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혁명 대비한 사목적·신학적 성찰 필요
IT 혁명은 탈시간·탈공간적 특성 지녀
경제적 자유·세계화 더욱 가속화 예상
교회 IT활용은 행정업무.선교 활용에 그쳐
사목·신학·철학·인간학적 연구 분석 필요
계속되는 IT 혁명
2020년 이라는 시점을 놓고 볼 때, 그 변화의 양상을 예견하는 것은 매우 지난한 일일 수밖에 없다. 특히 현대 사회의 급격한 변화 양상과 다원성을 고려할 때, 2020년의 사회적 변화를 어느 한 가지 개념이나 현상에 대한 서술로 정리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무의미하기도 하다.
다만 지난 십수년 동안의 변화가 1, 2차 산업혁명의 사회적 파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고 심도 깊은 변화를 야기하는 3차 산업혁명, 곧 정보기술의 혁명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또한 다가오는 수십 년 동안에도 그러한 변화의 속도와 범위는 결코 약화되거나 줄어들지 않을 것임을 예견할 수 있다.
결국 향후 수십년 동안, 교회의 외적 사목환경으로서 IT 혁명이 야기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변화는 한국 사회 및 교회의 미래를 예측하는데 가장 큰 변인이 될 것이다. 따라서 IT 및 그로 인한 사회적 변화에 대한 사목적, 신학적 성찰은 한국교회의 미래 전망에 가장 관건이 되는 연구 과제이다.
IT 혁명의 영향
IT 혁명은 사회에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이제는 오히려 인간 사회를 형성하는 힘이다. IT 혁명이 가장 두드러지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회 영역은 경제적인 측면을 꼽을 수 있다.
애당초 3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IT의 발전은 경제구조 자체를 변화시킨다. 산업 자체의 첨단화와 함께 새로운 형태의 산업이 출현함으로써 경제활동과 산업의 패러다임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화한다. IT 혁명은 경제적 자유와 세계화의 속도에 박차를 가함으로써 경제 활동이 국경을 넘나드는 그 정도를 더욱 심화시킨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오래 전부터 지구적인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특별히 IT 강국으로 평가되는 한국 경제는 이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경쟁력을 지니고 이른바 선진 산업국들 사이에서 IT 산업을 바탕으로 괄목할 만한 경제적 성장을 이루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IT 혁명의 영향력은 그대로 나타난다. IT는 범사회적으로 소통과 공간의 제약을 없애버림으로써 획일적이고 중앙집권적인 권위의 행사력을 약화시켰다.
억압적 정치적 권위는 더 이상 네티즌이라는 집단적 지성에 대해 일방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
극도로 제한된 영역과 수단을 통해서만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밝힐 수 있었던 시민과 기업, 단체들은 이제 광범위하게 열린 소통 수단들을 통해 정치에 참여하고 권위에 도전한다. 민주주의의 정치적 과정은 이제, 때로는 지나칠 정도로까지, 다양하고 광범위한 시민 참여를 가능하게 만든다.
IT 혁명은 사람들의 의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은 획일적 권위와 위계적 질서에 대한 저항과 반감이다.
이미 정치 과정의 변화에서 직접적으로 나타난 이러한 추세는 어느 사회 한 영역에서만 나타나지 않고 근본적인 의식의 변화로 자리잡았다. 정치적 권위에 대한 저항과 같은 사고방식은 종종 종교적 권위의 영역에서도 나타나며, 교회는 정보사회로의 진입 이후 종종 직면했던 다양한 종교의식에 대해 당혹함을 느끼기도 했다.
IT 혁명으로 구축되어가는 사이버 세계는 이제 현실 세계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무한대로 자신의 영토를 넓혀가고 있는 사이버 세계는 탈시간, 탈공간적인 특성 속에서, 현실계의 규제와 제약을 초월해, 익명성 속에서, 신속하고 즉각적인 자기 세계를 구축해나가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교회의 인식과 대응
IT 혁명에 대한 한국교회의 대응은 생각보다는 신속하고, 과감했다. 물론 사회적 변화에 대한 종교의 수용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는 것을 고려할 때 그러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수용과 공감의 동기는 비교적 실용주의적이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즉 교회가 정보사회의 도래에 대한 대비로서 전산화, 정보화에 대해서 비교적 신속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정보사회가 제공하는 다양한 정보처리와 첨단 통신 수단들이 교회의 행정적, 사목적 과제들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물론 신학적 성찰이나 사목적 연구가 전무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교회의 정보화에 대한 대응은 주로 실용주의적 활용에 초점을 맞춰왔다. 즉 각 본당의 문서들을 어떻게 하면 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교구에서 취합하고 파악할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각 본당에서는 신자들 개개인의 인적 사항을 어떻게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우선시됐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주된 관심은 새롭게 등장하는 첨단 미디어들을 어떻게 선교에 적절하게 활용할 것인가에 맞춰져 왔다. 멀티 미디어와 인터넷을 어떻게 선교나 사목활동에 원활하게 도구적으로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중심을 이뤄왔다고 할 수 있다.
결국 IT 혁명에 대한 교회의 지금까지의 관심에서는 인간 심성, 가치관, 사고 방식과 행동 양식의 변화까지를 모두 포괄하는 사회 전 영역의 총체적 변화에 대한 사목적·신학적 연구의 필요성이 결여돼 있었지는 않았는가 하는 반성이 요구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교회에서 정보사회와 관련한 관심은 인터넷을 포함한 멀티미디어의 활용 방안과 행정 업무 전산화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과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멀티 미디어와 첨단 커뮤니케이션은 TV보다 진보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서 복음의 선포, 선교에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수단으로서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관심이었다. 행정 전산화는 행정적인 편리와 유용한 사목적 도구라는 면에서 일선 사목자들로부터 큰 관심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정보사회에 대한 사목적, 신학적, 철학적, 인간학적, 사회학적 연구 분석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본당에 컴퓨터를 들여놓고 교적과 재정 업무를 컴퓨터로 편리하게 처리한다고 할 경우 그것이 다만 행정 업무의 편의 도모에만 그친다면 교회 정보화의 의미는 반감된다. 그런 편리가 본당 공동체의 사목에, 신자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가 연구돼야 하다는 것이다.
정보사회의 실체가 과연 무엇인지, 그것이 교회와 어떤 연관성을 갖는지, 그 안에서 교회 사목은 어떤 변화를 겪을지, 기존의 전교 방식은 폐기돼야 하는지, 성사와 전례가 갖는 본질과 의미가 훼손될 우려는 없는지, 네트워크 커뮤니케이션이 인간 본성을 파괴할 우려는 없는지 등등 정보화와 관련해 던질 수 있는 모든 의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사목적, 신학적 해답을 모색해야 한다.
IT 혁명이 전개되는 한국 사회와 교회의 미래는 바로 이러한 신학적 성찰을 바탕으로 전망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신학적 연구와 전망이 부재한 가운데 2020년을 맞을 때, 한국교회는 IT가 가져오는 사회적 변화와 그 안의 인간 존재의 변화 양상을 전혀 예견하지 못한 채, 새로운 시대에 대한 새로운 사목적 대응을 적절하게 수행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사진설명
▶살레시오 사회교육문화원 ‘독서미디어교육’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컴퓨터를 이용해 책의 내용 일부를 영상물로 재창조하고 있다.
▶신자들이 본당 휴게실에 마련된 컴퓨터를 활용해 가톨릭 기관 및 본당 홈페이지에 접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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