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부들 가르침은 사목·신학·영성적 삶의 자양분
교부들 지혜·사상은 개신교·정교회와도 공유
그리스도교 일치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
제작비 10억 … 한국교회 신자들 관심 절실
교부들이 우리말로 강론을 한다. 한국교부학연구회는 가톨릭신문과 함께 2012년까지 신구약성경 전권을 교부(敎父)들의 말씀으로 주석한 ‘교부들의 성경 주해’(Ancient Christian Commentary on Scripture) 총 30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교부들의 성경 주해’ 발행 의미와 취지, 내용 등에 대해 정리한다.
총서 발행 의미와 취지
교회가 대규모 고대 그리스도교 성경 주해서를 출간키로 한 것은 지난 500년만에 처음 있는 일. 특히 교부들의 지혜와 사상은 가톨릭뿐 아니라 개신교와 정교회도 공유하는 만큼 이번 작업은 그리스도교 일치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교부들의 성경 주해’는 오늘날 위기에 빠진 ‘설교’와 ‘강론’을 풍부하게 하고 쇄신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평신도들의 성경묵상과 성경 공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반모임이나 거룩한 독서에 참여하는 평신도의 경우, 마땅한 주석서가 없어 자의적 묵상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 사실. 하지만 교부들의 성경 주해가 나올 경우, 초기 교회 스승들의 풍부한 지혜와 영성을 접할 수 있어 성경 묵상의 깊이와 폭이 지금까지와는 확연히 달라질 것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교부들의 성경 주해’에선 전문가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본문 전승사나 형태론, 또는 역사 비평적 논점과 이론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다뤄진다. 일차적으로는 사목자들을 대상으로 하지만 보통은 성경 본문의 분명한 의미와 지혜, 도적덕 영적 의미를 초대 교회가 어떻게 숙고하였는지 담고 있어 평신도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국교부학연구회 회장 이형우 아빠스는 “탈무드와 미드라쉬가 권위 있는 문헌으로 오래도록 유다인들의 삶과 정신에 자양분을 주었듯이 총서 또한 그리스도인들에게 그러한 역할을 충분히 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교부들의 성경 주해는 그리스도교의 역사학, 성서학, 교의신학, 사목과 관련된 학문에도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 넣을 것으로 보인다. 교회의 풍부한 1차 사료 및 자산들을 30권의 방대한 분량에 담고 있는 만큼, 다양한 신학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영어판 원전이 나온 이후 이미 스페인어와 중국어, 아랍어, 러시아어, 독일어 판이 출간되기 시작했지만 한국어판은 아직까지도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관계자들은 이번 총서 발행이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교부들의 성경 주해 발행 개요
‘교부들의 성경주해’는 고대 그리스도교 시대에 활동한 교부들의 성경 주해를 발췌한 총서로 총 30권으로 발행된다. 교부 시대는 로마의 클레멘스(교황 재위 95년경)부터 다마스쿠스의 요한(645~749년경)에 이르기까지의 시대를 말한다.
따라서 이 총서는 신약성경이 마무리 되는 시점부터 8세기 중엽까지 7세기에 걸쳐 이뤄진 성경 해석을 다루고 있다. 역사가와 번역가, 디지털 전문가, 성경학자, 교부학자들이 수백년 만에 처음으로 모여 교부들의 본문을 다시 정리하는 연구과제에 공동으로 참여했다. 이들은 고대 그리스도인들이 해석하고 성찰하고 토론하고 관상한 성경 내용을 창세기부터 요한 묵시록까지 한 구절 한 구절씩 정리했다.
또한 이 총서에는 교부들이 성경으로 여긴 제2경전(외경이라고도 한다)에 관한 교부들의 주해도 함께 실을 예정이다. 따라서 이 총서는 고대 그리스도교 저자들의 작품에서 정선한 내용을 현대어로 번역한 방대한 성경 주해서다.
교부(敎父)
오늘날의 교회가 있게한 교회의 아버지들을 말한다. 복음이 다른 사상체계와 접촉하는 데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이설(異說)에 직면하여, 교부들은 사도전래의 신앙유산을 그 시대의 문화와 언어로 정확히 표현하였기에 교의의 창시자라고 불린다.
교부는 특히 가톨릭 신학에서는 다음 네 가지의 조건을 갖춘 분을 의미한다. 첫째 그 가르침이 사도들의 설교에 부합하는 정통성을 지녀야 하고, 둘째 사도들의 교회에 시기적으로 가까운 분들, 즉 고대성(古代性)이 있어야 하고, 셋째 그 생활이 모범적이어서 그 시대 사람들에게 존경받을 수 있었던 분이라야 하며, 넷째 교회가 전통적으로 교부라고 인정해 온 분이어야 한다.
교부들은 일반적으로 라틴문화권의 교부 즉 라틴교부와 그리스 문화권의 교부 즉 그리스교부로 구분된다. 라틴교부들은 그레고리오 성인(St. Gregorius Magnus, 540~604)이나 세빌리아의 이시도로 성인(St. Isidorus, 560~636) 등이고, 그리스교부들은 요한 다마세노 성인 (St. Joannes Damascenus, 676~749) 등이다.
※ 총서 제작 문의 : 교부학연구회 총무 황치헌 신부 031-227-8009, 011-739-7418
[인터뷰] 한국 교부학연구회 총무 황치헌 신부
“교부들의 방대한 보화 정리, 출판 작업 시급”
“개신교회는 이미 루터 전집을 발행하는 등 자신들의 보화에 대한 애착이 상당히 강합니다. 하지만 우리 가톨릭 교회는 초기교회 교부들이 하신 성경 주석조차 제대로 없는 실정입니다. 창피한 일입니다.”
한국교부학연구회 총무 황치헌 신부는 “고구려 백제 신라 시대에 이미 로마에서는 레오 교황께서 사순절 강론을 하셨을 만큼 그리스도교 신학은 오랜 전통과 엄청난 자료들을 가지고 있다”며 “그럼에도 한국교회는 이런 보화들을 지금까지 방치해 놓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제라도 교회의 방대한 보물들을 정리하고 책으로 출판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는 설명이다.
“총서가 발행되면 사제들의 성경 강론이 풍성해 지는 것은 물론이고, 평신도들의 성경 묵상에도 큰 도움을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황 신부는 “지금까지 성경 묵상은 보통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에 따라서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며 “초기 교회 뛰어난 영성을 지니신 교부들과 함께 성경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성경의 깊은 의미를 재발견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신부는 더 나아가 이번 총서 작업이 그리스도교 일치에도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베드로와 바오로가 그렇듯 교부들의 정신은 가톨릭뿐 아니라 개신교와 정교회 모두가 함께 누려야할 공동 자산입니다. 교부들의 성경 주해가 한국교회 그리스도교 일치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예산. 30권 분량의 총서 작업을 위해선 10억여 원의 예산이 필요하지만 현재로선 막막한 실정이다. 그동안 몇몇 관심있는 교회 장상과 신학자들이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왔지만 총서 제1권 창세기 발행 이후의 작업은 중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교부들의 성경 주해’는 성경을 제외한 가장 중요한 일차 자료로 학교와 교회 도서관은 물론 사목자와 교사 평신도도 성경 곁에 나란히 꽂아 놓아야 할 작품입니다. 한국교회 모든 신앙인들이 함께 참여해 이 보화를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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