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사랑한다"
이 한마디가 작은 기적을 이뤘습니다
1998년 3월. 개교식은 황당했다.
교실에는 책상도, 의자도 없다. 휑한 학교 운동장에 입학생 37명만이 섰다. 입학생들은 소위 말하는 ‘문제아’다.
청주교구 양업고등학교(교장 윤병훈 신부)는 아무것도 없이 출발했다. 공교육을 대안하는 특성화학교로서 야심차게 출발한 학교의 모습치고는 빈약했다. ‘그게 되겠느냐’는 빈정거림을 들으며 시작한 학교. 하지만 10주년을 맞은 지금, 양업고는 이름처럼 양떼를 돌보는 착한 목자 최양업 신부의 모습과 닮아가고 있다.
어제
95년 교감자격연수 중 윤병훈 신부는 ‘중도탈락학생 10만명’이라는 기사를 보고 그들에게 진정한 자유를 맛보게 해주자는 마음으로 양업고를 시작했다.
하지만 기대는 무참히 깨졌다. 아이들은 입학식부터 담배와 술, 폭력을 꺼냈고 ‘너희들이 우리를 사랑한다고?’라며 어른들을 신뢰하지도 않았다.
학교는 파격적 제안을 한다. ‘흡연터’를 마련한 것이다. 선생님들은 아이들과 술도 먹으며 가까이 가려했지만 쉽지 않았다. 한달에 10~20건은 사고가 터졌다.
“한 선생님이 학교를 그만두겠대요. 이유를 물었더니 여기 있다가는 암에 걸릴 것 같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기보다 우리가 시험을 당하는 것 같았어요.”
선생님들은 ‘단 한명이라도 졸업시키자’는 생각으로 ‘암에 걸릴 것 같던 시간’을 인내했다. 한해, 두해가 지났다. 마침내 15명이 졸업하던 그 해, 졸업식은 ‘울음바다’였다.
오늘
오래지 않아 학교에 변화가 찾아왔다. IMF가 터지며 조기유학생들이 한국에 들어와 공교육에 적응하지 못하고 대안학교를 찾은 것이었다. 새바람이 불었다. 전국에서 개성을 가진 아이들이 몰려와 서로를 알아가고, 공부도 시작했다.
7기 학생들이 입학하던 해, 학생자치회는 스스로 흡연터를 없앴다. 폭력과 담배상납 등으로 얼룩진 ‘학교의 암병동’을 건강하게 바꿔야한다고 생각한 결과다.
선생님들도 신바람이 났다. 흥미를 심어주기 위해 산악, 봉사, 노작, 청소년 성장프로그램, 일본·중국 이동수업 등 인성교과시간을 마련했다. 학생들은 경험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고 자존감을 갖는다. MBTI(심리유형)검사를 통해 아이들의 유형을 골고루 섞어 반배치를 하기도 했다.
“흥미를 가지니 무섭게 학업성취도가 올라갑니다. 해군사관학교, 의대 등 꿈꾸지 못했던 미래도 찾았습니다.”
방법을 몰라 자녀를 억압, 통제하기만 했던 부모와도 매달 학부모운영회의를 열어 ‘진단과 관리’를 함께한다. 양업고의 입학경쟁률은 현재 5:1. 학교의 본래 취지였던 ‘하느님 사랑’을 알기 위해 학생 85%가 스스로 신자가 되기도 했다. 작은 기적이다.
내일
양업고는 현재 ‘영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 중이다. 학생들의 자기반성과 미래설계를 위해 영성은 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양업고는 이러한 미래의 과제를 안고 4월 18일 오후 2시 개교 10주년 기념미사를 봉헌한다.
윤신부는 “10년의 고통이 일궈낸 부활을 본다. 학생도, 교사도, 학부모도, 교장도 컸다. 참으로 은혜롭고 행복했기에 감사하다”고 10주년 소회를 적었다.
교장실 문밖으로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한바탕 웃음소리가 난다. 10년의 고통이 일궈낸 양업고의 부활을 보는 지금, 지금은 부활 제4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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