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호흡하며
세상과 하나됐다
“마르셀라 언니, 조심해요. 왼쪽에 낭떠러지에요.”
“괜찮아, 난 뵈는 게 없거든.”
사회에서 이런 말을 한다면 언짢은 분위기가 될 말들도 여기서는 통한다. 모두 10여 년 넘게 보아온 ‘가족’들이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선교회(회장 김정식, 담당 황경애 수녀)가 4월 6일 충남 홍성군에 위치한 용봉산으로 등산을 떠났다. 사회적응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마련된 이날 산행에는 시각장애인회원 13명과 봉사자 25명이 참석했다.
산행이 시작되자 봉사자들은 회원들과 일심동체가 됐다. 비탈길에서는 시각장애인들의 손을 잡아 이끌어주고 주변의 절경을 적절히 묘사해줬다.
또 봄기운을 느낄 수 있게 만개한 진달래를 직접 만져보게 하는 등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10년 가까이 진행돼 온 산행. 그 시간 속에서 회원들과 봉사자들의 모습은 가족의 그것과 다를 바 없었다.
10년 넘게 봉사해 온 이병애(가브리엘라, 55, 조원동본당)씨는 “이제 봉사자라는 말이 어색하다”며 “가족들과 함께하며 느끼는 행복을 회원들 간에서도 느낄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시각장애인들이 산행을 통해 사회적응을 하기까지는 어려움이 많았다. 특히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이 차량지원. 모기업체의 지원으로 수월하게 시작했지만 지난해 지원이 중단됐다. 하지만 회원들과 봉사자들은 낙심하지 않았다. 이미 사회적응을 마친 이들에게 대중교통이라는 수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먼 거리를 갈 순 없었지만 가까운 데 위치한 산으로 장소를 바꿔 사회적응에 임했다.
김정식(대건안드레아, 41) 회장은 “시각장애인 대부분이 안마라는 직업을 갖고, 한정된 장소에서 활동해 답답함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라며 “봉사자와 함께하는 산행을 통해 세상과 호흡하고 대화할 수 있어 회원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회원들은 특히 올해는 독지가의 도움으로 총 4회의 차량지원을 약속받아 어디든 갈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입을 모았다.
담당 황경애 수녀는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복음말씀처럼 오늘 산행이 서로의 모습 속에서 예수님을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문의 031-268-9704, 도움주실분 신협 03227-12-004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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