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여 리더로서 변화하라
역동적 활동 불구 주변적 위치에 머물러
역할 수용하는 환경 제도부터 조성돼야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가톨릭교회 안팎에서 남성과 여성의 동등한 발전 요구가 시대적 징표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한국교회 안에서도 남녀 공동으로 복음화의 주체로서 제자리를 찾는데 보다 능동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사회 변화와 함께 교회 내 여성들의 교육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여성 전문인력의 효율적인 활용 또한 교회 내 외적 성장의 주요 지지대가 된다.
그러나 한국교회 내 여성신자들은 수적 우세와 역동적 활동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변적 위치에 머무른다는 지적이다.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현대사회는 개별, 본당 활동 등의 성실함 뿐 아니라 지역사회와 보편적인 사회문제에도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한다. 무엇보다 가톨릭여성들의 올바른 역할 구축과 보다 적극적인 사회화는 교회 운영과, 복음화 뿐 아니라 사회정의 실현에도 필수적이다.
21세기 여성사목 연구와 활동 방향 제시의 구심점이 되고 있는 주교회의 평신도사도직위원회 여성소위원회(위원장 김숙희 수녀)는 오는 10일 오후 2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교회 내 여성인력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연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여성 인력 활용의 정책적 방향과 교회 내 여성 인력 활용 과제’ ‘여성의 교회활동 실태와 안정적인 신앙생활을 위한 제언’을 주제로 각각 발표와 논평, 종합토론이 이어질 예정이다. 이에 앞서 한국교회 내 여성신자들의 역할을 비롯해 교회 참여의 주소와 나아갈 방향을 간략히 짚어본다.
천주교가 한국에 전래된 초기부터 여성신자들은 다양한 선교활동의 증거자, 치명자로서 신자로서의 소명을 발휘했고, 교회 초창기에서부터 선교와 교육활동에 적극 나서왔다. 그러나 현대 교회 여성들의 역할과 지위는 초기교회보다도 더 뒤떨어져 있다는 평가다. 아울러 교회도 여성들에게 많은 역할을 요구하고 활용하면서 지위 향상을 위한 실제적인 노력은 부족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현재 한국교회 내 여성신자들의 활동 현주소에서 가장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 것은 여성신자가 본당 내 의사결정 과정에 미치는 영향력 등이다.
2006년 교세통계에 따르면 여성신자 비율은 전체의 58%이지만, 일선 사목자들은 실제 활동 신자수에서 볼 때는 80%이상이 여성이라는 의견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의 활동은 우리사회와 교회 내 뿌리깊게 자리잡은 남성 중심의 견고한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의사결정과정이나 자발적인 사도직활동보다 전례봉사를 비롯한 각종 행사 뒷바라지 등 단순 노동력 제공에 치우쳐있다. 또 여성이 주도적으로 활동하는 일부 분야에서도 전체 여성들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활동이 펼쳐진다기 보다는 소수 여성지도자들의 의식과 활동만이 두드러지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전문직 여성인력과 젊은 여성들의 활동 기회는 남성에 비해 크게 적은 편이다.
이에 따라 교회 각계 전문가들은 우선 ‘여성사목’에 대한 의미와 실천 방향이 명확히 전제되고, 양성평등과 상호조화를 위한 남녀 신자 모두의 의식 교육이 필요하다는데 뜻을 같이 한다.
여성 인력 활용을 위해 최근 제도권 교회 안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주교회의 평신도사도직위원회 여성소위원회 설립 정도다. 여성소위는 한국교회 여성사목이 올바로 실현되기 위해 여성의 역할을 수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에 힘쓰며, 교구와 본당 등에 여성문제 전담기구 설치와 지원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여성리더십 연구모임과 실행팀 구성도 이러한 노력의 일부다.
반면 여성소위 활동은 현재로선 연구와 교육 지원에 집중돼, 다양한 현장에서 사회와 교회문제를 여성의 관점으로 보도록 이끄는 데는 아직 여력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사회가 급변하면서 여성의 교육 수준이 급등하고, 여성사목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 지 수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교회 내에서는 교회 안에서 평신도 여성전문가들의 역량을 인정하고 활용하는 노력이 부족하다.
지난 2004년 실시된 ‘한국교회 여성사목 방향 정립을 위한 의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교회 여성사목과 관련해 교회 지도층의 의식 부족, 교회 내 성차별, 남녀평등의식 부족 등이 기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된 바 있다.
특히 일반 본당 사제들의 비판적이고 비협조적인 태도와 무관심 등이 여성 활동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데 공감대를 제기했다.
여성전문가들은 여성 스스로 능동적으로 나서는 자세도 미흡하다는 의견도 강력히 제기한다.
갈수록 고학력화, 중산층화 되어가는 여성신자들과 관련해 올바른 사목이 펼쳐지기 위해서는 보다 능동적인 여성 활동 등을 위해 우선 여성들의 역할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적절한 제도와 환경조성이 되어야 한다.
또한 전문가들은 삶과 신앙의 괴리를 희석하기 위한 교육과 재교육 강화도 강조한다. 육아 등으로 인해 자칫 신앙의 공백기를 가질 수 있는 여성신자들의 활동을 보다 실제적으로 지원하는 사목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젊은 여성을 교회로 이끌기 위해 변화하는 여성역할에 맞는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그 중요성을 더해간다.
미국 가톨릭교회의 경우는 여성을 교구, 본당 등의 리더로 임용하기 위해 각종 교육 장려책을 펼치기도 하며, 여성과 남성 그리고 여성과 성직자 사이의 공동협력을 위한 사목팀을 구성한 교구도 있다.
주교회의 여성소위를 비롯해 교회 내 각종 여성단체 관계자들은 “분명한 것은 21세기에는 그 어느때보다 더욱 교회 여성들의 지혜와 돌봄 등을 바탕으로 한 리더십이 요구된다”며 “교회 내 여성활동의 질을 높이고 강화하기 위해서는 여성 스스로 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스스로 입지를 굳혀나가야 하며, 남성들의 비복음적이고 지배적인 태도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여성인력의 올바른 활용은 단지 여성신자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보다 풍요로운 교회와 사회적 복음화를 위해 교회 전체가 나서야 할 노력의 하나다.
“행사도우미는 그만 지도자로 양성해야”
◎가톨릭대 박은미 교수
“교회 안팎에서 활동하는 전문직 여성들의 경우조차 ‘여성사목’이라는 용어의 정의와 실천적 활동내용에 대해 잘 알고 있지 못한 것 같습니다. 여성사목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정의와 보편적 공감대 확산이 시급한 현실입니다.”
가톨릭대 인간학교육원 박은미 교수는 여성의 교회 활동 참여와 관련해 “교회 내 여성들의 올바른 참여가 펼쳐지기 위해서는 여성이 수동적이라는 등의 한계만을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여성들이 구체적으로 참여하고 응답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급선무”라며, “교회 안에서 여성이 여성의 입장에 서지 않는 태도가 온존하고, 여성의 참여 자체가 미온적이었던 것은 그동안 사회에서뿐 아니라 교회에서도 남성중심의 사고를 기반으로 교육해 온 영향이 크다”고 지적한다.
특히 박교수는 “앞으로 20~30년 안에 각 본당에서 소위 행사도우미로 활동하는 여성은 사라질 것”이라며 “현재처럼 여성 지도자 양성에 큰 관심이 없고, 또 배출된 여성지도자들이 활동할 환경이 열악한 상태에서는 여성들의 교회 활동 참여가 주변적 위치에 머무를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박교수는 무엇보다 가사와 직장생활을 병행하는 여성과 고학력 여성들에 대한 교회 참여 독려와 환경 구축에 교회의 관심이 부족하다는 데 여타 전문가들과 뜻을 같이 한다. 그는 “대사회적으로도 가톨릭여성의 목소리가 필요하다면 활동에 동참할 뜻있는 여성들이 많은데, 일반사회가 여성의 활동 폭을 넓혀가는 것에 비교하여 교회는 여전히 변화가 느리다”고 역설했다. 무엇보다 앞으로 교회의 주축이 될 30~40대 직장인 여성들이 교회에 안정적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사목적 배려를 실천해야 한다는 의견을 강조한다.
여성의 교회 활동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성 개개인이 마음 편히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 구축이 절실”하다고 밝힌 박교수는 “여성과 남성 신자들이 상호보완적인 관계 안에서 성실히 신앙생활을 할 뿐 아니라 복음화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사목자들의 의식 개선과 더불어 다양한 가족 단위 프로그램을 보충하여 젊은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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