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바리스타'다
서울특별시 강서구 구암공원 앞에 위치 한 작은 카페 ‘그라나다’ 안에는 자신만의 특별한 삶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이들이 있다. 카페 최고의 귀염둥이 종천씨와 광수씨, 미소천사 승미씨, 와플맨 준영씨, 매너남 남석씨, 준기사랑 경아씨, 꽃미남 남훈씨, 장난꾸러기 승현씨 등 지적장애인 8명이 만드는 커피향 가득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향긋한 커피향 이야기
그라나다 카페에서 일하는 8명의 직업은 바리스타(커피전문가)다. 서툴러 보이고 실수도 많지만 누가 뭐라고 해도 그들은 바리스타다. 처음부터 이들에게 커피 만들기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 늘푸른나무복지관(관장 이은명 수사) 내 수많은 지적장애인들 가운데 선발된 이후 바리스타가 되기 위한 혹독한 훈련이 시작됐다. 우리나라 최고의 커피전문가 이동진 대표로부터 커피 만드는 법을 배운 것은 물론 피 눈물 나는 반복학습을 이어갔다.
뜨거운 커피기계에 손도 많이 데고, 주문받지 않은 커피가 나가는 등 실수도 반복해서 했다. 그렇게 1년이 흐르고 그들의 실력은 나름대로 비장애인 바리스타와 견주어도 빠지지 않는다. 특히 카페 최고의 성실녀 최승미(마르시아, 34)씨의 카푸치노는 일품 중에서도 일품이다.
#달콤한 와플맛 이야기
“와플 드세요.”
와플맨 준영씨가 들어오는 손님들에게 제일 먼저 건네는 말이다. 준영씨가 그렇게 자랑하는 그라나다의 와플맛은 어떨까? 잘 구워진 와플에 생크림과 딸기잼이 발린 모양은 여느 와플전문점에서 파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굽는 모습은 사뭇 달라 보인다. 먼저 와플 굽는 기계 옆에 있는 가위가 범상치 않아 보인다. 와플을 굽기 시작하면 기계는 바로 반죽으로 뒤범벅이 된다. 항상 반죽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가위가 있는 이유도 삐뚤빼뚤 와플을 동그랗고 예쁘게 만들기 위해서다.
그라나다 카페에서 일하는 장애인 8명도 처음의 삐뚤빼뚤한 와플처럼 성격도 제각각이었다. 내성적이어서 말도 잘 못하는 사람, 뺀질뺀질 거리던 사람 등등 하지만 지금은 너도나도 열심이다.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해맑은 미소도 한껏 머금은 채로….
#그라나다 속 희망 이야기
스페인어로 ‘석류’를 뜻하는 그라나다 카페는 지난해 4월 장애인 직업재활을 목적으로 오픈한 카페다. 석류 속에서 터져 나오는 수많은 씨앗처럼 지적장애인들이 세상과 더불어 당당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복지관에서 지은 이름이다.
카페가 오픈한지도 1년이 됐지만 여전히 실수도 많고 서툰 면도 많다. 주문을 잘못 받아서 엉뚱한 메뉴를 갖다 주는 것은 물론이고 잔돈을 잘못 거슬러 주는 일도 허다하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사회와 부모의 보호 안에서 살아가는 장애인이 아니다. 자기 힘으로 사회에 우뚝 선 어엿한 ‘사회인’이다.
사진설명
▶향긋한 커피를 만드는 카페의 성실녀 승미씨.
▶진지하게 와플을 만들고 있는 광수씨.
▶계산을 하고 있는 카페의 귀염둥이 종천씨.
기사입력일 : 2008-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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