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예수님 성모님께 인사해야지”
문밖에서 소리가 들렸다. 가까이가 귀를 기울였다. 행복에 겨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전해져왔다.
수원시 장안구 영화동에 위치한 한상락(라우렌시오, 65, 조원동주교좌본당)-강인자(마리안나, 58)씨 가정. 한씨 가정은 지난해 교구장 성가정 축복장을 수여받았다. 축복장을 수여 받아서가 아니라 한씨 가정에서 느낀 것은 딱 하나. ‘신앙=생활’이라는 공식이었다.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한 세 살 난 손자 정수(토마스아퀴나스). 형 정민(시메온)이와 함께 놀이터에 가겠다고 엉덩이를 들썩였다. “인사하고 가야지~”라는 누나 다경(안나)이에 말에 어느새 예수상과 성모상 앞으로 갔다. 이내 가지런히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였다. 기도를 마치고 “예수님, 성모님 다녀오겠습니다”란 인사 후 문밖을 나섰다.
아이들이 어쩌면 그렇게 기도를 잘하냐고 묻자 강씨는 “매일 기도를 같이 해서 그런가봐요”라고 답했다.
한씨 가정에서 저녁 9시면 3대가 ‘집합’하는 시간이다. 이때 방에 둘러앉아 저녁기도와 묵주기도, 가정을 위한 기도를 드려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도 예외가 없다. 그래서인지 예수님과 대화하는 습관이 몸에 배었다. 또 주일학교에도 열심히 다녀 하느님을 알아가는 재미를 느끼는 중이란다.
슬하에 딸 셋을 두고 있는 한씨 부부는 천주교 집안인 시댁의 영향으로 가족 모두가 신앙인이 됐다. 강씨가 1974년, 남편 한씨가 1981년 각각 세례를 받았다. 세례 후 이들은 신앙생활에 열성이었다. 특히 아내 강씨는 레지오 단장, 구역장, 지역장 등을 연이어 맡았다. 현재는 지역장을 그만두고 6년 전 내놓았던 성모회장을 다시 맡았다.
“하느님께서 쉴 틈을 주지 않으시는 것 같아요. 아마 남편 몫까지 시키시려나봐요.”
남편 한씨는 젊었을 적 군대에서 몸을 다쳤다. 강씨는 사랑으로 남편의 상처를 보듬고 싶어서 결혼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결혼할 때는 아예 거동도 못하고 누워만 있던 한씨도 아내의 지극정성으로 어느 정도 거동이 가능해 세례를 받고 나서는 함께 미사도 참례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봉성체로 하느님을 만나고 있다.
친정어머니와 손자들과 함께 신앙의 향기를 뿜어내는 한씨 가정이야 말로 성가정임에 틀림없었다.
강씨가 서둘렀다. 본당 봉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몸을 일으키며 강씨는 이렇게 말했다. “하느님께 모든 걸 맡기고 의지하니까 다 해결되더라고요. 그냥 믿음. 그 자체가 중요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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