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있어 고난 두렵지 않아요
생활고 겪으면서도 봉사 통해 참 기쁨 체험
가정 폭력 극복하고 제빵기술 배우며 새 삶
알코올중독으로 방황하다 두부 만들며 자활
생활고를 못 견뎌 죽음까지 생각했던 사람. 가정 폭력으로 인해 현실을 외면하고 싶었던 사람. 알코올중독으로 인해 삶의 밑바닥 까지 경험한 사람.
우리 주변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고통 받고 있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삶을 지탱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 바로 ‘희망’이란 단어를 가슴에 품었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삶의 원천인 ‘희망’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그들은 어떠한 희망을 품고 있는지 수원교구 사회복음화국 산하 수원희망지역자활센터(센터장 이동희, 이하 자활센터)내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그들의 삶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 희망찾기
2002년 제과점과 음식점 운영. 사업 실패로 수천만 원의 빚을 짐. 제과기술자였던 남편은 교통사고로 인해 심각한 안면 장애 가짐. 자녀 3명. 현재 전세 임대주택 거주…
김혜경(37)씨가 살아온 10년의 삶의 흔적이다. 발버둥도 쳐봤다. 가족 중 돈벌이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기에 대출을 받아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남은 건 또 빚이었다.
전세금을 빼 대출금을 비롯한 카드 값을 정리하고도 2000만 원의 빚이 남았다. 갈 곳이 없던 차 지인의 소개로 교회 방 한 칸을 무료로 사용하게 됐다.
어느 날 생계비를 지원받기 위해 동사무소를 찾았다. 그곳의 복지사가 자활센터를 소개시켜줬다. 마침 자활센터는 장애통합교육을 실시하려고 준비 중이었다.
경험이 없었지만 하는 수밖에 없었다. 살기 위해서, 최소한의 월급으로 가족을 지키기 위해 무작정 시작했다.
직장 생활을 해보지 않았던 그에게 주5일 근무는 생소하기만 했다. 게다가 장애아 가정을 방문해 학습과 특별활동, 대중교통 이용방법, 공중도덕 등을 가르치는 장애통합교육보조원이라니. 막연한 두려움이 앞섰다.
하다 보니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남들이 할 수 없는 일, 기피하는 일이기에 더욱 애정이 갔다. 장애아 가정을 방문할 시 장애아들이 자신을 보고 활짝 웃어주는 모습에 눈물도 흘렸다. 그 때 느꼈다.
“아…나도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고 행복을 줄 수가 있구나.” 기관을 통해 마술, 풍선아트, 동화구연 등의 교육을 받았다. 이러한 경험이 장애아들의 기쁨과 직결된다는 생각에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 부족하지만 타인을 통해 희망을 찾아가는 자신의 모습이 대견스러웠다. 특히 세 자녀에게 엄마 역할을 제대로 하게 돼 기쁨은 배였다. 오래전부터 앓아온 사구체신염이 가끔씩 힘들게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빚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어 파산 신청을 할 까 생각 중이에요. 생계유지가 힘들고 아이들이 해주는 걸 못해줘서 마음이 아프지만 지금이 제 삶에서 가장 행복한 때가 아닌가 싶어요.”
정신지체와 발달장애 관련 주1회 사례발표에 참가하기 위해 돌아서는 김씨. 사례발표를 듣고 있던 그가 활짝 웃었다. 그의 미소가 새로운 희망을 찾아가는 그와 너무도 잘 어울렸다.
■ 희망더하기
“빵이 좋아요!”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활짝 웃는 박은자(42)씨. 빵 냄새가 가득한 방에서 미소 짓는 그의 얼굴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박씨는 신갈 지역 노점상들에겐 유명 인사였다. 아동복, 주방용품 등 안 해본 일이 없었다. 알코올중독이었던 남편 때문에 괴로웠지만 꿋꿋이 살아갔다. 폭력도 일삼았지만 버텨냈다. 그러던 어느 날, 큰딸이 그에게 말했다. “엄마, 이제 이렇게 살지마…”
이혼을 한 후 억척스레 살았다. 분식집을 개업하고 3년 후 갈비집도 운영했다. 워낙 사람이 좋은지라 주변사람들이 돈을 빌려달라는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다. 그러나 곧 억대부도를 맞았다. 2003년에는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둘째가 난치병까지 걸렸다.
괴롭고 힘들 던 차 동사무소를 통해 자활센터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장사만 하던 그에게는 생소했지만 해야만 했다.
‘참밀그득한빵 사업단’에서 빵을 만들었다. 60만 원 정도의 월급이지만 이상하게도 빵을 만들며 괜한 행복을 느꼈다. 겨울에 3, 4일씩 냉방에서 아이들을 끌어안고 잔 기억, 쌀이 없어 굶긴 기억, 빚 독촉에 시달리던 아픈 기억들이 빵으로 인해 사라져갔다.
큰딸은 엄마가 빵 만드는 모습을 보고 사랑스럽다고 했다. 희망이 생겼다. 박씨는 제빵, 제과 기술 관련 국가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희망을 품고 사는 모습에 큰딸은 화답했다. 올해 대학 신입생인 큰딸이 장학금을 받고 입학한 것이다.
박씨는 큰딸에게 욕심을 부렸다. 문헌정보학과에 들어간 딸에게 빵 관련 공부를 하라고 한 것이다. 이유는 딸과 함께 희망을 공유하고 싶어서이다.
“희망이 다른 게 있나요. 저처럼 된다는 희망을 가지고 사는 게 희망이죠. 앞으로도 노력하고 배울 거예요.”
갓 구워져 나온 식빵을 옮기는 그의 모습. 그에게 희망은 삶을 행복하게 하는 ‘더하기’였다.
■ 희망나누기
드라마, 혹은 영화로 비견할 수 있을까. (주)짜로사랑 대표 김동남(나자로.49)씨의 삶 말이다.
집안 형편도 안 좋고 노는 게 좋았던 김씨. 17세 때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충주에서 서울로 무작정 상경했다. 공장, 음악다방 주방, 술집 등을 전전하며 살았다.
2~3년 객지 생활 후 충주로 내려왔다. 서울에서 얻어온 것이 하나 있었다. 알코올중독이다. 어린나이였지만 술만이 그의 삶을 달래주는 유일한 친구였다.
싸움은 술을 먹으면 덤으로 따라오는 것이었다. 삼청교육대에도 끌려갔다. 그 후 길거리 포장마차를 했다. 결혼도 해 딸도 낳았다. 그러나 술이 문제였다. 환청, 환시, 수전증까지 왔다. 실내야식 식당을 운영했지만 친구, 술을 좋아하는 그에게 적당한 직업이 아니었다.
기도원에 들어갔다. 몇 달 지내고 나오니 가게, 집도 팔렸고 부모도 등을 졌다. 27세 되던 해 이곳저곳을 떠돌며 막노동을 했다. 하루 벌면 며칠씩 술만 먹었다.
대구에서는 공장도 다녔지만 알코올중독으로 인해 부랑인 수용시설에 들어가 1년간 생활했다. 이미 30살. 죽고 싶었다. 그러나 주님이 곁에 계심을 깨달았다. 새롭게 살자고 다짐했다. 수도자인 누나가 난지도에서 어려운 이들과 생활하는 모습도 힘이 됐다.
사회복지사업에 관심도 가지고 방송통신대학 경영학과에 입학도 했다. 그러나 술이 또 발목을 잡았다. 이혼하고 또 다시 노숙 생활이 시작됐다.
노숙인 쉼터에 갔다. 이미 폐인 상태인 그에게 희망은 없었다. 그러던 2002년 4월 우리콩두레(현 짜로사랑)라는 시설에서 노숙인 자활의 일환으로 참여자로 일했다. 두부를 만지게 될 줄 몰랐지만 마지막 기회였다. 열심히 하다 보니 대표가 됐다. 우리 콩으로 농촌을 살려야 겠다는 의무감도 생겼다.
“그간의 인생의 고통은 주님께서 일부러 주신 것 같습니다. 나 같은 이들에게 희망이 되고 나누라는 뜻이죠.”
그는 최근 하느님의 뜻을 전하기 위해 자활에 힘쓰고 있는 이웃들을 위한 자리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했다.
완성된 두부를 포장하기 위해 작업장으로 이동한 김씨. 희망을 나누게 하는 두부를 조심스레 옮기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희망전령사의 그것이었다.
사진설명
▶(주)짜로사랑 대표 김동남씨는 알코올중독으로 방황도 했지만 두부사업을 하며 희망 전령사로 거듭났다.
▶가정폭력과 생활고를 극복하고 제빵 제과 기술 자격증을 취득한 박은자씨는 빵을 만들며 삶의 희망을 일구고 있다.
▶수천만원의 빚을 떠안고 남편마저 교통사고로 심각한 안면장애를 겪고 있는 김혜경씨는 장애아들을 돌보며 삶의 보람을 체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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