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생각보다 짧다. 그 안에서 난 얼굴 찌푸리며 살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 나를 만나는 사람들은 늘 나에게 밝고 잘 웃고 표정이 신나보인다는 말씀을 하신다. 나도 밝은 게 좋다. 내 노래들이 밝아 신이 날 수도 있고, 내가 밝게 웃어 노래가 밝을 수도 있다.
내가 부르는 곡에 관해서도 가사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대중가요는 모든 이들이 함께 하는 노래이지 않은가. 저 노래를 들으면, 마치 나만의 이야기 같고, 또 다른 노래를 들으면 모두의 이야기 같고….
그렇게 한사람이 또 모든 사람이 가슴으로 공감해야 좋은 곡이라는 생각이다.
그러한 생각으로 지금까지 내가 부른 한곡한곡은 정말 열손가락과 같은 자식들처럼 소중하다. 어느 하나 서로 비교할 수 없고, 한곡한곡 모두 애틋하고 아끼게 된다.
그래도 그래도 그 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을 고르라면 사실 데뷔곡인 ‘정말로’를 빼놓을 순 없을 것이다.
이곡은 내가 처음 부른 지 15일 만에 전국적으로 생중계될 정도로 인기몰이를 했다. 1980년 그해에 난 이 곡을 갖고 곧바로 전국 콘서트를 돌았고, 연말에는 가수로서 최고의 영예인 ‘10대 가수’에 선정됐다. 벌써 28년 전에 부른 노래인데도, 이 곡은 언제 어딜가서 불러도 같은 느낌이다.
요즘 댄스가수들의 신나는 곡이나 랩 등과 비교해도 분위기에서도 하나도 밀리지 않는다. 그때나 지금이나 어린아이부터 할머니까지 편하게 또 신나게 불러주셔서 많이 감사하다.
지금까지 거의 하루도 쉬지않고 끊임없이 노래를 부르며, 그러한 기회를 주심에 늘 감사하면서 살았지만 나에게도 슬럼프는 있었다.
지난 1988년, 올림픽을 앞두고 발표한 ‘건곤감리’ 이후 대략 95년까지는 발표하는 곡마다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당시는 장르가 급변하는 과도기 시절이었다. 난 끊임없이 슬럼프에 빠져들고 매일이 힘겨웠었다.
그리곤 나의 기운을 회복시켜 준 것은 바로 95년에 발표한 ‘사랑하는 영자씨’. 이후로는 거의 1년에 한곡씩은 히트곡을 낸 것 같다.
‘사랑하는 영자씨’를 발표한 직후 나는 공중파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인 ‘사람과 사람’에 출연하게 됐다. 그때는 어머니 뿐 아니라 치매를 앓으시는 아버지까지 나 혼자 돌보며 바쁘게 살던 시절이었다. 그때 방송국에서는 내가 이야기를 이어갈 때 배경음악으로 ‘사랑하는 영자씨’를 사용했고, 의외로 그 곡이 입에서 입으로 크게 번져나갔다. 이후 히트곡 인기를 이어가며 나는 재기할 수 있었다.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어머니, 아버지가 나를 도와주셨다는 생각만이 남아있다.
난 당시에도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어머니 아버지를 공연장에도 모시고 다니면서 돌보아 드리고 있었다. 내가 무대에서 공연할 때면 무대 근처 한 켠에서 나를 지켜보시게 해드렸었다.
간병인도 없이 혼자 이리저리 애쓰는 딸의 모습이 아마도 안타까우셨는지, 치매로 말씀은 못하셨어도 딸을 도와주고 싶으셨던 것 같다. 부모님 덕분에 방송에도 출연했고, 새로운 기운을 찾았으니 말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