 경북 구미 동락공원에서 만난 순례단은 보다 확실하게 하나된 목소리로 대운하 반대를 외치고 있었다.
순례단은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생명의 근원인 강이 훼손되는 것이 정당화되는 이 시대에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평화를 모색하기 위해 이번 순례길을 마련한 것.
3월 16일 순례길은 구미시 산호대교 하단에서 시작됐다. 김규봉 신부(의정부교구 환경·농촌사목 전담 겸 천주교 창조보전전국모임 사무처장)의 기도가 출발을 알렸다.
“만들어 진 길도 있고, 만들어 가야할 길도 있습니다. 작지만 함께 걸어가면서 분명한 희망과 행복을 느낍니다. 오늘 하루 행복한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순례단은 1991년 두산전자 공장 페놀유출 사건이 있었던 한천에서 출발해 산호대교, 구미대교, 동락공원을 거쳐 낙동대교까지 순례를 이어갔다. 특히 동락공원에서는 ‘생명의 어머니이신 강을 모시기 위한 문화예술인 공동연대’에서 주최한 문화 예술축전에도 참석하기도 했다. 생명의 어머니이신 강을 모시기 위한 문화예술인 공동연대 출범식의 일환으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원로시인 고은, 강은교씨 등이 참여했다.
순례길에 동참하고 있는 안동교구 생명환경연대 김갑남(리타·49·안동 화령본당)씨는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이 한반도 대운하로 인해 사라질 것을 생각하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대운하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누구나 다 알고 있기 때문에 하루빨리 이 안이 철회되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운하 건설 반대와 관련해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최기산 주교) 환경소위원회는 지난 7일 대운하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한반도 대운하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특위는 경제적 논리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대운하에 대해 교회 가르침에 따라 대응 방안을 마련해 나가기로 했다. 그 첫 단계로 3월 19일 ‘한반도 대운하 정책 토론회’를 열어 찬성, 반대 의견을 듣고 토론을 나눌 예정이었으나 정부측 발제자의 불참 통보에 따라 토론회가 취소되기도 했다.
특위는 아직 구체적인 의견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건국 이래 가장 큰 국책 사업이면서도 사회적 소통과 합의가 잘 이뤄지지 않는 현재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찬반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입장표명을 할 것으로 보인다.
◎천주교 대표 김규봉 신부
“한반도 대운하 사업은 이기주의가 빚은 비극”
“한반도 대운하가 과연 진정한 행복으로 향하는 길인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합니다.”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에 참여하고 있는 김규봉 신부(의정부교구 환경·농촌사목 전담 겸 천주교 창조보전전국모임 사무처장)는 “한반도 대운하는 인간중심의 사고에서 나온 비극”이라고 전했다.
김신부는 “개발과 경제적인 부를 행복으로 착각하는 이들이 많은데 과연 부를 중심으로 한 삶이 지속 가능한 삶인가에 대해서 우리는 고민해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문제는 식수원입니다. 외국 운하의 경우는 식수원과 별개로 만들어 지는 것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식수원이 되는 강 위에 2500~5000톤 급의 배를 띄우겠다는 것입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그는 또 “대운하가 단기적으로는 경제에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설계비용과 지속적인 관리비용을 생각한다면 과연 경제발전 요인이 맞는지 의문스럽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 2월 17일 경기 김포시 애기봉 전망대부터 낙동대교까지 한강과 영강, 낙동강을 걸어온 그는 “자연과 함께하기 때문인지 이번 봄은 어느때보다도 평화롭고 행복하다”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은 어떻게 하든 우리가 지켜내야 할 하느님의 선물임을 확신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김신부는 또“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사명임을 잊지 말자”고 당부했다.
대운하 건설이 지금 시점에서라도 전면 백지화가 되길 바란다는 그는 도보순례가 끝난 뒤에도 정부 측에서 대운하 건설을 추진한다면 타종단 성직자들과 함께 새로운 방법으로 대응할 것임을 밝혔다. 그는 이와 함께 아쉬운 점을 토로하기도 했다.
“순례길에 참여하면서 가장 아쉬운 것이 있다면 대운하 문제에 있어서 천주교의 관심이 저조하다는 것입니다. 하루라도 자연과 벗이 돼 걸으면서 자연의 소중함을 느끼고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는 길을 찾아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4월 1일 쯤에 ‘가톨릭의 날’이라고 해서 기도회를 마련하게 될 거 같다”며 “우리 신자들이 인류 생존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함께 생각해보고 고민해 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대운하 건설 찬·반 공방
“경제효과” 주장 진실일까?
이명박 정부가 대선에 도전하면서 제1공약으로 주장한 한반도 대운하건설 공방으로 한반도가 뜨겁다.
지난 2월 29일에는 운하건설을 추진하는 내용이 담긴 법령이 제정된 사실이 확인됐으나 정부측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확정안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토론회와 기자회견 등을 통해 그들의 내용을 정리해 볼 수 있다.
정부는 총 길이 553㎞ 구간에 수중보 16개소, 갑문 19개소, 주운용수공급을 위한 댐 2개소, 화물터미널 12개소 등 주요시설을 건설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부운하 찬성측은 의견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경부운하의 경제성, 둘째 환경성, 셋째 기술성에 관한 내용이다. 특히 많은 이들이 경부운하를 찬성하는 이유는 경제적인 문제 때문이다. 찬성측 주장에 따르면 운하건설로 한 사회적 총 비용은 총 16조 2863억원인데 반해 사회적 편익은 37조4999억원 즉 총 사업비 대비 2.3배 이상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환경단체 및 학계, 종교단체에서는 대운하의 경제성과 환경성이 과장 혹은 왜곡되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으며 이와 관련한 환경유해성도 크다고 밝히고 있다.
반대측은 우리나라 국민의 2/3가 마시는 식수원으로 사용되고 있는 한강과 낙동강에 운하가 건설된다면 식수원을 잃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대운하건설을 반대하는 서울대교수 모임에서 1월 31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대운하 건설 및 유지에는 최소 40~50조가 필요하며 찬성측에서 제시한 비용은 유지관리비용, 생태계 훼손비용 등 많은 비용이 축소 혹은 누락됐다고 한다. 또한 지구온난화를 야기시키는 이산화탄소가 운하로 인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해운운송의 경우 철도수송보다 2.5배나 배출되며 운송시간도 철도수송보다 최소 10배나 더 소요된다고 밝혔다.
최근 ‘경부운하 축복일까 재앙일까’를 펴낸 박진섭 생태지평 연구소 박진섭 부소장은 책을 통해 “국민의 자산이자 생명수인 식수원을 내륙주운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결정을 맡겨야 한다”고 언급했다.
사진설명
대운하 사업은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생명의 근원인 강을 훼손시키는 것’이라는 데에 뜻을 같이한 4대 종단 성직자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은 지난달 12일 경기 김포시 애기봉전망대에서부터 대운하 반대 도보순례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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