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복음 묵상-노성호 신부(모산골본당 주임)
4월 6일 부활 제3주일 (루카 24, 13∼35)
예수님은 우리 모두의 네비게이션
운전을 배우고 차를 몰 수 있게 되면서 초행길에 접어들 때면 늘 걱정이 앞섰습니다.
올바른 길을 잘 찾아 목적지까지 무사히 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부터 시작해서 괜히 잘못된 길로 접어들어 헤매다가 시간과 기름만 허비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까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은 운전대를 잡기 전부터 계속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걱정을 몇 번 해 볼 사이도 없이 엄청난 녀석이 제 삶 한 가운데로 찾아오더군요.
네비게이션. 목적지만 입력해 넣으면 한 번도 헤매거나 다른 길로 접어들지 않고, 최단 시간 내에 최단 거리를 이용해서 그곳으로 데려가주는 아주 똑똑한 녀석을 만나게 된 것이지요.
게다가 그 녀석은 굉장히 친절하기까지 합니다. 어쩌다 알려주는 곳을 지나치게 되었을 경우 저 같으면 짜증도 내고 화풀이도 할 겸 모른 척 가만히 있었을 텐데, 그 녀석은 곧바로 다른 길을 안내해 주면서 제가 그곳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도록 끝까지 성심을 다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목소리는 어찌나 예쁘고 카랑카랑 하던지 기분에 따라서 남자 목소리를 냈다가도 어느새 가슴이 콩닥거릴 정도로 설레는 여자 목소리를 내는가 하면, 어떤 때는 밝고 해맑은 어린 아이의 목소리로 길을 알려주기도 하더군요.
그뿐인가요? 그곳에 도착하기 전까지 무료함을 달래주기 위해서 텔레비전도 보여주고, 저 앞에 카메라가 나타날 것이라고 알려주면서 가뜩이나 가벼운 주머니 사정도 봐주면서 더 가벼워지지 않게 잘 챙겨주더군요.
네비게이션. 이 녀석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예수님과 너무 많이 닮아 있는 것 같습니다. 예수님도 그러시잖아요.
참된 진리이신 그분께서는 언제나 우리 모두가 잘못된 길로 들어서지 않도록 지켜봐 주시면서 하느님 나라에 올바르게 들어설 수 있도록 방향 설정을 잘 해주시고, 우리 자신의 나약함과 수많은 잘못들, 그리고 교만함으로 얼룩져 스스로 무엇인가를 해 보려고 하다가 올바른 길에서 벗어나 헤매는 우리들인데도 결코 포기하지 않으시고 끝까지 참고 견디시면서 몇 번이고 계속해서 다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참된 길을 안내해 주시는 분이 바로 예수님이시잖아요.
그뿐인가요? 우리 모두가 하느님나라에 도착하기까지 갖가지 은총의 선물을 베풀어주시면서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여러 가지를 통해 이미 맛볼 수 있게 해주셨고, 영원히 사라지지 않고 끊임없이 샘솟는 말씀의 신비 안으로 우리 모두를 초대하시면서 당신의 지극한 사랑을 깨달을 수 있도록 이끌어 주셨지요.
또한 당신 손수 하느님께 바치는 제물이 되시어 우리 모두는 예수님 덕분에 죄를 용서받게 되었고, 부활의 기쁨 속에서 하나되어 구원의 길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지요.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에게 필요했던 것도 바로 네비게이션이신 예수님이 아니었을까요?
부활의 기쁜 소식은 들었으나 부활하신 주님을 곁에 모셔두고서도 그분을 알아 뵙지 못하여 여전히 갈 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던 제자 두 사람이 아니었을까요?
예수님께서는 이번에도 그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끝까지 보여주시면서 부활의 삶으로 초대해 주십니다.
성경 전체에 걸친 당신의 이야기들과 최후의 만찬 그 안에서 보여주셨던 사랑의 기적을 통해서 제자들의 마음에 다시금 불을 붙여주셨고, 그들의 마음이 당신께 대한 사랑으로 불타오르게 해 주셨습니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언제나 초행길을 걷는 기분이었지만, 예수님께서 제 삶에 함께해 주셨기 때문에 별로 헤매지 않고 올바른 길을 통해 잘 걸어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 모두의 앞길을 밝히 인도해 주시길 기도합니다.
지금까지 좋은 복음묵상글을 써주신 전합수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이번 주부터는 노성호 신부님께서 수고해주시겠습니다.
5분 신앙상식-사무엘기의 구조
왕정체제 변혁기를 배경으로
이스라엘, 유다왕국 초기 언급
사무엘기는 이스라엘 역사 중 왕정체제로 나아가려고 하는 변혁기를 배경으로 두고, 이 시기에 이스라엘이 하느님의 백성으로 여전히 남아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길을 제시하고 있는 책이다.
판관 시대의 마지막과 사울과 다윗 치하에서의 이스라엘과 유다왕국의 초기에 대해 기술하고 있는 사무엘기 상 하는 본래 히브리어 사본은 한권으로 된 책이었으나 희랍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두 권으로 나뉘게 된 것이고, 지금까지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무엘기’라는 명칭은 사무엘이 이 책의 저자라는 것이 아니라 사무엘의 생애와 행적이 이 책의 서두를 이루고 있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사무엘이라는 뜻은 ‘그의 이름은 하느님이시다’ 또는 ‘하느님의 이름’이란 의미를 갖고 있다.
사무엘기 상 하도 많은 세기 동안에 다듬어진 것으로 최종 편집된 것은 대략 기원전 550년경으로 보고 있으며, 구조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부분(상 1장∼7장) : 엘리와 사무엘, 사무엘을 부르심
두 번째 부분(상 8장∼15장) : 사무엘과 사울
세 번째 부분(상 16장∼하 1장) : 사울과 다윗
네 번째 부분(하 2장∼12장) : 다윗과 그의 왕국
다섯 번째 부분(하 13장∼20장) : 다윗과 왕위 계승자
여섯 번째 부분(하 21장∼24장) : 다윗 역사에 관한 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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