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모후여 평화의 모후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
교구 역사의 향기를 맡아 떠나는 길. 산모퉁이를 굽이굽이 돌아가던 적도 있고 대중교통이 없어 도보성지순례 만큼의 거리를 걷기도 했던 적이 많았다.
이번엔 달랐다. 도심 한 복판에 자리 잡은 곳이라 찾기가 쉬웠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도심 속에서 무엇을 얻어갈 수 있을까’.
도착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가지고 있었던 하나의 ‘가정’은 그저 부질없었음을….
교구의 공동주교좌본당인 조원동주교좌성당(주임 이규철 신부). 1976년 11월 19일 북수동본당에서 분리, 설립됐다.
교구의 고등동주교좌성당이 협소해 교구의 주요한 행사를 치르는 데 많은 불편을 겪던 차, 교구는 한 신자가 교구에 기증한 대지에 새로운 주교좌성당을 건립하기로 결정했다.
1976년 11월 본당을 설립했으나 초대 주임으로 부임한 배영무 신부는 성당이 완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근처 빈 공터에 천막을 치고 미사를 봉헌했다.
그해 12월 교구장 김남수 주교 주례로 사제, 부제 서품식을 거행함으로써 본당은 주교좌성당으로 자리매김했다.
2대 주임 한종훈 신부는 1981년 10월 ‘가톨릭수원’의 간행처를 북수동본당에서 조원동주교좌본당으로 옮겼고 1983년 12월에는 103위 순교 성인 부조를 제작했다.
1987년 3월 교황 바오로 2세는 ‘구세주의 어머니’(Redemptoris Mater)라는 성모 성년 선포문을 반포했다. 교구는 이에 따라 조원동주교좌성당을 지정 순례 성당과 특별 고해소 설치 성당으로 지정했다. 그 후 율전동 지역의 신자수가 급증해 1988년 1월 이 지역을 분리, 본당으로 설립했다.
1990년 7월 교구는 전례 규정에 관한 서한에서 본 성당의 봉헌일, 봉헌 주년일, 성당 주보성인 축일, 수도회 주보성인 축일을 대축일로 지내야 하고, 주교좌성당 봉헌 주년일과 주교좌성당 주보성인 축일은 모든 성당과 수도회에서도 축일로 지내야 한다고 했다.
또 조원동주교좌성당의 주보성인이 ‘평화의 모후’이고 동시에 교구의 수호자도 ‘평화의 모후’이므로 7월 9일 오전 10시 교구장과 교구, 수도회 사제 공동 집전으로 ‘평화의 모후’ 대축일 미사를 봉헌했다.
4대 주임 양병묵 신부는 새로운 성당(정자동주교좌성당)을 마련하기 위한 계획에 박차를 가했다. 1993년 5월 기공식을 가졌고 1997년 2월 정자동본당을 조원동주교좌본당에서 분리했다.
조원동본당은 1997년에 정자동본당과 함께 ‘공동주교좌성당’이 되었다.
2000년에는 설립 25주년을 맞아 제대와 감실, 강론대, 독서대 등을 새로 교체했고, 조원동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은 ‘조원동주교좌성당 25년사’를 발간했다.
성당 문을 열고 들어섰다. 한 신자가 조용히 들어왔다. 이내 십자가의 길을 바치기 시작했다. 플래시를 터뜨렸다. 아랑곳 않았다. 오히려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너도 나도 주변을 신경 쓰지 않고 기도에만 집중했다. 잠시 앉았다. 불빛하나 켜지지 않은 성당 안에서 기도를 바친 적은 없었다.
얼마나 지났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쯤 눈을 떴다. 제대 옆에 십자가가 더욱 크게 눈에 들어왔다.
성당 문을 열고 나왔다. 성당 안의 어둠이 무색할 만큼 화창한 날씨. 눈을 비비며 고개를 들자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님이 보였다. 두 팔을 벌리며 기다렸다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는 아기 예수의 모습. 따뜻했다. 도심 속에서 느끼는 신앙의 향기도 꽤 맡을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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